[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내란죄 담당 재판부가 증인으로 나온 정성욱 대령의 변호인을 퇴정시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특성상 국가 안보에 관한 내용이 많이 다뤄지기 때문에 재판을 비공개로 하고, 증인의 변호인까지 퇴정시킨 겁니다.
하지만 정 대령도 내란죄 공범으로 기소된 피고인입니다. 헌법 12조엔 "누구든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되어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런 결정을 한 재판부는 앞서 지난달 7일 윤석열씨의 구속취소를 결정해 논란을 만든 바로 그 재판부이기도 합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지난1월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헌법재판소 제공)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가 심리하는 김용현 전 장관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의 내란 혐의 공판선 정 대령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해당 재판부는 윤씨의 내란 혐의 재판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12·3 내란사태 당시 정 대령은 정보사령부 지휘관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에 대해 자백한 인물입니다. 정 대령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노 전 사령관, 김봉규 대령 등과 함께 선관위 인원 장악을 위해 케이블타이 사용 등 구체적 계획을 세웠다고 진술했습니다. 또 변호인을 통해 잘못을 인정하고 공개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공판과 증인 신문은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공판에서 다루는 내용이 국가 안보와 관련됐다는 검찰 측 주장을 재판부가 수용한 겁니다.
문제는 증인으로 출석한 정 대령의 변호인 역시 퇴정시켰다는 겁니다. 정 대령을 대리하는 김경호 변호사는 이날 오전, 오후 재판에 모두 출석했지만 거푸 퇴정당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정 대령이 내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란 점을 강조하며 재판부에 항의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오후 재판에서 “정 대령은 이 사건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피고인이면서 증인이다. 진술에 따라 본인 형사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상 권리”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증인 변호인이어서 방법이 없다”며 “오늘은 비공개 결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김 변호사는 “담당 변호인임에도 불구하고 퇴정을 명령해 매우 유감”이라고 말한 뒤 밖으로 나왔습니다.
퇴정 직후 김 변호사는 취재진과 만나 “지귀연 재판장의 소송지휘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상 피고인 방어권 보장 취지와 배치되는 위헌·위법한 조치”라고 비판했습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정 대령의 증언이 자신의 형사재판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데, 당연히 변호인으로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며 “어차피 변호인은 정 대령에게 다 들을 수 있는데, 지 판사의 소송지휘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군인권센터 역시 성명을 내고 "법정 문 잠그고 밀실 재판하는 지귀연 재판부"라면서 "검찰과 지귀연 재판부는 황당한 재판 비공개 결정을 당장 철회하고, 모든 내란죄 재판이 똑똑히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헌법의 공개재판 원칙에 따라 재판 전체를 공개하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헌법상의 공개재판원칙과 시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국가안보라는 허울을 방패 삼아 내란죄 재판을 어그러뜨리는 자 역시 내란 공범"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이날 공개된 공판에선 김 전 장관 측의 무죄 주장이 계속됐습니다. 김 전 장관 측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씨 파면 결정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김 전 장관 측은 “(대통령이) 야당의 전횡으로 국정위기 의식이 있었고, (비상계엄 선포가) 정치적으로 존중될 수 있다고 헌재가 인정했다”며 “(대통령의) 주관적 동기가 반헌법적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헌재가 윤씨의 정치적 판단을 존중했다는 주장입니다. 허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헌재는 윤씨 탄핵사건 결정문에서 “피청구인이 국회 권한 행사가 국정 마비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정치적으로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이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돼야 할 정치의 문제”라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위법하다고 결정한 겁니다.
더구나 김 전 장관 측은 검찰 수사권을 문제 삼기도 했습니다. 김 전 장관 측은 “검찰은 모든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문재인정부에서 개정된 검찰청법을 무시한 것”이라며 “문재인정부 인사들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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