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금융당국이 기본자본 중심의 지급여력비율(킥스·K-ICS) 규제 강화를 예고하면서 보험사들의 자본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후순위채권이나 신종자본증권 등 보완자본에 의존해 지급여력비율을 맞춰왔던 보험사들은 이제 자본의 구조까지 관리해야 합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 상반기 내에 보험사 기본자본 비율에 대한 감독 기준을 마련해 연말 결산부터 적용할 방침입니다. 실무 태스크포스를 꾸려 해외 사례를 검토 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쳐 구체적인 규제 수치를 확정할 예정입니다. 특히 자본의 '질'을 강조하며 기본자본 기준 킥스 비율을 별도 관리 지표로 도입할 예정입니다. 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130%를 밑돌 경우 보험계약자 해약환급금 준비금 부담이 완화되지 않아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보완자본 레버리지' 끝
현재 보험사들은 킥스 비율을 당국 권고치(150%)보다 높은 200%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등 자본성증권을 대규모로 발행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는 높은 이자비용을 동반하며 자본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당국이 지적한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습니다.
실제로 보험사의 자본성증권 발행액은 최근 들어 역대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발행한 자본성증권은 올해 1분기 4조725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전체 발행액(8조3250억원)의 절반을 이미 넘어선 수준입니다. 이는 보험사들이 추가 규제 도입 전 보완자본을 미리 확보하려는 '막판 레버리지'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규제 전환이 본격화되면 이러한 방식만으로는 앞으로 당국이 단행할 기본자본 기준을 맞출 수 없습니다.
현재 업계에서는 보완자본을 제외한 자기자본 킥스 비율을 캐나다(권고 기준 70%)와 유럽(규제 기준 50%) 수준을 감안해 국내 기준도 50~70% 사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보완자본에 의존해온 상당수 보험사들이 이 기준에 못 미친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대해상(001450)의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57.5%,
한화생명(088350)은 73.8%로 나타났습니다. 겉으로는 전체 킥스 비율이 각각 157%, 163.7%로 비교적 양호하지만 보완자본을 제외하면 기준선 근처이거나 턱걸이 수준입니다.
DB손해보험(005830)과
KB손해보험(002550)도 외형사 킥스 비율은 200% 내외로 우량하지만 기본자본만 놓고 보면 각각 80%대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롯데손해보험(000400)(-1.6%), MG손해보험(-7.4%), KDB생명(-31%), 푸본현대생명(-61.5%) 등은 기본자본 비율이 아예 마이너스로 집계되며 자본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배당 줄이고 요구자본 축소
기본자본 킥스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이익잉여금을 늘리는 정공법을 펴거나 유상증자를 단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보험 업황 부진 속에 이익잉여금 확대는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유상증자는 배당금 감소 등 주주가치 희석 우려로 밸류업과 상충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보험사들은 이미 배당을 축소하거나 중단했습니다. 한화생명은 3년 만에 재개한 배당을 다시 멈췄고, 현대해상도 23년 연속 이어온 배당을 중단했습니다.
기본자본 확충이 어려운 만큼 보험사들은 요구자본을 줄이는 전략에도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공동재보험, 파생상품 활용, ALM 강화 등을 통해 위험액 자체를 줄이고 킥스 비율을 방어하려는 시도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자본의 질을 강조하는 방향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필요한 것이지만 현장에서는 기본자본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이 많지 않다"며 "다양한 자본관리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보험사들이 기본자본 킥스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이익잉여금을 늘리는 정공법을 펴거나 유상증자를 단행해야 하지만 경기침체와 보험 업황 부진 속에 이익잉여금 확대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사진은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표시된 코스피와 환율 옆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스가 나오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