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긴급 수혈에도…관세협상 '첩첩산중'
관세협상 본격화…"대중국 압박 정책 노려야"
2025-04-09 17:46:12 2025-04-10 10:51:29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정부가 미국의 자동차·부품 25%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종합대책을 내놨습니다. 민관 합동으로 3조원의 유동성을 긴급 지원하고, 수출 빈자리를 내수·신시장으로 채울 수 있도록 돕는다는 구상인데요. 대미 자동차 수출액 65억달러(약 9조6486억원), 완성차 업체의 영업이익 10조원가량이 감소하는 상황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입니다. 업계 운명은 전적으로 한·미 관세협상에 달린 셈인데,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부터 비관세장벽 철폐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평택항 자동차전용부두에 세워진 수출용 차량. (사진=연합뉴스)
 
'자동차 관세 25%' 쇼크에…유동성·전기차 보조금 지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자동차 생태계 강화를 위한 긴급 대응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핵심은 △기업 경영위기 지원과 △국내 수요 진작과 수출 다변화를 통한 충격 대응입니다.
 
우선 정부는 당초 올해 계획된 자동차·부품 정책금융을 2조원 늘린 15조원 투입하고 현대차그룹은 금융권과 협력해 협력업체에 1조원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습니다. 또 관세로 타격을 입을 중소기업엔 '긴급 경영 안정 자금'을 확대 지원합니다. 관세 피해 기업의 법인·부가·소득세 납부 기한도 최대 9개월 연장하고 관세는 1년 유예해 주기로 했습니다.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확대 운영하는 등 국내 수요 진작책도 내놨습니다. 기업 할인액에 비례한 추가보조금 기한은 올해 6월 종료 예정이었지만 연말까지 기한을 연장하기로 한 건데요. 보조금 매칭비율도 현행 20~40%에서 30~80%로 상향합니다. 4500만~5300만원짜리 전기차의 경우 기업이 700만원 이상 할인하면 보조금 매칭비율 80%를 부여하는 식입니다. 
 
아울러 미국 수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16.7%를 차지하는 인도네시아·필리핀·인도·브라질·멕시코 등 글로벌사우스 시장 개척도 지원합니다. 아랍에미리트(UAE), 에콰도르 등과 타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을 연내 조기 발효하고 멕시코와의 FTA 협상도 상반기 안에 재개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미국 석탄 생산 확대를 위한 여러 행정명령에 서명할 준비를 하며 손짓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대미 수출 18% 감소 잡기엔 역부족…완성차에 부품업까지 '휘청'
 
문제는 25% 관세로 인한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저하에 직접적으로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347억4400만달러(약 51조원)로 전체 수출액(707억8900만달러)의 절반(49.1%)가량을 차지하는데요. 이는 전체 대미 수출(1278억달러)의 27.1% 비중입니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자동차에 25% 관세를 매기면 올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지난해 대비 18.6%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의 대미 수출액도 지난해 82억2200만달러(약 12조원)로, 전체 수출액의 36.5%를 차지합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대규모 투자로 미국 현지 생산물량을 늘린다는 구상이지만, 투자가 완료되는 시점인 2028년까지는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향후 현지 생산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더라도 50만∼70만대는 관세 영향권에 남는데요. 나이스신용평가는 멕시코·한국산 수입차에 관세 25%가 부과되면,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이 34%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국지엠이나 영세한 자동차 부품업체들로선 마땅한 대응 방안을 찾기조차 어려운 실정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도 "현재로선 지엠 측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는 말씀 정도를 드릴 수 있다"며 난처한 기색을 표했습니다. 
 
추후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율이 낮아지더라도, 완성차에 대한 관세율은 떨어지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자동차 산업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목표로 하는 '미국 제조업 부흥'의 핵심이기 때문인데요. 미국 자동차 노조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를 지지하는 만큼, '표심'과 연결된 문제기도 합니다. 
 
한편, 전날 한미 양국 정상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통화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인상, 알래스카 LNG(액화천연가스) 사업 참여, 비관세장벽 철폐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다음 정부가 들어설 예정인 만큼 협상이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예정입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대중국 압박 정책'을 취하고 있는 점을 파고들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중시하는 G2(미국·중국) 패권 경쟁에서 한국이 빠져버리면 치명타라는 겁니다. 심상렬 광운대 명예 교수는 "조기 대선 국면에서 한국을 너무 자극하면, 반미 정서가 고조되고 미국 입장에서 득보다 실이 더 클 수밖에 없는 점을 어필해야 한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하되, 리더십 공백을 회복한 다음에 본격적인 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미국을 달래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습니다.
 
심 명예교수는 "트럼프에게도 조선·함정 분야에서 한국 협력이 절실하다"며 "한국은 '달랠 거리'가 있는 점에서 유럽·일본보다 상황이 훨씬 낫다"고 분석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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