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윤석열씨가 탄핵 선고 나흘이 지나도록 대통령 관저에서 물러나지 않는 가운데 퇴거 이후 윤씨의 행보와 수사 기관의 움직에 눈길이 쏠립니다. ‘불소추 특권’을 잃고 자연인으로 돌아간 윤씨는 관저에서 나오자마자 재구속 초읽기에 몰렸다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윤석열(오른쪽)씨가 4월8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오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저 복귀 후 줄수사 대기
윤씨는 지난 4일 대통령직에서 파면됐습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머물고 있습니다. 윤씨는 비록 파면됐으나 최장 10년까지는 경호가 제공됩니다. 윤씨의 퇴거가 늦어지는 이유도 경호 문제로 보입니다. 특히 사저에 대한 경호 대책 마련에 시간이 걸리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윤씨는 늦어도 이번 주엔 관저에서 짐을 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4일 윤씨가 파면된 직후엔 관저에서 몇개의 박스가 밖으로 옮겨지는 모습이 관측되기도 했습니다. 윤씨는 더이상 대통령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관저에 계속 머물 수 있는 명분이 없습니다.
윤씨가 관저에서 나간다면 일단 취임 전 살던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로 거주지를 옮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아크로비스타는 주상복합 아파트입니다. 건물 구조와 이웃에 미칠 영향 등으로 인해 윤씨의 경호가 제한될 게 자명합니다. 윤씨는 경호가 쉬운 제3의 장소를 물색해 거주지를 이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사저로 돌아간다 해도 험난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장 윤씨는 14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지귀연 부장판사)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형사재판이 예정돼 있습니다. 재판부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증인으로 채택했습니다.
윤씨가 내란죄 형사재판에서 내란 우두머리로 인정될 경우 죗값은 큽니다. 형법 제87조에 따르면 내란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해집니다. 유죄가 인정되다면 윤씨는 최소 무기형인 겁니다. 윤씨로서는 공판에서 ‘내란 우두머리가 아니다’에 대한 입증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검찰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넘겨받은 뒤 윤씨 조사를 단 한차례도 하지 못한 채 시간에 쫓겨 기소한 바 있습니다.
이제 윤씨는 대통령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검찰은 추가 혐의로 기소하거나 비상계엄 과정에서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재차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내란죄 혐의로는 재구속시킬 수는 없습니다. 형사소송법에는 구속됐다 석방된 자는 동일한 범죄사실에 관해서는 재차 구속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다면 다른 혐의로 구속이 가능합니다. 직권남용죄 수사에 박차를 가해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다면 재구속도 가능합니다.
파면 이후 윤씨에 대한 추가 사법처리 요구가 높아진만큼 검찰 등의 수사도 속도를 낼 수밖에 없습니다.
구속 가능성은 줄줄이 열려 있습니다. 정치브로커 명태균씨가 연루된 공천개입 사건과 해병대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도 수사 재개가 불가피합니다.
특히 공천개입 사건은 윤씨와 더불어 김건희씨까지 확대될 전망입니다. 윤씨가 명씨 청탁을 받고 대통령 신분으로 김영선 전 의원(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입니다. 윤씨가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상황에선 수사도 피할 길이 없어 보입니다. 배우자인 김씨에 대한 수사로도 확대될 걸로 전망됩니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채상병은 2023년 7월 집중 호우 당시 경북 예천으로 대민지원에 나섰다가 급류에 휘말려 숨졌습니다. 수사를 맡은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현재 해병대 인사근무차장)은 채상병 소속 부대장인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에 대해서 수사를 개시했지만, 책임을 묻지 못했습니다.
이후 임 사단장에 대한 수사 소식을 듣고 윤씨가 격노했고, 그때부터 채상병 수사가 축소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공수처는 임 전 사령관뿐 아니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윤씨 등에 대한 수사에 재시동 걸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씨가 2월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자신의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사진=헌법재판소, 뉴시스)
관건은 새로운 증거 발견
관건은 윤씨가 대통령에 재직할 당시 번번이 수사를 가로막았던 경호처에 대한 본격적 수사입니다. 대통령실 비화폰과 관련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진다면 계엄에 관해 새로운 중대한 증거가 발견될 공산이 큽니다.
검찰 수사 의지도 주목받는 부분입니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법원 결정으로 윤씨가 구속 취소로 풀려난 뒤 즉시항고를 하지 않고 석방지휘를 해 수사의지에 대한 의문을 낳았습니다.
윤씨가 자연인이 된 이후에도 봐주기 수사에 주력할지 시선이 모아지는 이유입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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