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윤석열은 재계 총수들을 거느리고 해외순방을 자주 다녔다.
스무차례가 넘는 순방 중 절반 가량이나 됐다. 앞선 대통령들도 기업인과 함께 해외 순방을 다니긴 했지만
, 윤씨만큼 많지는 않았다
.
대통령 윤석열은 순방 내내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라고도 했다. 기업인들을 “업고 다니겠다”며 친기업 이미지를 드러냈다. 수출과 투자 유치 등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다는 투였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가 실패한 2023년 12월, 성난 지역 민심을 달래기 위해 바쁜 재벌 총수들을 불러 ‘떡볶이’를 같이 먹었다. 수천억 혈세를 집어 쓴 엑스포 유치전이 처참히 실패한 것을 가리고 싶어서였을까. 총수들을 병풍으로 세워둔 채, 부산을 남부권 거점도시로 성장시키겠다는 무언의 투자압박을 해댔다. 사람을 오라가라 하던 ‘검사 기질’은 끝내 버리지 못했던 것이다.
친기업 이미지는 진짜였을까. 스스로를 ‘자유시장 수호자’라고 내세웠지만 특정 기업을 두고 “부도덕하다”고 낙인찍었다. 이후 그 기업은 사정당국에 호되게 시달렸다. 전 정권에서 임명한 CEO는 재계 5위 규모였지만 끝내 순방에 부름받지 못했다. 친기업을 내세웠지만 맘에 든 기업들은 이용하고 아니다 싶은 기업들은 모질게 대하는 ‘옹졸한’ 대통령이었다. ‘영업사원’보다, 그저 ‘무뢰한’이었다.
지난 2023년 12월6일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 중구 깡통시장을 방문해 박형준 부산시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과 떡볶이를 먹고 있다.(사진=뉴시스)
가장 노골적인 친기업 노선을 내걸었지만, 윤석열 치세 내내 경제는 바닥을 기었고 물가는 치솟았으며, 민생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그것도 모자라 내란이라는 희대의 ‘뻘짓’까지 벌여 수백조원의 청구서까지 안겼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읊조렸던, 무능하고 사악한 시장 근본주의자가 만든 가공할 역설이다.
모두의 바람으로 되먹지 못한 자칭 영업사원이 해고됐다. 3년 만에 또다시 맞는 대선. 새 대통령은 부디 영업사원 타령을 하지 않길 바란다. 친기업 행보를 한다며 바쁜 대기업 총수를 자신의 순방길에 오라가라 하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밤 늦게 불러 술시중 시키는 황당한 일도 없으리라 본다.
최근 만난 재계 한 임원은 정부에 대해 “뭘 안 해줘도 좋으니 괴롭히지나 말길 바란다”고 했다. 그렇다. 정부가 주도해서 경제를 발전시키는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 정부는 정부의 일을 하고, 기업은 기업의 일을 하면 된다. 새 대통령은 어설픈 친기업 행보가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때론 기업의 고충을 들어주고, 때론 노동자의 어려움도 살피는 ‘1호 민주시민’이길 바란다.
배덕훈 재계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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