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갈지자' 오세훈…뒤늦은 '헌재 선고' 메시지는 "정치상황 정상적으로"
2025-04-07 17:25:40 2025-04-07 17:25:4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윤석열씨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이후 사흘 만에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오 시장은 7일 "비정상적인 현재의 정치 상황을 정상적·상식적으로 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윤씨 선고에 대한 메시지는 여권의 대권주자 중 가장 늦게 나왔습니다.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며 고민이 깊은 오 시장의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낸다는 평가입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조계종 총무원에서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을 예방한 자리에서 "헌재 판결 이후 국민들의 수준 높은 대처를 보며 지혜로운 국민을 믿고 정상적인 리더십을 펼쳐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고 말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오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에서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이어 오 시장이 태고종 총무원을 방문했을 때 총무원장인 상진스님은 "국민이 주인이라는 이념과 부처님의 지혜로 혜안을 넓혀달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오 시장은 "비정상적인 현재의 정치 상황을 정상적·상식적으로 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책무라 생각한다"며 "혼란의 정치를 최선을 다해 바로 잡아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이번 오 시장의 발언은 지난 4일 헌재가 윤씨에 대한 파면을 선고한 지 사흘 만입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홍준표 대구시장 등 여권 대권주자들이 윤시 파면 선고 당일 메시지를 내놓은 것과 비교하면 오 시장의 메시지는 많이 늦었습니다. 그나마도 파면에 대한 찬성이나 입장을 명확히 드러내지는 않았습니다. 
 
차후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입장은 사실상 나오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신선종 서울시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이뤄진 정례브리핑에서 '오 시장이 탄핵 선고 메시지를 계획하고 있는가'라는 질의에 "탄핵 선고는 벌써 지나가고 메시지는 없었지 않느냐. 그걸로 답변을 대신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오전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에서 총무원장 상진스님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서울시)
 
그동안에도 윤석열씨 탄핵에 대한 오 시장의 입장은 '갈지자'였습니다. 오 시장은 지난해 윤씨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사흘 만인 12월6일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탄핵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후 윤씨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여론이 고조되자 오 시장은 12월12일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탄핵소추를 통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그 결정은 당론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다보니 일각에선 오 시장을 탄핵 찬성파로 분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윤씨가 3월7일 구속취소 후 석방되고, 이후 헌재가 탄핵 선고기일을 차일피일 미루자 오 시장의 입장도 결을 달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오 시장은 지난달 17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탄핵 찬성파냐'는 질의에 "그 부분은 오해가 있는 것. 탄핵 찬성으로 분류하는 것은 사실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겠다"고 답변한 겁니다. 
 
윤씨 탄핵에 대해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서 조기 대선에서의 오 시장 위치 선정도 어정쩡해졌다는 분석입니다. 일단 오 시장은 탄핵 찬성을 주장한 일 때문에 아스팔트 보수에게는 '미운털'이 박힌 상태입니다.
 
실제로 윤씨의 파면이 선고된 직후인 지난 5일 서울시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자유통일당 집회에선 오 시장에 대한 반감도 터져 나왔습니다.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는 "오늘 오 시장이 회의했더라고 하더라. 광화문에서 무슨 일 일어날지 모르니까 안전 대책을 세우라고 하더라"며 "우리가 언제 사고를 쳤느냐. 우리가 폭력집단이냐"라고 반발했습니다. 
 
그러면서 "광화문을 뚝 잘라놓고 우리 여론을 가둬놓고 우리를 조롱하고 그리고(나서) 보수 대통령 후보로 나온다?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가 5일 서울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광화문 국민대회를 주최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그렇다고 오 시장이 아스팔트 보수를 제외한, 중도층이나 온건 보수에서 소구력이 큰 상황도 아닌 걸로 보입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4일 공표·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 오 시장의 지지율은 2%였습니다. 보수진영 주자 중 김문수 장관은 9%, 한동훈 전 대표는 5%, 홍준표 시장은 4%로 오 시장보다 지지율이 높았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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