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가정 내 공기 오염으로 수억명 건강 위협”
세계 인구의 34%, 요리 연료 등서 발생하는 유해 공기에 노출
특히 초미세먼지 PM2.5로 인한 건강 위협 심각
2025-04-08 09:27:00 2025-04-08 14:28:15
가정 내 공기 오염(HAP) 노출 정도. (이미지=The Lancet)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글로벌 차원에서 고체연료 사용이 크게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정 내 공기 오염(HAP: Household Air Pollution)은 여전히 수억명의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남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국제 공동 연구진은 ‘세계 질병 부담(Global Burden of Disease, GBD) 2021’ 연구의 일환으로, 1990년부터 2021년까지 전 세계 204개국을 대상으로 HAP 노출과 건강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4월5일 학술지 <랜싯(The Lancet)>에 게재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약 26억7000만명, 즉 전 세계 인구의 약 34%가 여전히 유해 공기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는 1990년의 56.7%에 비해 감소한 수치이지만 여전히 수십억명이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PM2.5, 눈에 보이지 않아도 위험
 
가정 내 공기 오염은 주로 나무, 숯, 가축 분뇨, 농업 폐기물 등 고체 연료를 조리나 난방에 사용할 때 발생합니다. 이들 연료는 연소 과정에서 미세먼지(PM2.5), 일산화탄소,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 다양한 유해물질을 배출합니다. 특히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실내에서 장시간 노출될 경우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초미세먼지(PM2.5)는 호흡기를 통해 체내 깊숙이 침투하여 폐질환, 심장병, 뇌졸중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2021년 기준 가정 내 PM2.5 평균 농도는 84.2㎍/㎥로, 1990년(213.6㎍/㎥)에 비해 줄었지만 WHO 권고 기준(5㎍/㎥)의 16배 이상 높은 수준입니다.
 
여성과 아동에게 특히 더 위험한 HAP
 
HAP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하기도 감염, 심장질환, 뇌졸중, 폐암, 당뇨병 등 다양한 질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5세 미만 아동에게는 하기도 감염이, 중·노년층에게는 심혈관계 질환이 특히 심각하게 나타납니다. 또한 고체연료 연소 시 발생하는 열과 연기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백내장이 발생할 수 있으며, HAP는 조산 및 저체중 출산의 주요 원인이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아이들은 평생에 걸쳐 질병 취약성과 발달 지연을 겪을 수 있으며, 이는 교육과 경제적 잠재력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가정 내 공기 오염으로 인한 질병 부담은 건강수명 손실로 이어집니다.
 
2021년 기준 HAP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 수는 약 311만명으로, 전체 장애조정수명(DALYs)의 약 3.9%, 총 1억1100만년의 건강수명이 손실된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4044.1DALYs/10만명), 남아시아(3213.5DALYs/10만명) 지역에서 가장 큰 부담이 나타났습니다.
 
여성과 아동은 HAP의 주요 피해 계층으로, 요리와 연료 수집을 담당하는 여성은 장시간 노출되며, 5세 미만 아동 사망의 약 11%가 HAP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HAP로 인한 생식 건강 부담은 약 6600만DALYs에 달합니다.
 
PM2.5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아이들은 발달장애, IQ 손실, 성인기에 만성질환의 위험 증가 등 평생에 걸친 영향을 받게 됩니다. 소아 HAP 노출은 교육 수준과 경제적 잠재력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되며, 저소득층 아동들이 이미 겪고 있는 불이익을 더욱 악화한다는 면에서 불평등의 구조화로 이어지게 됩니다.
 
아프리카, 남아시아, 북한…여전히 높은 노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남아시아는 고체연료 의존도가 높고 청정 연료 접근성이 낮아 HAP로 인한 건강 부담이 가장 큰 지역으로 나타났습니다. 인구 증가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2021년 기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HAP 노출 인구는 78.8%에 달했습니다. 북한 역시 아프리카 수준의 높은 노출률을 보여 남북한 간 건강 격차가 드러났습니다.
 
고체연료의 비중 줄여야…정책적 전환 절실
 
이번 연구는 고체연료 사용 감소와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구 증가와 에너지 불균형으로 인해 가정 내 공기오염(HAP)이 심각한 건강 위협임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연료별 PM2.5 배출량과 노출-반응 곡선을 세분화하여 위험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했으며, 제2형 당뇨병과 생식 건강 영향까지 분석을 확대했습니다.
 
연구진은 “청정 연료로의 전환을 위한 국제적 투자와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는 2030년까지 모두가 청정에너지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특히 저소득국에서는 인프라와 자금 부족으로 인해 진전이 더딘 상황입니다.
 
고체연료 사용자들을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 일은 온실가스 감축과도 연결되며, 특히 자원이 부족한 지역사회를 위한 국제 투자의 확대와 가속화가 필요합니다.
 
HAP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건강 불평등의 문제입니다. 이번 GBD 2021 분석은 가정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발생하는 오염이 전 세계적인 질병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HAP 저감은 단지 연료의 문제를 넘어서 여성의 노동, 아동의 성장, 미래 세대의 건강과 직결되는 사안입니다. 연구진은 “자원이 부족한 지역사회의 청정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이는 건강 위험을 완화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촉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용어 설명: 장애조정수명(DALYs, Disability-adjusted life years)은 질병으로 인해 잃어버린 건강한 삶의 연수를 말합니다. 1DALY는 1년 동안의 완전한 건강 상태의 상실을 나타냅니다. 질병이나 건강 상태에 대한 DALY는 인구 집단에서 해당 질병이나 건강 상태의 유행으로 인해 조기 사망으로 인해 잃어버린 수명과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기간의 합계입니다. 
 
 
가정 내 공기 오염(HAP)로 인해 잃어버린 인구 10만명당 장애조정수명(DALYs). (이미지=The Lancet)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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