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수괴’ 인정…헌재 만장일치로 민주공화국 지켰다
윤석열 탄핵 결정문 살펴보니
홍장원·곽종근 증언 모두 인정
법조계 “내란 사실관계 깊이 인정”
2025-04-04 17:26:31 2025-04-04 17:26:31
[뉴스토마토 강석영·강예슬·김태현·유근윤] 4일 ‘내란수괴’ 윤석열씨 파면엔 이견은 없었습니다. 특히 탄핵소추사유 중 핵심인 ‘국회 침탈’, ‘정치인 체포’의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데 있어 헌법재판관 8명 전원의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다만 이번 헌재 결정이 윤씨의 내란수괴 혐의 형사재판까지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윤석열씨가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지난해 12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계엄군이 창문을 깨고 진입하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윤씨 탄핵 사건 결정문을 살펴보면, 헌재는 탄핵소추사유 중 국회에 대한 군경 투입을 판단하면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등의 심판정 증언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헌재는 윤씨가 곽 전 사령관에게 전화로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빨리 국회 문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고 지시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동안 윤씨는 이러한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헌재는 “곽 전 사령관 마이크가 계속 켜져 있어 곽 전 사령관이 피청구인의 지시를 받고 김현태 707특임단장 등과 논의하는 발언들이 예하부대들로 그대로 전파됐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의결정족수라는 용어 및 당시 본회의장 안 다수 국회의원들이 존재했고, 군인이 존재하지 않았던 사실 등을 고려하면 끄집어낼 대상은 국회의원이라고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헌재는 또 윤씨가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위치 확인 시도에 관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12·3 계엄 선포 당시 ‘방첩사를 도와 지원하라’는 윤씨의 전화를 받은 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14명의 체포명단을 전달받았다는 홍장원 전 차장의 진술을 인정한 겁니다. 
 
윤씨는 이러한 지시를 한 적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윤씨는 계엄 당일 홍 전 차장과 2차례 통화한 사실은 있지만, 첫 통화는 조태용 국정원장이 해외 출장 중이라고 오해해 국정원을 잘 챙기라고 했고, 두 번째 통화는 계엄과 무관하게 격려 차원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헌재는 “계엄 선포 직후 급박한 상황에서 단순한 격려 차원 또는 간첩 수사 업무와 관련된 일반적 지시를 하고자 한 것이었다는 피청구인 주장은 믿기 어렵다”며 “포고령 위반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필요시 체포할 목적으로 명단 위치를 확인하도록 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가 피청구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윤씨 측은 국회로 군경을 투입한 건 질서유지 목적이었다는 주장했습니다. 헌재는 이것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김 전 장관에게 ‘계엄 선포 후 간부 위주로 구성된 280명 만을, 실탄 지급 말고’ 투입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지시를 곽종근·이진우·여인형 어느 누구도 전달받은 사실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른바 ‘최상목 쪽지’로 불린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 문건도 인정됐습니다. 헌재는 “김 전 장관이 피청구인으로부터 관계부처들에 협조를 구하라는 지시를 받고 위 문서를 작성했다고 하는 점, 피청구인 주장은 문언들의 통상적인 용례에 상당히 벗어나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법조계에선 이번 선고로 인해 내란 관련 사실관계가 상당히 인정됐다는 분석입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내란죄 관련 사실관계를 상당히 깊이 판단했다”며 “전문증거도 인정했다는 점은 의외였다”고 했습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청구인 측은 증인들의 말이 바뀌었다고 주장했는데, 증언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며 “내란행위에 대한 헌법재판관들의 생각은 처음부터 분명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벌을 주는 형사법정에서 전문증거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지만, 징계를 하는 탄핵심판은 다르다”면서도 “헌재 결정이 형사재판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헌재의 만장일치를 환영하면서도 너무 늦은 선고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한상희 교수는 “결정이 너무 늦었다. 결정문에서 앞선 판례들을 인용한 걸 보면 헌재 입장이 바뀐 건 하나도 없다”며 “만장일치로 가기 위한 시간이 늦어졌다는 건데, 헌재는 결정 시간을 늦추면서 국민적 갈등을 증폭시켰단 점을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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