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씨가 지난 2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 출석한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하루 앞둔 윤석열씨가 마지막까지 '승복' 메시지를 내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2·3 불법계엄을 통해 친위 쿠데타를 벌인 윤씨가 끝까지 내란 정당화를 한 셈입니다. 윤씨가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 기일에 불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4일에도 직접적인 승복 메시지는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야권에선 3일 온종일 승복 선언 요구가 빗발쳤습니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을 향해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압박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미 "승복은 윤석열이 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헌재에서 어떤 결론이 나든 정치권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아스팔트 극우' 응원…승복 메시지는 부재
정치권 안팎에선 그간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 전 갈등의 수위를 낮추기 위해 선제적인 승복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윤석열씨 측에서는 선고 결과에 대한 어떤 메시지도 내놓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했는데요. 일각에서는 헌재 결정에 따라 승복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윤씨가 낸 마지막 메시지는 지난달 20일입니다. 당시 헌재 앞에서 탄핵 반대를 기치로 단식 중인 지지자를 향해 "단식을 멈춰달라"며 자신의 지지층만 바라보는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윤씨는 지난달 8일 구속취소로 석방된 날에도 입장문을 통해 자신의 구속에 항의하다 사망한 시민,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로 수감된 지지자들, 탄핵 반대 단식에 나선 이들을 차례로 언급하며 감사함을 표했습니다.
앞서 1월 1일에는 대통령 관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따로 편지를 보내 "자유민주주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며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윤씨의 메시지가 공개될 때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지지층만 바라보는 '반쪽짜리' 메시지란 비판을 받았습니다. 윤씨와 함께 '비상계엄'을 준비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도 여러 차례 옥중 편지를 통해 '극우' 유튜버 등을 선동하는 메시지를 내놨는데요. 그는 헌법재판관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종중·종북 매국세력을 척결하자"고 해 비판이 일었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권영세 비대위원장. (사진=뉴시스)
국힘 지도부 "헌재 결정 승복"…'이재명' 압박
국민의힘은 지난 1일 헌재가 윤씨의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고지하자 승복에 대한 메시지를 연일 내놨습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번 탄핵심판은 자유민주주의의 토대 위에 세워진 헌정 질서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확인하는 역사적 분기점"이라며 "이제 여야 모두 헌재의 시간을 차분하게 기다리며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미래를 위해 헌재의 결정에 승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같은 당 권성동 원내대표는 연일 "헌재 판결에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도 승복을 언급하면서 "이재명 대표가 '승복은 윤석열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고 말해 불복을 선언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이를 대비한 빌드업을 하는 건지, 헌재 압박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으니 책임 있는 정치인의 태도라고 볼 수 없다"고 일갈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승복을 압박하면서도 막상 윤씨에게 승복을 이야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씨에게 승복 메시지를 내달라고 건의할 것이냐'는 질문에 "헌재 결정이 나면 그 결정에 승복하는 게 대한민국 헌법 질서"라며 "당사자에게 미리 (승복 메시지를) '내라' '내지 말라'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소상공인연합회 민생경제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 "승복은 윤석열이"…불복 불씨도 남아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향해 거듭 승복 메시지를 요청하자 민주당에서도 헌재 결정에 대한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먼저 이 대표는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승복은 윤석열이 하는 것"이라고 맞받았습니다. 그러면서 3주 전 한 방송에서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고 했던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덧붙였습니다.
한민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가 계엄을 했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그러면서 "가해자가 피해자를 정말 힘들게 했는데 피해자한테 앞으로 그냥 잘 지내야지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이런 프레임을 전환하려고 하고 일부 극우 세력이 올라타서 국가적 혼란을 야기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일부 강성 의원들은 '기각'이나 '각하'가 나오면 불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탄핵심판 결과가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이 나온다면 수용할 수 없다"며 "그럴 경우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해 국민들과 함께 대대적이고 필사적인 저항에 나서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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