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재개 첫날 3% 폭락…스태그 공포에 외국인 '엑소더스'
외국인 1.5조 순매도…증시 복합 악재
2차전지·반도체 공매도 직격탄…대차잔고 상위종목 추풍낙엽
2025-03-31 16:14:02 2025-03-31 16:14:02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31일 공매도 전면 재개 첫날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1조5000억원 넘게 순매도하며 증시가 크게 흔들렸습니다. 코스피는 장중 2500선이 붕괴되며 2개월 만에 최저치로 밀려났습니다. 대차잔고 상위에 있던 2차전지·반도체주가 크게 하락하는 등 공매도 공포와 글로벌 투자심리 위축, 관세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폭락으로 분석됩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일 대비 3% 폭락하며 2500선을 내주고 2481.12에 마감했습니다. 코스피는 전장 대비 1.74%(44.54포인트) 하락한 2513.44로 출발해 장중 낙폭을 키웠습니다. 코스피가 25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종가 기준 지난달 4일 이후 처음입니다. 코스닥지수도 3.01% 폭락한 672.85로 장을 마쳤습니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시장에서 1조5754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개인과 기관 투자자는 각각 7899억원, 6669억원 순매수했습니다. 공매도 전면 재개와 함께 외국인들이 돌아올 것이라던 기대는 빗나갔습니다. 
 
공매도 재개 첫날 대차잔고 상위에 있던 종목들이 유독 낙폭이 컸습니다. 포스코퓨처엠(003670)(-7.0%), 에코프로비엠(247540)(-6.9%), LG에너지솔루션(373220)(-6.0%) 등 2차전지 업종과 반도체 장비주가 약세였습니다.
 
대차잔고비율이 높았던 한미반도체(042700)(-10.7%)는 1분기 잠정실적 쇼크가 더해져 낙폭을 키웠습니다. 이외에도 테크윙(089030)(-7.7%), 피에스케이홀딩스(031980)(-7.3%) 등 반도체 장비주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방산 업종은 공매도 우려를 선반영해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현대로템(064350)(+3.6%), LIG넥스원(079550)(+1.8%), 한국항공우주(047810)(+0.5%) 등은 주가를 지켜냈습니다.
 
이날 증시는 미국 정부의 고관세 시행에 따른 글로벌 증시 동반 하락에 공매도 재개가 맞물려 변동성이 대폭 확대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지수 하락에 공매도와 관세 중 어느 쪽의 영향이 더 큰지 계산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3월 말 나스닥 기술주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재차 급락해 저점을 갱신 중이며, 일본, 대만, 홍콩 증시도 큰 폭의 약세를 보인 것을 생각하면 전 세계적인 리스크 회피 흐름의 영향이 컸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주말 경제지표 발표와 트럼프 관세 리스크 간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됐다"며 "관세 부과로 인해 미국 경기는 더욱 위축되고, 물가 상승 압력은 가중됨에 따라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둔화) 공포심리가 확대 재생산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는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자극하며 금 상승, 채권금리 하락, 엔화 상승 압력을 높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각도 단기적으론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공매도 재개에 앞서 주식을 빌려두는 대차잔고가 지난주부터 빠르게 늘었습니다. 지난 28일 기준 20억4361만주, 약 66조6401억원어치에 달했습니다. 대차잔고가 20억주를 넘은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입니다. 이는 공매도 세력들이 본격적으로 시장 하락에 대비해 움직이기 시작했음을 보여줍니다.
 
단기적으로는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장기적으론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국내 증시에 힘이 실릴 것이란 의견도 있습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차잔고가 급증한 종목이 흔들리면서 지수도 방향성을 잃을 수 있고, 성장 스토리가 없어 단기 급등했던 종목이라면 매도 압력에 노출될 것"이라면서도 "반면 고수익과 고성장이 예상되는 종목인데 단기에 흔들렸다면 오히려 역발상 관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년 5개월간 금지됐던 국내 주식시장 공매도가 재개된 3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