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경남도청이 외국인 '가사사용인'을 고용하는 가정에 최저임금을 주도록 권고할 예정인 걸로 확인됐습니다. 가정에 직접 고용된 가사사용인은 근로기준법 적용이 제외돼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권고하겠다는 겁니다. 외국인 노동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한 점은 다행입니다. 다만 노동법을 적용받지 않는 '비공식 노동 영역'을 늘린다는 비판은 불가피할 걸로 보입니다.
31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경남도청은 가사·육아 분야 교육을 이수하고 법무부에서 활동 허가를 받은 국내 체류 외국인을 고용하는 가정엔 최저임금 이상의 이용 금액을 지급하도록 권고할 예정입니다. 경남도청 관계자는 "아직 공고를 하지 않았지만 이용자를 모집할 때 (이용 가격을) 최저임금 이상으로 권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내에서 가사사용인으로 고용된 필리핀인들이 지난해 8월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남도청이 법무부와 진행하는 이번 시범 사업은 이르면 6월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유학생, 구직 중인 외국인, 결혼이민자 등을 대상으로 가사·교육 교육을 실시하고, 교육을 이수한 국내 체류 외국인에 대해선 법무부가 '체류 자격 외 활동 허가'를 내주는 방식입니다. 교육은 지방자치단체가 전담하고, 교육 비용은 법무부 예산으로 충당됩니다. 시범 사업에 참여하는 지자체는 경남을 포함해 서울, 전북 등 세 곳입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면 당연히 적용되어야 할 최저임금이 가사사용인에게는 예외가 되는 건 역설적으로 근로기준법 규정 때문입니다. 근로기준법 11조엔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다만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가사사용인에 대해선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을 가사사용인에 적용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가사사용인은 가정 내에서 고용돼 일하는 노동자를 뜻합니다. 과거엔 가정부, 파출부 등로 불렸습니다. 이들은 근로기준법 등의 적용에서 제외된 탓에 일하다 문제가 생길 경우 노동자 개인이 책임지거나 저임금에 시달린 겁니다.
정부가 가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을 제정하는 등 근로기준법 밖 가사사용인을 노동법 안으로 포함시키기 위한 노력도 이런 맥락입니다. 해당 법은 정부에게 인증을 받은 가사서비스 인증기관이 고용한 가사사용인이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에 들어서 이런 흐름과 역행되는 발언이 나왔고 현재 정책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윤석열씨는 지난해 4월 열린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경제 분야 점검 회의에서 “국내에 이미 거주 중인 16만3000명의 외국인 유학생과 3만9000명의 결혼이민자 가족분들이 가사·육아 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며 "가정 내 고용으로 최저임금 제한도 받지 않고 수요·공급에 따라 유연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높은 돌봄 비용을 낮추겠다는 명목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을 가사사용인으로 일하게 하는 정책을 추진한 겁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사적 자치', '사적 계약'을 강조하면서 최저임금 적용 등 외국인 보호 방안에는 손을 놨습니다. 경남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최저임금 권고 계획은 없는 상태입니다. 현재 가사사용인들이 가사·돌봄 노동시장에서 통상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받고 일하듯, 국내 체류 외국인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낙관뿐입니다. 전북도청 관계자는 "수요가 얼마인지 파악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을 아꼈습니다.
특히 서울시청은 민간 플랫폼 '이지태스크'에 가사서비스 이용 희망 가정과 국내 체류 외국인의 매칭을 맡기기로 해 더 큰 문제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업체가 일감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수수료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용 가정이나 외국인 노동자에게 수수료가 전가될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경남도청과 전북도청은 기존에 있는 인력과 자원을 활용해 매칭 업무를 한다는 계획으로 이런 우려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상태입니다.
최영미 한국노총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직업소개 하면서 중간 수수료를 받는 것은 외국에서는 착취라고 한다"며 "(경남과 전북은) 수수료를 받지 않고 해 그나마 낫지만 지방정부가 나서서 불안정노동을 확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법무부와 서울시청, 다른 지자체 등 비공식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라며 "이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경우 사적 계약이니 '당신들이 알아서 하세요'라는 것에 대해서 문제가 발생할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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