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하루빨리 윤석열을 파면을 시켜야지. 국민들을 이 고생시키고…도대체 왜 풀어주냐고요. 정말 화가 나서 잠이 안 와요. 집에 있을 수가 없어요."
공길심(71)씨가 내란수괴 윤석열씨의 석방을 언급하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전남 순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그는 최근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임시휴업을 한 상태입니다. 요즘에는 서울에 사는 딸 집에서 지내며, 주말마다 집회에 참여합니다. 29일 오후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찬성 집회에 참석한 공씨는 "먹는 장사도 안 되고, 사람 사는 게 말이 아니다"며 신속한 파면을 바랐습니다.
이날은 12·3 불법 비상계엄이 발생한 지 117일째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윤씨의 탄핵심판 변론을 마친 지 33일이 지났습니다. 전국 각지에선 탄핵 찬성 집회가 열렸습니다. 일사천리로 진행될 줄 알았던 헌재의 탄핵심판이 늦어지자 분노한 시민들은 또다시 거리로 모인 겁니다.
시민단체 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3시 안국역 1번 출구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었고,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오후 5시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대규모 집회를 진행했습니다. 꽃샘추위로 기온이 영상 1도까지 내려간 날이었지만, 시민들의 발걸음을 막지 못했습니다. 서랍에 넣어뒀던 일명 '키세스 담요'를 두르고 핫팩을 붙이고 시위 현장을 찾은 이들도 있었습니다.
시민단체 촛불행동이 29일 오후 안국역 인근에서 윤석열 파면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뉴스토마토)
시민들은 늦어지는 헌재 선고에 불안감을 표했습니다. 김정렬(가명·62)씨는 "기득권층이라고 하는 내란범들이 목숨 걸고 계엄을 했는데, 이제는 살기 위해 무엇을 못하겠냐"며 "윤석열을 감옥에서 안 풀어줬으면 그래도 괜찮은데, 반동 세력들에게 시간을 줘 불안하다. 헌재가 기각을 결정하면 윤씨에게 계엄 면허증을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씨와 동행한 박상영(가명·42)씨는 "집회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었는데, 아이를 키우느라 못 왔다가 오늘은 아내와 아이가 처가에 가서 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내란수괴가 자리는 지키는 시간이 길어지자 시민들은 피로감을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50년 지기 친구 두 명과 함께 집회를 찾은 김새미(가명·70)씨는 장난감 마이크를 친구들과 나눠 들고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어린이집 원장인 김씨가 가지고 온 겁니다. 김씨는 "매주 집회에 오니 몸이 아프다. 온 몸에 파스 잔뜩 붙이고 오늘도 왔다"며 "검찰은 윤석열 석방 할 때는 즉시항고 않더니, 이재명 무죄판결에는 즉시 상고하는 것 보면 국민들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 같다"고 분노했습니다.
이날 촛불행동이 주최한 집회에서는 경찰이 불법 비상계엄이 있은 지 이틀 뒤 촛불행동 회원을 대상으로 통신조회를 한 사실도 알려졌습니다. 김지선 서울촛불행동 대표는 "오늘 오전부터 경찰에서 수천명의 촛불시민들에게 통신조회를 했다고 한 고지서를 발송했다"며 "지난해에는 계좌를 털더니 그해 12월5일엔 촛불시민의 통신조회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가) 계엄을 해제하고 다다음날 한 짓이 이런 짓"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윤석열은) 2차 계엄 당연히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며 "경찰이 할 일은 시민 통신조회가 아니라 서부지법 폭동을 선동한 전광훈 같은 사람들을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윤석열 파면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윤석열과 윤씨를 비호한 국민의힘을 향했던 분노는 점차 헌재로 번지고 있습니다. 김은진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우리가 헌재에 탄핵심판을 맡긴 것은 혹시라도 헌법이 남용될까 봐 그래도 법 전문가에게 마지막 확인을 맡긴 것"이라며 "헌재는 위임된 권한을 권력처럼 행사하며 내란을 연장시키는 것이냐. 그러라고 준 권한이 아니다"고 비판했습니다.
김재하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헌법재판관님들, 도대체 얼마나 더 국민들이 고통받고 이 나라가 망가져야 하냐.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느냐"며 "지금 전국민은 여기 오신 광장의 시민들은 재판관 8명에게 묻는다. 윤석열과 내란무리들의 눈치를 보고 회유와 압력을 받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파면 선고를 미룰 이유가 그 어디에 있느냐"고 했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비상행동 집회 연단에 올라 "헌재는 아직도 윤석열 탄핵심판을 내리지 않고 있다"며 "도대체 이 상황을 어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느냐. 늦어지면 왜 늦어지는지 이유라도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 헌법수호를 위해 태어난 헌재가 헌법파괴자 윤석열을 단죄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사이, 나라가 시시각각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원내대표는 "헌법수호 책무를 저버리면, 헌법 붕괴 상태를 지속하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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