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관세’ 부과일인 2일(현지시각)이 다가오면서 한달 남짓됐던 재계의 골든타임이 저물고 있습니다. 이미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든 데다, 반도체 관세와 상호관세까지 예고돼 주력 수출 산업 전반에 직간접적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현지 생산 확대와 대미 직접 투자 등 피해 최소화 방안을 실행하거나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만 상호관세의 구체적 내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선제적 대응 자체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재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2일 전세계 국가들의 대미 관세와 비관세 무역장벽을 고려해 상호관세를 발표할 방침입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0일(현지시각) 상호관세를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현재 구체적인 상호관세 정책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미국 입장에서 대표적인 무역 적자국인 한국에 어떤 방식으로든 거센 압박이 가해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구체적 내용 나와야 방안 정해질 듯
한국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의 경우 업계에 직격탄이 예상됩니다. 최근 발표된 자동차 25% 관세에 더해 상호관세가 추가로 더해지면 어떤 식으로든 악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총 210억달러(약 31조원)의 투자 선물 보따리를 푸는 등 현지 생산 강화라는 트럼프 정책에 호응하고 있지만, 이는 장기적인 계획인 탓에 당장 임박한 관세 여파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 현지 생산 능력이 확대되면 관세 여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 강정진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관세 부과로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의 영업이익 감소 폭은 각각 연
3조
4000억원
, 2조
3000억원으로 예상되며
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의 생산 대수가 늘어나면 피해는 줄어든다
”고 전했습니다
.
HMGMA에서 아이오닉 5를 생산하는 모습. (사진=현대차)
이에 앞서 25% 관세를 맞았던 철강업계도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통해 대응책 마련을 준비 중입니다
. 현대제철(004020)은 현대차그룹 투자 계획의 일환으로
58억달러
(약
8조
5300억원
) 규모로 현지 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입니다
.
포스코그룹 역시 현지 생산 확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 포스코(005490)는 특히
‘현지 완결형
투자’를 거듭 강조하고 있는데
, 미국에서 직접 쇳물을 뽑아 반제품을 만드는
‘상공정
’ 등 방안을 두고 숙고하고 있습니다
. 또한 포스코그룹은 통상 대응 컨트롤타워로 글로벌통상정책팀을 신설하는 등 장기적 대응 방안도 준비 중입니다
.
반도체 업계는 같은 날 반도체 품목 관세 또한 예고된 만큼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분야의 경우에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시대 첨단 반도체 시장을 한국이 주도하는 만큼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다만, 상호관세 기준과 범위에 따라 직간접적 영향이 불가피할 수 있어 신중하게 지켜보는 분위기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 매우 불확실해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좁다”며 “2일이 돼서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봐야 방안이 정해질 것 같다”고 했습니다.
조성대 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도 “개별 기업마다 자사의 공급망이라든지 시장의 포트폴리오에 따라서 대응 수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관세를 부과하느냐에 따라서 일부 감내를 할지, 새로운 대체 시장에 좀 더 중점을 둘지 결정이 달라질 것 같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계속 얘기하는 것은 관세를 부과하고 협상하겠다는 것”이라며 “협상은 정부의 역할이기에 개별 기업 차원에서의 대응책 등 업계의 의견을 많이 듣고 협상 전략에 참고해 반영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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