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KT 이어 포스코도…경영진 선임과정 의혹 눈덩이
건진, OB 출신 만나 "차기 회장 도움 줄 수 있다"
유력했던 권영수…배후에 김대기 배후설 주장도
2025-08-19 06:00:00 2025-08-19 16:04:16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KT 최고경영자(CEO) 인선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난 건진법사 전성배(65)씨가 회장 선임을 앞둔 포스코 측과도 접촉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전씨는 윤석열씨 부부와의 인연을 고리로 각종 이권에 개입, 현재 특검의 주요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입니다. 전씨 외에도 김대기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이 포스코 회장 인선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됩니다. 
 
앞서 <뉴스토마토>는 김대기, 이관섭, 이복현, 이동관 등 윤석열정부 실세들이 KT 경영진 교체 과정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정황을 보도했습니다. 이로 인해 구현모 전 대표의 연임 도전은 좌절됐으며, CEO 물망에도 오르지 않았던 김영섭 현 대표가 KT를 이끌 차기 수장으로 낙점됐습니다. KT는 이른바 '주인 없는' 소유분산기업으로, 정권 교체기마다 CEO가 교체되는 잔혹사를 써야 했습니다. 포스코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18일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골적 최정우 패싱…건진, 포스코 회장 인선에도 등장
 
19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윤석열정부 집권 1년차이던 지난 2022년 말께 서울 강남 모처에서 전씨와 포스코 고위 임원이 만났다고 복수의 재계 관계자들이 전했습니다. A씨는 2022년 말에 서울 강남 모처 한 소프트웨어 업체 사무실에서 건진과 포스코 고위 임원이 만났다”며 이를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고 했습니다. 당시 전씨는 대통령 부부와의 인연을 앞세워 인사 등 각종 민원 창구로 활약했고, 기도비 등의 명목으로 대가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씨는 차기 포스코 회장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리던 OB(퇴직자) 출신 ㅇ, ㅎ씨와도 만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 포스코 고위 관계자 B씨는 “포스코 계열사 대표를 지낸 ㅇ씨가 그 즈음 건진을 만났다고 내게 직접 말했다”며 “차기 회장 선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전씨가 접근했고, ㅎ씨는 이미 전씨를 믿고 따랐다. ㅎ씨의 경우, 포스코 내부에서 자격 미달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두 사람은 포스코 회장 후보 '숏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지만 끝내 고배를 마셨습니다. 
 
당시 포스코를 이끌던 최정우 회장은 문재인정부 사람이라는 이유로 윤석열정부 등장과 함께 '패싱' 당하며 궁지로 내몰렸습니다. 대통령 순방은 물론 주요 행사마다 참석하지 못하는 등 노골적으로 배제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최 전 회장이 대통령의 동기선·후배 검사를 영입했는데도 계속해서 패싱을 당했다며 “노골적인 교체 신호였다. 임기만이라도 무사히 마치길 바라는 심정이었다"고 했습니다. 
 
"권영수, 김대기 지원 기대…고배 그리고 '말다툼'" 
 
포스코 차기 회장을 선임하는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는 2024년 1월31일 8차 회의 끝에 최종 후보군 파이널리스트 6명을 확정, 발표했습니다. 이 중에는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도 포함됐습니다. 당시 포스코는 철강에서 2차전지로 사업 방향을 확장하던 전환기였습니다. 리튬부터 양극재와 음극재, 폐배터리까지 셀을 제외한 2차전지 모든 소재사업의 중심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2차전지 선두주자인 LG에너지솔루션을 이끌던 권 전 부회장의 등장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권 전 부회장은 2023년까지만 해도 포스코 차기 회장과 관련해 손사래를 쳤지만, 그해 말 LG를 떠나게 되면서 방향을 틀었습니다. 포스코 본사 앞에 캠프를 차린 권 전 부회장은 PT(프레젠테이션) 면접에 공을 기울이는 한편 든든한 '배후' 지원도 기대했다고 합니다. 그는 김대기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경기고·서울대 동문으로, 포스코에 대한 정부 입김을 바랐다고 당시 두 사람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이후 포스코 회장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자 두 사람은 심한 말다툼도 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관계자는 "LG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권 전 부회장은 PT에 매우 자신 있어 했다"면서 "후추위와 사내외 이사 성향까지 다 파악하는 등 포스코 회장을 야심차게 노렸다. 무엇보다 김대기 전 실장을 믿었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권 전 부회장은 LG로부터 버림받았다고 분개했다"면서 "KT 대표 선임 과정의 내막을 잘 알고 있어 포스코 회장에 도전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포스코센터에 걸려있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여곡절 끝에 포스코를 이끌 차기 수장으로 장인화 현 회장이 선임됐습니다. 장 회장은 정통 포스코맨으로, 철강 전문가로 꼽힙니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내부 출신 계승'이라는 전통을 지킴과 동시에 본업인 철강 분야의 혁신과 조직 안정을 이끌 최적의 인사라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일각에서는 KT 경영진 인선 과정에서 불법 개입 정황을 포착한 김건희특검이 후속으로 포스코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