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유근윤 기자]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씨의 파면 여부를 결정합니다. 12·3 내란사태가 일어난 지 123일, 최종변론을 종결한 지 38일 만입니다. 법조계는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해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국회에 계엄군을 투입해 비상계엄 해제를 막은 건 명백한 위헌 행위라면서 헌재가 윤씨에 파면을 선고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헌재는 1일 오전 대통령 탄핵 사건(2024헌나8)에 대한 선고를 오는 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 진행한다고 공지했습니다. 지난해 12월14일 국회가 윤씨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지 111일 만입니다. 윤씨의 탄핵심판 청구가 인용되려면 재판관 8명 중 6명 이상이 동의해야 합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14일 내란 수괴 윤씨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했습니다. 헌법 66조에 따라 헌법 수호 책무를 진 윤씨가 헌법과 법률을 위배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과 경찰을 동원해 헌법기관이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권 행사를 방해하는 등 위헌, 위법 행위를 했다는 취지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선고 날인 3월24일 헌재 재판관 8명이 대심판정에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윤씨가 국회로부터 탄핵됐을 때 그의 파면은 기정사실처럼 보였습니다. 계엄을 통해 국헌을 문란하게 한 내란죄 혐의가 뚜렷했고, 이 과정이 유튜브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국민들에게 전달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2월25일 최종변론이 종결된 지 한 달이 지나도 헌재가 선고기일을 잡지 않자 불안기류가 흘렀습니다. 헌재 재판관 8명이 의견을 조율하지 못하는 교착상태에 빠졌고, '인용 5, 기각·각하 3' 가능성까지 제기된 겁니다. 재판관들이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기다리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3월24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재 탄핵심판 선고에서 재판관의 의견차가 드러나자, 일명 '5대3 데드록(교착상태)' 주장에 힘이 실렸습니다. 당시 헌재는 국회가 가결한 한 권한대행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는데,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김복형 재판관 5명이 기각 의견을 냈고, 보수 성향 재판관으로 분류되는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각하를 결정했습니다. 정계선 재판관만 인용 의견을 냈습니다.
4월에 접어들자 불안은 극에 달했습니다. 직무에 복귀한 한덕수 권한대행이 헌재의 위헌 결정에도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앞서 헌재는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행위가 위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과 최 부총리는 버티기로 일관했습니다. 덧없이 시간이 흘렀고 진보성향 재판관인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퇴임일은 가까워졌습니다. 4월18일 이후 헌재가 선고 불능에 빠질 것이라 우려가 컸습니다.
정치권은 격랑속에 빠져들었습니다. 민주당은 헌재가 선고 불능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헌법재판관 임기를 자동 연장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추진했고, 여당은 한 권한대행이 퇴임 예정인 헌재 재판관 2명을 대신할 재판관 지명을 준비해야 한다고 맞불을 놨습니다.
헌재가 선고기일을 공지하면서, 전문가와 시민들은 안도하는 모양새입니다. 헌재의 선고 불능 사태는 막았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내란 수괴 윤씨 파면에 재판관들이 의견을 모았다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합니다. 법리상 윤씨는 파면될 수 밖에 없으며, 헌재 재판관은 8대 0으로 인용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게 법조계 중론입니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윤씨 탄핵 사건은 문제가 너무 쉽고 명백하고, 간명하다. 고도의 훈련을 받은 법관이 갖은 고민을 하고 빨리 답을 못 내놓은 것은 납득이 안 간다"면서도 "8대 0 '인용'으로 결정 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노 변호사는 "내란 범죄 행위가 파면 사유가 아니라면 헌법을 수호하고 유지하는 헌법재판관들이 무엇을 보면 파면을 하겠냐"고 말했습니다.
천윤석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변호사는 "선고기일이 잡힌 건 긍정적 신호로 인용 의견이 6명 확보된 상황으로 해석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윤석열은 부인하고 있지만 자신의 명령에 따라 병력이 국회에 투입됐고,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났기 때문에 이론대로면 당연히 인용"이라면서도 "기각이든 각하든 논리나 이론을 만들려면 만들어 주장할 수 있기에 8대 0 인용일 가능성을 단정하긴 어렵지만, 그렇게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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