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예고한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가 12일(현지시간) 시작됩니다. 철강은 할당량(연 263만톤) 안에서 대미 무관세 수출이 가능했으나, 이번 조치로 인해 미국 내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졌는데요. 지난 1기 행정부에서부터 10% 관세를 적용받던 알루미늄도 15%포인트 관세만큼 가격이 오를 전망입니다.
두 가지 모두 한국 기업이 미국 수출을 통해 대거 흑자를 내는 품목입니다. 철강은 7251억원, 알루미늄은 1508억원 이상의 수출액 감소를 보일 거란 분석도 나오는데요. '대미 수출 3위'인 자동차 부품도 타격을 입을 걸로 보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미 비중 높은 철강·알루미늄 '직격탄'…'자동차 부품'도 사정권
11일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의 '미국 보편관세가 국내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산 철강과 비철금속인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대미 수출액은 각각 11.47%, 10.31% 감소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대미 수출액(한국무역협회 기준)은 철강과 알루미늄이 각각 43억4700만달러(6조3174억원), 10억600만달러(1조4620억원)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품목의 대미 수출액은 4억9860만900달러(약 7251억1529만원), 1억371만8600달러(1508억3796만원)이 감소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지난해 한국 철강의 총수출액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3.06%로 1위였습니다. 알루미늄의 미국 수출 비중 역시 20.36%로 2위였는데요.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겁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관세 시행 대상에서 자동차 부품은 유예했는데요. 조치가 유예되는 품목은 추후 '철강·알루미늄 함량 가치'(value of the content)를 기준으로 25% 관세가 부과될 예정입니다.
지난해 한국산 자동차 부품의 미국 수출액은 총 82억2000만달러(11조9543억원)로 이 중 '철 또는 알루미늄'으로 분류되는 부품은 20~30%가량이었습니다. 자동차 부품은 지난해 대미 수출 품목에서 자동차(347억4000만달러), 반도체(106억8000만달러)에 이어 3위를 차지한 효자 품목입니다.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제네시스 SUV GV70이 조립되는 모습. (사진=현대차)
시작은 이제부터…4월부터 더 본격화
자동차 부품 업계는 이중으로 타격을 입을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한국 자동차 산업 자체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인데요. 한국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한국 내 자동차 생산량은 2023년 424만4000대에서 2024년 412만8242대로 하락했습니다.
이는 경기 침체로 인한 내수 감소, 기대에 못 미친 수출 성장세 때문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내수·수출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내수 시장은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데다, 미국은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천명한 상태입니다.
결국 최종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에서 한국이 불필요한 피해를 보고 있는 셈입니다. 이번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도 중국 철강을 막기 위한 거라는 게 지배적 분석인데요. 대미 철강 수출 상위 국가엔 중국이 포함돼 있지 않지만, 중국은 캐나다·멕시코 등을 통해 미국에 우회 수출을 하고 있습니다.
4월부터는 트럼프발 관세가 더욱더 본격화됩니다. 미국은 이달 중 '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를 발표한다고 예고했고, 내달 2일엔 각국의 대미 관세율·비관세 장벽 등을 고려해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고 했습니다. 같은 날 농산물에 대해서도 관세 장벽을 세우겠다고 했습니다. 반도체·자동차 수출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의 경우, 피해가 불가피합니다.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를 전면 확대 개편하는 등 '통상 방어'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이번 개편은 덤핑 조사와 불공정무역 판정 기능을 지원하는 2개 과를 신설하는 게 골자인데요. 앞서 산업부는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결정했습니다. 중국 저가공세로 떨어진 국내산 후판의 가격 경쟁력이 다소 회복될 걸로 보입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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