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스마트TV시대, '콘텐츠' 보호대책 시급하다
"MP3 음원시장 '블랙마켓' 재현 우려"
2010-12-03 14:06:03 2011-06-15 18:56:52
[뉴스토마토 유혜진기자] “현행 법률에서 금지하고 있는 것은 방송이나 CD로부터 노래를 직접 복제할 수 있는 디지털 음향기기에 한정되며, 리오(Rio)는 PC에 이미 들어가 있는 노래를 복제해 이용하는 것이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난 1998년 미국 레코드협회(RIAA)가 S3멀티미디어사의 MP3플레이어 리오에 대해 제기한 소송에서 재판부는 RIAA의 패소를 결정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이 소송은 결과적으로 이후 MP3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지만, 규제의 부재가 얼마나 어이 없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도 꼽힌다.
 
◇ 과거 '음원 보호 미비' 블랙마켓 성행 초래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 MP3 시장도 꽤 시끄러웠다.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는 디지털음원의 저작권 문제가 서로 자신들의 소관이라며 다퉜다.
 
디지털저작권관리(DRM)를 둘러싸고 한국음원제작자협회와 MP3플레이어 제조사, MP3폰 제조사, 이동통신사도 제각각의 목소리를 냈다.
 
관련법이 없는 상태에서 MP3플레이어와 MP3폰에 DRM을 적용하느냐의 문제부터, DRM 표준 선정, DRM에 따르는 비용분담 등 모든 것이 문제가 됐다.
 
그러는 동안 음원제작자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관련 규제 개선도 늦어지면서, 음원제작자들이 P2P를 통한 블랙마켓에 매출을 고스란히 빼앗기는 상황이 초래됐다.
 
국내 음반시장 매출 규모는 매년 24%씩 줄어 2000년 4000억원이 넘던 시장 규모가 불과 5년만에 800억원대가 됐다.
 
유료 디지털 음원시장이 활성화되기까지 유료 음원시장은 공백이 생겼고, 현재도 음원 불법 다운로드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 "스마트TV시대, 불법 사업자 극성 우려" 
 
그리고 2010년 방송 콘텐츠시장이 2000년 음원 시장과 같은 상황에 직면했다.
 
스마트폰으로 시작된 스마트 바람은 스마트TV에까지 도달했다.
 
그러나 스마트TV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자들은 벌써부터 관련법 부재에 따른 블랙마켓의 성행을 걱정하고 있다.
 
금기훈 엠넷미디어(056200) 본부장은 최근 열린 스마트TV 관련 토론회에서 “기존의 매체를 대상으로 만든 규제는 정상사업자에게는 작동하지만 음성적이고 불법적인 사업자에게는 작동하지 않는다”며 “그렇게 되면 시장에서 정규사업자의 뉴미디어 대응력은 약해지고 불법사업자의 영향력은 급속히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러나 아직까지 정부는 스마트TV의 콘텐츠 블랙마켓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방통위-문광부, 업무영역 다툼에만 골몰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앱 불법복제와 음란물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찬가지로 앱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TV에서 같은 문제가 거론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스마트TV 환경에서 콘텐츠 자체가 중요해지다 보니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방송콘텐츠 진흥 업무를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하며 업무분장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와 문광부는 별도로 스마트TV 관련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관련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독자행보를 하고 있다.
 
세계 스마트TV 시장은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 등 국내 사업자들의 주도로 지속적으로 성장해 2013년 1억대를 넘어 전세계 TV 판매량의 35%에 육박할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유료방송을 해지하는 ‘코드커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엠넷미디어의 디지털미디어 매출이 방송 매출을 앞섰다고 한다.
 
이렇게 성장세에 있는 스마트TV와 디지털 방송 콘텐츠 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과거 음원시장의 MP3 DRM 분쟁과 같은 소모전을 되풀이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주문이다.
 
이에 대해 양청삼 방송통신위원회 스마트TV전략팀장은 “스마트TV는 서비스, 네트워크, 플랫폼, 콘텐츠, 기술 등이 복잡하게 있다”며 “스마트TV에 관련된 방송법과 통신법, 인터넷법이 모두 방통위의 소관인 만큼 가능하면 전체를 바라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학계에서조차 스마트TV를 명확히 정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규제를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시장이 더 진전되고 난 후에야 관련 법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토마토 유혜진 기자 violetwit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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