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창간6주년 기획: 상법이 바꾼판)④주주권 강화…기업가치 달라질까
이사 충실 의무 확대 논쟁…시장은 긍정 반응
제도 개선 계기로 주주권리 강화 기대…후속 조치 확대
이사회 독립성 강화 물살…모든 주주권리 강화 계기
2025-07-25 06:00:00 2025-07-25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7월 24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가 반영된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내 기업 지배구조의 대전환이 예고되고 있다.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명문화, '전자주총 제도화', '최대주주 3%룰 확대' 등은 단순한 제도 변경을 넘어 기업 경영의 기본 원칙과 투자자와 기업 간 관계를 재정의하는 중대한 분기점이다. 변화의 방향은 소액주주 권익 강화이지만 그 여파는 산업 전반과 자본시장 전반에 깊이 스며들 전망이다. <IB토마토>는 창간 6주년을 맞아 상법 개정의 핵심 내용과 주요 쟁점을 짚어보고, 이에 따른 산업·시장·정책의 파급효과와 기업·정부·투자자의 역할 변화를 총체적으로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상법개정안 통과를 계기로 소액주주의 이익 보호가 기업 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도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모든 주주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할 의무를 명문화함으로써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는 의견과 주주 이익의 개념이 모호해 법적 분쟁 증가 등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다만, 상법개정안 시기를 전후해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시장은 상법개정안의 긍정적 효과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오랫동안 최대주주 이익과 회사의 이익이 동일하다는 인식이 한국 경제계 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일반 주주 권리는 배제되어 왔다. 이러한 인식은 투자 요인을 저해하고, 만성적인 기업 가치 저평가 등 문제를 야기했다. 7월 상법개정안은 이사가 모든 주주의 권리를 공평하게 다루도록 규정함으로써 주주 권리를 강화했다는 평가다.
 
이에 모든 주주 이익을 공평하게 다루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설치될 것으로 예상되며, 소액주주는 권리 요구 활동이 적극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상법개정안에 따른 주주 권리 강화 주주권리 강화 장치는 투명성 제고로 이어질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투명한 경영 시스템 도입으로 기업 가치를 달성할 수 있다.
 
상법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당시 주식시장(사진=연합뉴스)
 
주주권리 강화 명문화에 시장 ‘긍정 반응’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개정안의 핵심은 주주 권리 강화다. 특히 이사 충실 의무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사 충실 의무 확대 조항(상법 382조의3)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모든 주주로 확대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할 의무를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이번 상법개정안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사 충실 의무에 대한 찬반논쟁은 뜨겁다. 이사 충실 의무를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최대주주 이익과 회사 이익을 동일시하는,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을 종식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 반면 반대 입장 측은 전체 주주의 이익 개념의 모호성에 따른 법적 분쟁 남발과 그에 따른 경영 자율성 위축을 우려한다.
 
다만, 시장은 상법개정안 통과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상법개정안 통과 직전인 지난 6월 코스피 지수는 14%나 상승했으며, 지난 2분기(4~6월) MSCI 한국지수 수익률은 31.4%로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최대주주 중심으로 기업 의사결정이 이뤄지던 관행이 줄어들고, 일반 주주 권리 강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는 주주권리 강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금조달 부분에서도 소외됐던 일반 주주 이익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유상증자, 전환사채 등은 기업 자금 조달 수단으로 유용하게 활용됐지만, 지분율 희석 등 피해를 입는 일반 주주의 의견은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일반주주와의 갈등이 심화되고, 회사 경영이 영향을 받는 경우도 발생 중이다.
 
최근 자사주 전부를 교환대상으로 3200억원 규모의 EB(교환사채) 발행에 나선 태광산업(003240)이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과 갈등을 빚은 사례도 주주 권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경영에 영향을 미친 사례로 꼽힌다. 태광산업은 EB 발행 자금 등을 바탕으로 애경산업을 인수해 신사업을 추진하고자 했으나, 분쟁으로 인해 EB 발행은 잠정 중단된 상태며 태광산업의 자금 조달 계획도 수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주주권 강화는 제도 개선과 병행된다. 2027년 1월1일부터 자산총계 2조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전자투표제가 의무화된다. 전자투표제는 물리적 참석을 반드시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주주총회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액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일반 주주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또한 감사 선임 과정에서 행사할 수 있는 최대주주 의결권은 더 엄격히 축소된다. 원래 제도는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을 선임 혹은 해임할 때만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3%까지 허용했지만, 상법개정안에 따르면 사외이사 여부와 관계없이 감사를 선임할 때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의결권은 항상 3%로 제한된다. 전자투표제 의무화와 최대주주 등의 감사 선임 의결권이 제한되면 일반주주 의결권 효력이 강해지는 것이다.
 
주주권리 강화를 계기로 일반 주주 및 소액주주의 지위는 단순 이익 분배의 대상이 아닌 회사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로 격상될 수 있다. 주주제안권 등 소수 주주 보호장치를 통해 의견을 개진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지배구조 변화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례로 디아이(003160)동일은 소액주주 연대가 7% 이상의 지분을 결집한 결과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감사 선출에 성공하는 등 실제 기업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로 성장했다. 디아이동일 소액주주 연대는 최대주주의 독단적 경영을 방지할 투명한 체계 확립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소액주주 운동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상법개정안은 주식회사의 주인은 최대주주만이 아닌 모든 주주라는 점을 명확히 상기시켰으며, 상장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아울러 상법개정안은 강화된 주주의 경영 감시 기능이 실제로 적용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개정안 후속 조치 속행 예상
 
아울러 주주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지배구조 제도 개선도 뒤따를 전망이다. 이사 충실 의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으로 이사회 기능 세분화, 독립이사의 실질적 독립성 강화 등이 꼽힌다. 주주권 강화는 최대주주 중심의 경영 문제 해소를 전제로 하므로 두 제도적 조치는 반드시 함께 병행돼야 실효성을 보장할 수 있다.
 
이사회 내 위원회 기능 세분화를 통해 이사회 의사결정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 가령 감사위원회나 보상위원회를 설치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이사의 결정하에 회사의 자원이 최대주주에게 몰리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으며, 보상위원회는 경영진의 경영 성과에 따른 합리적인 보수 책정을 가능케 한다. 이를 통해 특정 주주에게 이익이 몰리는 것을 감시하고, 전체 주주 이익을 아우를 수 있는 기반으로 이어진다.
 
이사회의 전문화는 사외이사(독립이사)의 실질적인 독립성 강화 조치와 함께 수반돼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상법개정안 이전에도 사외이사는 이사회 내 위원회 구성원의 3분의 2를 구성해야 하는 등 형식적으로 독립성을 보장받았다. 다만,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우리 기업 경영의 현실에서 사외이사가 실질적으로 최대주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상법개정안은 모든 상장사를 대상으로 이사회 이사 총수의 3분의 1 이상을 독립이사가 채우도록 의무화하는 등 영향력을 확대해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다만, 독립이사가 이행해야 할 의무, 독립성 보장을 위한 기업 의무 등은 구체적인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향후 추가 입법을 통해 의무가 구체화해야 독립이사의 실질적인 독립성이 확립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제도 개선을 통해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가 제고될 수 있을 전망이다. 국내 지배구조 개선에 앞장섰던 메리츠금융지주(138040)는 지난 2023년 상장 자회사인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전환해 중복 상장 문제를 일찍이 해소한 바 있다. 중복 상장 문제가 해소되면 기업 가치는 지주사를 중심으로 모이며 주주 권리가 강화된다. 메리츠금융지주 주가는 지난 2021년 12월 1주당 9810원에서 2025년 7월22일 11만7100원으로 약 3년간 10배 이상 상승했다.
 
다만, 이사 충실 의무 확대로 인해 기업 이사는 배임죄 등 형사 책임 범위가 크게 늘어날 여지가 있다. 특히 모든 주주의 이익, 공평한 대우 개념이 추상적인 탓에 실무 등에서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높아지며 법적 분쟁이 늘어날 가능성도 커졌다. 따라서 하위 법령 개정, 가이드라인 및 판례 정립을 통해 두 개념을 확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에 대한 구체적인 의사판단 준칙이나 책임의 범위가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아 실무적 혼란이 예상된다"라며 "이러한 불확실성 하에서 경영진과 지배주주는 의사결정 시 의사결정의 이사회 회의록 등 구체적 기록을 남기거나,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 의견을 활용해 객관성을 확보하는 등 투명성 및 합리성 확보를 위한 선제적 조치가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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