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이석현 카드'…과제는 '장기보험 성장'
장기보험, 매 분기 감소…4분기 '적자'
4분기 보험계약마진, 전 분기 대비 11.5%↓
2025-03-04 15:16:31 2025-03-05 08:15:22
 
[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현대해상이 '기획통'인 이석현 카드를 꺼내든 가운데 '장기보험 성장'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지난달 정기 이사회를 통해 이석현 CPC(고객·상품·채널)전략 부문장 전무를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습니다. 이 내정자는 이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정식 선임됩니다. 
 
무엇보다 장기보험 성장이 당장의 해결 과제가 됐습니다. 장기보험은 기대수익 총량 확대뿐 아니라 계약 유지율에 따라 보험계약마진(CSM) 수익화의 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23년 하반기 새 회계기준인 IFRS17 도입 뒤 CSM 확보에 가장 유리한 상품으로 떠올랐습니다.
 
보험계약마진 다시 고꾸라져
 
(그래픽=뉴스토마토)
 
현대해상 '2024년 경영 실적 및 2025년 경영 전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해상 장기보험 이익은 매 분기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분기(1~3월) 4440억원 △2분기(4~6월) 2900억원 △3분기(7~9월) 1420억원으로 감소 폭이 커졌습니다. 4분기(10~12월)에는 -10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그간 오름세를 보이던 4분기 CSM 잔액도 8조2480억원으로, 전 분기(9조3210억원) 대비 11.5%(1조730억원) 고꾸라졌습니다. 지난 2023년 1분기(8조4153억원)보다 낮아진 수준입니다. 영업을 통한 신계약 CSM이 4960억원 증가했지만 경험조정으로 1조4360억원 하락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지난해 현대해상의 1~3분기 경험 조정은 매 분기 2000억원 내외로 집계됐으나, 4분기 들어 1조4360억원으로 7배 정도 급증했습니다. 작년 한 해로 보면 총 2조380억원 CSM이 깎였는데요. 신규 CSM이 1조8210억원으로 전년 대비 8.9% 늘었으나, 회계 조정으로 약 2000억원 손해 보는 장사를 한 셈입니다.
 
반면 현대해상이 추격하고 있는 메리츠화재 4분기 CSM은 전 분기(10조6420억원)보다 4.9%(5460억원) 늘어난 11조188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현대해상은 △삼성화재(14조740억원) △삼성생명(12조9020억원) △DB손해보험(12조2320억원) △메리츠화재(11조1880억원) △한화생명(9조1090억원) △현대해상(8조2480억원) 한화손해보험(3조8030억원) △동양생명(2조6710억원) △미래에셋생명(2조780억원) 등 국내 상장 보험사 9곳 중 4분기 CSM 잔액 기준 6위입니다.
 
현대해상 CSM이 하락세로 돌아선 원인으론 지난해 연말 금융당국이 채택한 '무·저 해지 상품 해지율 추정 가이드라인' 원칙 모형이 지목됩니다. 해지율 보수적으로 가정하며 가용자본이 감소한 것입니다.
 
무·저 해지 보험은 보험료 납입 기간 중 해지 시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대신 일반 보험상품보다 보험료가 10~40% 저렴한 상품인데요. 만기 전 예상 해지율이 높을수록 보험사 기대 이익이 높아집니다.
 
그간 보험사들은 무·저 해지 상품 해지율을 높게 가정해 CSM 부풀렸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현대해상의 경우 2017년 이후 무·저 해지 상품 판매를 지속했기에 원칙 모형 적용에도 CSM 등에 제한적 영향이 예상된 일부 손해보험사와 달리 CSM 타격을 그대로 받았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지급여력 급락으로 이어져…자산부채 관리 시급
 
제도 변경 영향은 지급여력(K-ICS) 비율 급락으로도 이어졌습니다. 현대해상의 지난해 지급여력비율(K-ICS)은 155.8%로 1년 만에 17.4%p 급락했습니다. 금융당국 권고치 150%를 가까스로 넘겼습니다. 손해보험사 상위 5개사(삼성화재·DB·메리츠·현대해상·KB) 중 꼴찌에 해당합니다. 자기자본은 4조9270억원으로 전년(6조1170억원) 대비 19.5%(1190억원) 깎였습니다.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만기 불일치)도 -2.55년으로, 전년 동기(-1.88년)보다 0.67년 커졌습니다. 자산 듀레이션보다 부채 듀레이션이 길면 순자산 가치가 감소하고 K-ICS 비율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듀레이션 갭이 클수록 금리 변동 부담 큰데요. 통상 보험사들은 듀레이션 갭을 ±1년 내를 목표로 둡니다. 즉 현대해상은 자산 부채관리(ALM) 관리 강화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주가도 현재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지난달 28일 현대해상 종가는 2만3250원으로 최근 3년간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주기 수익 비율(PER)은 2.37배로 지난달 유가증권시장(KOSPI) PER 13.29배에 한참 못 미칩니다. PER은 특정 주식 주당 시가를 주당 이익으로 나눈 수치로, 주가가 1주당 수익 몇 배인지 나타냅니다. PER이 낮다는 것은 주당 순이익에 비해 주식가격이 낮다는 것을 뜻합니다.
 
증권가도 일제히 현대해상 목표주가를 내리는 중입니다. 지난달 24일 삼성증권은 현대해상 목표주가를 기존 3만3000원에서 2만9000원으로 12.1%(4000원) 하향 조정했고, 메리츠증권은 3만2000원에서 2만7000원으로 15.6%(5000원) 내렸습니다. 같은 날 KB증권과 NH투자증권도 현대해상 목표주가를 각각 10%(3만원→2만7000원), (3만9000원→3만5000원) 10.3%씩 낮췄습니다. 현대해상은 K-ICS가 떨어지다 보니 올해 배당할 수 없는 상황까지 맞닥뜨렸습니다. 보험업권에선 현대해상이 내년에도 배당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하 시 할인율 낮아지고 보험 부채 늘어나 K-ICS 비율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금융당국의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계획'에 의하면 장기 선도금리(LTFP)는 △2023년 4.8% △2024년 4.55% △2025년 4.3% △2026년 4.05% △2027년 3.8%로 매년 25bps씩 감소합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장기 선도금리 인하 이외 추가로 최종 관찰 만기 확대와 유동성 프리미엄 조정까지 있습니다. 현대해상은 금리가 50bp 하락 시 K-ICS 비율은 11.1%p 떨어진다고 추정한 상태입니다.
 
CPC 전략 부문장을 역임한 이 내정자에게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IFRS17이 도입되던 2023년 현대해상은 CSM 확보를 위해 CPC 전략 부문 산하에 채형준 장기 손익 파트장을 앞세워 CSM 전담 임시조직(TF)을 신설한 바 있습니다. 기존 장기보험 4개 부문이 별도로 있다가 2019년 CPC 전략 부문에 흡수된 뒤 2024년 조직개편 때 다시 4개 부문으로 복원됐습니다. 기존 CPC 전략 부문은 총괄 역할에 충실했는데, 당시 부문장이 이 내정자였습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외형 중심 경영전략에서 과감히 탈피하겠다"며 "신 계약 수익성 개선을 시작으로 보유계약 관리 강화, 자본 최적화 전략을 가속화해 중기적으로 주주 가치 제고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CSM이 우량한 유병자 보험과 무 해지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는 한편 소해율 증가 추세를 반영한 요율 인상 실시, 고 손해율 담보 요율 개선 등을 통해 CSM을 증대할 것"이라며 "연 만기 구성비 확대를 통한 금리 민감액 최소화로 자본력도 제고할 방침"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석현 현대해상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 (사진=현대해상)
 
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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