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계엄 쇼크'로 작년 4분기 성장이 0.1%에 그친 가운데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전 분기보다 7배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하지만 소비심리 반등과 정부 예산의 신속 집행, 10조~15조원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을 전제로 한 만큼, 경기 부양을 위한 추경 여부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8일 서울시내 한 상가가 비어있다. (사진=뉴시스)
추경 논의 '가속화'
31일 정치권과 정부, 기관 등에 따르면 설 연휴 민심을 바탕으로 경기 부양과 민생을 위한 추경 편성 논의가 탄력을 받을 전망입니다. 설 연휴가 끝난 31일 신속 추경 편성 요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거듭 제시한 상태입니다. 다만, 추경 편성을 위해 민생회복지원금을 고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한 바 있습니다.
이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추가 재정투입에 대한 국정협의회 논의를 요청하면서 추경 사업 검토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여야정 국정협의회를 통한 '1호 의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나 추경 방향성을 두고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경제, 민생, 안보 등 산제된 현안과 탄핵 정국까지 가중돼 있어 대립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정치 불안으로 인한 정책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급락한 경제 심리는 내수 위축을 더욱 짓누르는 등 경제 성장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계엄 후폭풍에 휩싸인 작년 4분기 성장을 보면 징후는 뚜렷합니다. 약화한 성장 추세에 12월 계엄 선포까지 가중되면서 작년 4분기 성장률은 0.1%에 그친 바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분기별 전망치 0.5%를 크게 하회한 수치로 사실상 성장이 멈춘 겁니다.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 불안…정책 불확실성 '안갯속'
4분기 민간소비도 0.2% 증가에 그치는 등 소비·투자를 합한 내수가 3분기 반등세(0.4%)를 이어가지 못한 채 전기보다 0.1% 감소했습니다.
내달 25일 수정 경제 전망을 앞둔 한은 측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의 해소'를 거론한 배경에는 경제 주체 심리와 무관치 않습니다. 올해 성장률 영향에 '정치 불확실성이 다시 고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꼽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중반 접어드는 탄핵심판이 2월 말이나 늦어도 3월에 끝날 경우 정치 불안으로 인한 성장 위축은 단기적일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옵니다.
노무라 측은 "정치 불안으로 인한 성장 위축은 단기적"이라며 "정치적 충격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성장에 대한 하방 위험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1분기 성장(계절조정)은 전기 대비 0.4%로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소비 둔화와 소득 증가 정체로 인한 경제적 압박은 최대 난제입니다. 또 커지는 정책 불확실성에 따라 소비 지출이 더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진단입니다.
중앙정부 부처의 한 관료는 "정치 불안을 해소하려면 결국 탄핵심판이 마무리돼야 하는데, 벚꽃 추경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본다"며 "정치 갈등과 정책 결정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지면 답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3일 서울 시내의 한 구내식당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잇따른 성장↓…핵심은 '추경'
최근 성장률 전망치를 '1.6%→1.5%→1.4%'로 거듭 낮추고 있는 씨티은행의 분석 보고를 보면 예상보다 약한 수출 모멘텀과 정국 혼란, 원화 약세에 따른 부정적 설비투자 영향을 꼽고 있습니다.
최근 JP모건 측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7%→1.3%→1.2%'로 잇따라 내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계엄 선포 이후 1.3%로 추락한 성장률 전망이 0.1포인트 더 내려간 겁니다. 모건스탠리도 1.5% 성장에 그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지만 추가 하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글로벌 기관들의 상당수도 '추경의 필요성'을 꼽고 있는 겁니다.
특히 씨티은행 분석에는 경제심리 반등, 정부 예산의 신속한 집행, 10~15조원 규모의 추경 예산 가능성을 고려할 경우 올 1분기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전 분기 기준 0.45%~0.5%)보다 높은 0.7%(전 분기 기준) 추산을 내놨습니다.
모건스탠리 측도 추경을 핵심으로 짚고 있습니다. 경기 부양을 위한 20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집행할 경우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높일 수 있는 계산입니다.
한 경제학자는 "한국경제를 둘러싼 적신호가 켜졌는데 실상은 이렇다 할 묘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며 "여야 대립과 최상목 권한대행 체제로는 위기극복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지 않은가"라고 언급했습니다.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정부의 성장기여도를 보면 4분기는 제로, 연간으로는 0.4% 포인트에 불과했다"며 "이는 장기(2000~2023년) 평균 0.8% 포인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2년 연속 발생한 세수손실과 건전재정 집착으로 재정이 제 역할을 못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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