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5% 성장론'을 꺼냈습니다. 산업·노동 정책과 세금·금융 제도를 혁신하고 규제를 개혁해야 주장도 들고 나왔습니다. 특히 규제 개혁을 위해선 규제개혁위원회를 정부 부처 수준으로 상설화하고, 여러 부처에 걸친 규제를 해결하는 '기업성장 부총리'를 두자고 제안했습니다. 장기화된 민생경제 침체로 인해 정치권에서 경제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이 경제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나서자 오 시장 역시 자신만의 차별화된 경제성장론을 내세운 겁니다.
오 시장은 4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기업 중심 성장 지향형 규제 개혁' 포럼에 참석, 기조연설을 했습니다. 주제는 'KOrea Growth Again(KOGA, 다시 성장하는 대한민국)'이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벤치마킹한 겁니다.
오 시장은 "경상성장률(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 한 5% 정도를 만들어내려면 산업정책, 재정 투자, 금융 활성화, 세금 개혁, 노동 개혁, 규제 개혁을 해야 한다"면서 "하나의 부처 수준으로 규제개혁위원회를 상설화하는 게 필요하다. 규제 개혁은 일회성으로 정권 초기에 할 게 아니라 상시화된 시스템 만들자"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기업은 혁신의 주체가 돼야 하지만 기업들이 혁신적으로 성장해 나갈 때 발목을 잡는 규제를 혁파해주는 게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며 "신산업 규제혁신위원회를 민간 전문가로 구성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가운데)이 4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기업 중심 성장 지향형 규제 개혁' 포럼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오 시장은 기조연설 직후 전문가들과의 대담에서도 '규제 개혁을 통한 성장'을 강조했습니다. 오 시장은 "기업성장 부총리 제도를 만들어 모든 부서의 인·허가 절차 비롯해 장애물로 작동하는 것을 일괄 해결해준다면 '복합 부서 규제' 이런 것들을 일거에 신속하게 효율적으로 제거해줄 수 있지 않느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규제들은)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 해결되는 게 아니라 일상적으로 늘 해결할 프로세스가 작동할 수 있는 정부가 될 때에 다음 단계의 성장·번영과 성숙한 자유시장적 경제질서로 나아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라면서 "그런 사회, 그런 정부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오 시장은 행사 이후 기자들과 만나선 "(이달 출간할) 책에선 5가지 동행을 이야기한다"며 "△도전과 성취와의 동행 △약자와의 동행 △미래와의 동행 △중앙 지방과의 동행 △자유 진영과의 동행"이라고 했습니다. 앞서 지난 3일 서울시는 오 시장이 이달에 '다시 성장이다'라는 제목의 신간을 낼 예정이라고 알린 바 있습니다.
기업성장 부총리에 대해선 "규제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정부의 기능을 바꿔 나가자는 취지의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정부의 성격을 서비스 정부라는 개념으로 규정한다면 규제로부터 비롯되는 경제 성장의 마이너스의 요소들을 오히려 '플러스 알파'의 요소로 바꿔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발상의 전환"이라고 말했습니다.
2월2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왼쪽)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 시장이 성장론 카드를 들고 나온 시점은 이재명 대표와 김동연 지사 등이 각자의 경제 해법론을 제시한 시점과 묘하게 맞물립니다. 앞서 이 대표는 기본소득에 대한 언급을 줄이고 상속제 개편 등을 주장하면서 민주당의 정체성을 '중도보수'로 규정, 논란을 촉발시킨 바 있습니다. 김동연 지사 역시 지난달 27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대구를 공식 방문하면서 '경제 대연정'이라는 키워드를 내걸었습니다. 경제 대연정은 보수와 진보의 경제 정책과 이념을 통합해 경제 분야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고 경제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입니다.
때문에 오 시장이 성장론을 제기한 건 유력 대권주자인 이 대표와 김 지사의 경제 해법론을 견제하고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로 지난 3일 오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클릭이라고 하더니 사회주의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 대표의 '한국판 엔비디아' 주장을 비판했습니다. 당시 오 시장은 "이 대표가 말한 '미국의 엔비디아 같은 기업이 생기면 지분 30%를 국민 모두가 나누자'는 발상은 기업 성장의 동력이 돼야 할 투자 의지를 꺾는 자해적 아이디어"라며 "입으로는 기업과 경제를 외치지만, 머릿속은 결국 국가가 기업 성과를 독점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무서운 기본사회 구상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오 시장은 이날 오후에는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을 찾아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합니다. 서울시는 "토론회에서 논의된 경제 성장 전략을 공유하고, 대한민국이 다시 성장하기 위한 이 전 대통령의 지혜를 얻기 위함"이라고 만남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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