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7일 대구를 방문해 "2·28 정신을 이어받아 정권교체하고 제7공화국을 열겠다"고 했습니다. 김 지사가 공식 일정으로 대구를 찾은 건 취임 후 이번이 처음입니다. 윤석열씨의 12·3 비상계엄으로 인한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보수의 심장' 대구를 찾아 정치적 외연을 확장하려는 행보로 읽힙니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 있는 2·28 민주운동기념탑을 찾아 참배했습니다. 2·28 민주운동은 1960년 2월28일 3·15 대선을 앞두고 경상북도 대구시(현 대구광역시)의 8개 고교 학생들이 자유당의 독재와 불의에 항거해 일으킨 시위를 가리킵니다. 1공화국에서 시민들이 민주 개혁을 요구한 최초의 자생적 민주화운동입니다. 2월28일은 2018년 국가기념일로도 지정됐습니다.
참배 후 김 지사는 기자들을 만나 "애국의 심장,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제7공화국을 시작하자는 간절한 호소를 하러 이곳에 왔다"며 "이제는 탄핵이나 정권교체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제7공화국을 만들어서 삶의 교체, 통합에 함께해주십사 하는 호소를 드리고자 대구에 왔다"고 말했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7일 대구 달서구 2·28 민주운동기념탑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지사는 이후엔 대구 중구 2·28 민주운동기념회관을 찾아 특강을 했습니다. 특강 주제는 '2·28 민주운동…삶의 교체와 경제대연정'이었습니다.
김 지사는 "2·28 민주화운동으로 기억되는 애국의 중심, 건전한 양심의 중심 대구에 새 대한민국 만들고자 하는 호소를 드린다"며 "엉터리·반헌법적 계엄은 꿈도 못 꾸는 '계엄 대못'을 개헌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어 "중산층·서민층·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헌을 하자"며 "(이는) 제대로 된 경제민주화를 달성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부연했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7일 대구 중구 2·28 민주운동기념회관 문화강좌실에서 특강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그러면서 "분권형 4년 중임제 대통령과 그리고 책임총리제 등을 포함한 권력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어 "탄핵이 인용돼서 조기 대선이 이뤄진다면 다음 대통령은 다음 총선과 주기를 맞추기 위해 임기 2년 단축, 3년 임기 내에서 개헌 포함한 경제 대개혁, 삶의 교체 위한 경제 대연정을 수행(하자)"며 "이와 같은 걸로 하려는 건 정권교체 뛰어넘는 삶의 교체, 통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강 후 김 지사는 방명록에 '2·28 정신 이어받아 새로운 대한민국, 제7공화국을 열겠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7일 대구 중구 2·28 민주운동기념회관 사무처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날 오후 김 지사는 배우자인 정우영 여사와 함께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상인·시민들과 대화했습니다. 서문시장은 대구·경북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입니다.
김 지사는 서문시장 2지구 종합상가에서 서문시장 상인회 관계자들과 만나 "대구는 17개 시·도 전체에서 지역내총생산(GRDP)이 최하위"라며 "1인당 GRDP가 유일하게 3000만원이 안되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또 "대구는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가장 많다"며 "경제 어려우면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 곳"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래 전부터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주장했다"며 "추경 (중) 15조원 이상은 자영업자를 지원하자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7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국화빵을 구매한 뒤 먹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김 지사는 대구에서 경제 대연정을 강조하고 서문시장을 방문한 건 민생 경제의 해결사를 자임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경제 대연정은 보수와 진보의 경제정책과 이념을 통합해 경제 문제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고 경제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입니다. 이는 중도보수론을 내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기조와도 결을 달리합니다.
실제로 김 지사는 대구 일정 내내 이재명 대표의 중도보수론과 선을 그었습니다. 김 지사는 "민주당의 핵심 본질은 '유능한 진보'라고 생각한다"며 "외연 확장과 더 많은 국민 지지를 얻기 위해서 중도보수로 확장하는 방법론이나 또는 실용주의적 접근은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 본질에서는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똑같이 나눠 주는 돈이 아니라 어렵고 힘든 분들에게 보다 촘촘하게 나눠 주는 민생회복지원금 (같은) 것들을 통해서 일단 돈이 돌고 골목 경제와 또 이 시장 경제가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전날인 26일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을 구형받은 점에 대해서는 "이 대표가 당당하게 잘 대처하리라 믿고 있다"고 했습니다.
김 지사의 서문시장 방문이 끝난 후 취재진이 '오늘 대구 방문이 공식적인 대권 첫 행보라고 봐도 되는가'라고 묻자 그는 "제7공화국의 출범을 통한 새로운 대한민국, 경제, 통합의 리더십 등 3가지에 힘을 쏟고 싶다"며 "대구 시민, 더 나아가서 국민들에게 참된 지도자의 모습과 앞으로의 길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것들을 바탕으로 해서 뚜벅뚜벅 가겠다"고 답변했습니다.
대구=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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