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안 바꾸면 가스비 지옥"…10년 넘으면 교체 필수
노후화 보일러 일산화탄소 배출 등 안전문제
비용문제로 교체 꺼리는 집주인들…업계, 인식 개선 분주
2025-02-11 15:14:48 2025-02-11 17:41:02
[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집이 그렇게 따뜻하지도 않은데 왜 이렇게 가스비가 많이 나오지?"
 
서울의 한 원룸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35) 씨는 지난달 받은 도시가스 요금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평소 겨울보다 2배 이상 많은 20만원이 넘게 나왔기 때문입니다. 실내 온도를 20도로 설정하고 외출할 때는 온도를 낮추는 등 난방비 절약에 신경을 썼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김 씨가 사용 중인 보일러는 입주 당시부터 있던 것으로, 어느덧 11년째 사용 중이었는데요. 김 씨는 "가스비가 부담스럽긴 해도 보일러는 한 번 설치하면 계속 쓰는 거라고 생각해서 교체할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면서 "고장 나지 않으면 그냥 쓰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보일러 업계에서는 이러한 인식이 가스비 폭탄을 부르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집집마다 환경이 좀 달라서 열 손실이 많아 단열이 안 좋은 집과 아닌 집이 다를 수 있지만, 원룸인데 20만원은 과하다"고 진단했습니다. 
 
노후 보일러, 가스비 증가 주범
 
보일러 제조업계 관계자들은 노후화된 보일러가 난방비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고 강조하는데요. 일반적으로 가스보일러의 권장 사용기간은 10년이지만, 한국 가정에서는 10년이 넘어도 계속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귀뚜라미보일러 관계자는 "고장이 나고 불편해야 그때 관심을 가지는데, 노후화 되더라도 일상에 지장이 없으니 사람들이 관심을 별로 안 갖는다"고 말했습니다. 
 
경동나비엔(009450) 관계자도 "보일러는 고장이 자주 나지 않아 교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노후 보일러는 열효율이 떨어지고 가스 소모량이 많아져 결과적으로 난방비 부담이 커진다"고 설명했습니다.
 
10년 이상 된 보일러는 내부 부품의 마모로 인해 정상적인 연소가 어려워지고, 연료 소모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데요. 특히 오랜 시간 사용한 보일러는 일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나 안전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에 환경부는 친환경보일러 설치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는데요. 환경부 연구에 따르면 10년 이상 된 보일러를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로 교체하면 에너지 소비효율이 약 12% 향상되며, 가스요금이 연간 최대 44만원(2023년 1월 도시가스 요금 기준) 절감될 수 있습니다.
 
보일러 교체 설치 모습.(사진=귀뚜라미보일러)
 
보일러 교체, 집주인과 세입자의 딜레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일러 교체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책임 소재 문제입니다. 
 
전세나 월세로 거주하는 경우, 보일러 교체 비용은 집주인이 부담하는데요. 집주인 입장에서는 보일러가 노후화 되더라도 잘 작동하는 한 교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입자는 난방비 절감을 위해 새 보일러로 교체하고 싶지만, 집주인은 비용 부담을 꺼립니다. 
 
집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보일러는 다용도실이나 베란다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어 교체 필요성을 인식하기 어려운 데다, 초기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점도 교체를 미루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보일러 사용자 인식 개선 필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일러 업계는 인식 개선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경동나비엔은 작년 9월 '선물은 나비엔' TV 광고를 통해 보일러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최근엔 폐보일러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전시와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 홍보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귀뚜라미보일러 역시 최신 I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보일러를 선보이며, 보일러를 단순한 난방 기기가 아닌 '4계절 생활 필수가전'으로 인식시키려 노력 중입니다.
 
현재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보일러 제품으로는 경동나비엔의 'NCB354', '나비엔 콘덴싱 ON AI'와 귀뚜라미의 '거꾸로 NEW 콘덴싱 L10·P10', 'ECO 콘덴싱 L20' 등이 있습니다.
 
NCB354는 가장 흔히 쓰는 보급형 모델로 프리미엄 열교환기를 적용해 열효율을 극대화했고, '듀얼센싱' 기능을 통해 온도 제어가 가능합니다. 나비엔 콘덴싱 ON AI는 AI 서버가 가정의 온수 사용 패턴을 자동으로 분석하고 주사용 시간에 맞춰 빠르게 온수를 공급하는 게 특징입니다. 
 
귀뚜라미의 거꾸로 NEW 콘덴싱 L10은 난방과 온수 공급 기능에 IT 기술을 결합한 스마트 보일러로, 실시간으로 온도를 조절하고 연료 사용량을 최적화하는 기능이 탑재됐습니다.
 
경동나비엔의 '나비엔 콘덴싱 ON AI' TV-CF.(사진=경동나비엔)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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