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삼성그룹 중역인 최윤호 사장이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장으로 부임한 데 대해 좌천설도 돌았지만 내부에선 중책을 맡은 것이란 시각이 우세합니다. 기업집단 컨트롤타워 부재로 사업적 위기가 왔다는 내부 진단 아래 미래전략실의 경영진단팀 기능을 되살렸고 그 역할을 맡겼다는 관측입니다. 경영진단팀의 부정감사기능을 배제함으로써 미전실의 부정적 논란을 피하고 컨설팅에 집중해 컨트롤타워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최윤호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장. 사진=삼성
보통 이런 경영 컨설팅은 투자은행(IB)들의 전문 영역입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20일 “IB의 컨설팅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내부사정을 더 잘 알고 사업적 전문성도 높다. 이를 위해 각 계열사에서 인력을 파견받는 형태가 결합돼 구성원이 모일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주변에선 100명 안팎이 될 거란 예상도 나왔지만 이 관계자는 “과거 부정감사기능을 겸했던 경영진단팀이 30명 정도라 그 정도의 대규모는 아닐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다른 관계자는 “최윤호 사장과 박학규 사장 등 이전 미전실 출신이 연말 인사에서 주목받았는데 삼성전자 TF팀에 속한 박 사장에 비해 그동안 역할이 없던 삼성글로벌리서치는 외진 곳으로 비칠 수 있다”면서도 “최 사장은 정현호 팀장과 같은 재무통으로 미전실에서 엘리트코스를 밟았고 삼성SDI 실적도 경쟁사들에 비해 선방해 내부적으론 평가가 높았다”고 전했습니다.
재계에서 그룹 컨설팅은 총수일가 지분이 많은 지배기업에서 수행합니다. 그러면서 계열사로부터 높은 수수료를 챙기는 문제로 논란도 낳았습니다. 반면 삼성글로벌리서치는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등 계열사가 고루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총수일가 지분이 없어 논란에선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과거 명성이 높았던 삼성글로벌리서치는 경제보고서를 내며 국가적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했었습니다. 하지만 정권의 과민한 반응 때문에 보고서를 더 이상 안 내게 됐다는 후문이 들립니다. 이후 싱크탱크 기능이 사양화됐던 삼성글로벌리서치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얻게 됐습니다.
또다른 삼성 관계자는 “요청을 받는 경우에 한해 컨설팅을 한다곤 하지만 아무래도 실적이 부실한 계열사가 등 떠밀리듯 할 수 있다”며 “부정감사기능을 뺐다지만 컨설팅 회사의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하는 과정에서 부정이 발견될 수도 있다. 컨설팅 성과를 내는 것과 미전실 기능 부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씻는 것도 컨트롤타워 실험 과제”라고 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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