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계엄령 사태가 발생한 하루 새 삼성그룹 시가총액은 약 7조원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외 신인도 하락과 자본 이탈, 환율 급등에 따른 외환손실, 식물정부, 식물외교 등에 따른 추후 경제적 파장을 고려하면 계엄 사태로 인한 누적 손실이 천문학적으로 예상됩니다. 종잡을 수 없는 경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 사태 수습을 위해 정치적 극한 대치 국면의 종결이 요구되지만 여야는 또다시 탄핵으로 부딪혀 재계서도 한숨 섞인 반응이 나옵니다.
가뜩이나 저조한 시총에 불
5일 한국거래소 및 각 그룹 등에 따르면 3일 종가에서 4일 종가 기준 삼성그룹 시가총액은 하루새 6조8000억원 감소했습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호재가 건재한 SK만 4000억원 올랐습니다. LG그룹은 3조원, 현대차그룹은 2조2000억원 감소했습니다. 최근 중국발 철강 저가공습 악재가 닥친 포스코그룹은 계엄 사태까지 겹쳐 1조5000억원 줄었습니다.
시총 10위권 그룹 시총은 모두 8조9000억원이 하루만에 날아갔습니다. 그 중 경영권 분쟁 탓에 주가가 폭등한 영풍그룹을 제외하면 감소액은 11조6000억원이나 됩니다. 물론 감소한 시총은 회복할 수도 있지만 향후 탄핵정국 등 불확실성이 짙은 시장에 웬만한 호재 없이는 반등이 어려워 보입니다. 더욱이 국내외 투자자의 한국 이탈 현상이 짙은 국면에 불을 질렀습니다. 외국인 이탈도 심하지만 국내 투자자의 해외 이탈도 심각한 양상입니다.
한국은행의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올 3분기 대외금융자산은 2조5135억달러(5일 환율 기준 약 3553조원)로 전년동기 2조2469억달러(3177조원)에서 폭증했습니다. 그 중 증권투자는 같은기간 7981억달러(1128조원)서 9969억(1409조원)달러가 됐습니다. 또 지분증권은 5754억달러(813조원)서 7386억달러(1044조원)로 증가했습니다.
반대로 국내 외환보유액은 11월말 기준 4153억9000만달러(587조원)로 전월말 대비 3억달러(4242억원) 감소했습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아직 양호한 수준이지만 흐름이 나쁩니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 이탈 외에도 외국인 이탈 역시 길어졌습니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를 보면, 9월 7조6643억원, 10월 4조6639억원, 11월 4조4887억원씩 순매도를 이어갔습니다. 계엄령 사태가 발생한 4일에도 17시 기준 외국인의 국내 주식은 4226억원 순매도를 찍었습니다.
기업들은 이런 자본시장의 약세로 자금조달비용이 상승하게 됩니다. 더욱이 달러화 부채에 대한 부담이 환율 급등 탓에 중첩됩니다. 국내 대외채무는 3분기 7026억달러(993조원)로 2분기 6582억달러(931조원)보다 커진 상황에서 계엄 사태로 인한 환율 폭등으로 평가손이 생겼고 상환부담도 커졌습니다. 대외채무 중 단기 차입금도 2분기 672억달러(95조원)서 3분기 749억달러(105조원)까지 올랐던 참입니다.
'한국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미국 시민을 위한 안내'가 주한미국대사관 웹사이트에 게시됐다. 사진=연합뉴스
한국만 빠진…산타랠리가 뭔가요?
예산안 지연, 종북세력 등을 운운한 비상계엄 명분에 비해 경제적 손실이 막대합니다. 간밤 뉴욕증시는 사상최대치를 찍는 등 우리와 다르게 활황을 누렸습니다. 글로벌 증시가 산타랠리를 즐기는 것과 달리 “더 나빠질 것도 없다”는 국내 투자자들의 자포자기한 반응이 대조됩니다. 비상계엄령 사태 후 국무위원 등 내각 각료에 대한 사퇴책임도 불거졌습니다. 탄핵정국이 겹쳐 식물정부가 전개되면 경제계의 회복도 기약하기 어려워집니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은 친기업정부의 감세정책 등에 도움을 받지만 그 구성원은 일반 국민으로서 수용하기 어려운 선이 있다”며 “민주주의를 파괴한 권력자의 범죄를 사과로 넘기는 선례가 생기면 시장을 지탱하는 신뢰와 상식도 무너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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