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김유정 인턴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이후 약 5일 동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입장은 모호했고 시시각각 변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탈당과 '조속한 집무집행 정지'까지 요구하면서 탄핵소추안 가결 분위기를 고조시켰지만, 윤·한 면담과 110초짜리 대국민 담화 이후 탄핵에 대한 한 대표의 입장은 180도 전환했습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정국 안정 방안을 사실상 자신에게 일임하자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도 된 듯 '질서 있는 퇴진'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질서 있는 퇴진을 명분으로 정부·여당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의도입니다. 반헌법적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정치적 이익'만 따졌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윤석열과 밀실 면담 후…한동훈, '입장 급변'
8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대표의 입장은 △위헌·위법 계엄 △윤석열 탈당·내각 총사퇴·국방부 장관 해임△조속한 직무집행 정지 △질서 있는 퇴진으로 변화했습니다.
지난 3일 밤 여당도 알지 못했던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한 대표는 "위헌·위법한 계엄 선포"라고 비판했고, 군·경을 향해서는 "반헌법적 계엄에 동조하고 부역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추경호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국민의힘 의원들 다수가 당사에 머무는 사이 한 대표는 친한(친한동훈)계를 '계엄해제 결의안' 표결로 이끌었습니다. 당시 한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본회의장에서 손을 맞잡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탈당과 내각 총사퇴, 김용현 국방부 장관 해임이라는 3가지 방안을 제시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습니다. 다만 이 당시에도 한 대표는 당론으로 결정된 '탄핵 반대'에는 뜻을 같이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던 중 계엄군이 한 대표를 체포하려 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윤 대통령에 대한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대표가 사실상 탄핵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야권에서 추진하는 탄핵 소추안이 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한 대표의 입장 변화가 감지된 건 6일 오후가 지나서입니다. 윤 대통령은 탄핵 가결 분위기가 고조되자 한 대표와의 긴급 면담을 요청했는데요.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 대해 "대통령으로부터 판단을 뒤집을만한 말은 못 들었다"면서도 "당론으로 정해진 것은 못 바꾸겠지만 제 의견은 직무집행 정지"라고 밝혔습니다. 이때부터 '조속한'이라는 표현이 빠졌습니다.
결국 한 대표는 탄핵소추안 표결 당일 그간의 입장을 질서 있는 퇴진으로 후퇴시켰고, 윤 대통령은 '친위 쿠데타'를 벌였음에도 탄핵되지 않았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임기 단축 로드맵 발표를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권' 쥐고 주도권 장악…대선 로드맵
한 대표의 입장이 시시각각 변화한 건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진 영향으로 보입니다. 탄핵 반대라는 입장을 견지하던 한 대표는 자신이 계엄군 체포 명단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야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를 촉구했습니다. 자신의 '안위'가 배경이 된 셈입니다.
한 대표가 다시 탄핵 반대로 돌아선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정국 운영을 '당에 일임'한다고 하자 한 대표는 곧바로 탄핵 시나리오를 질서 있는 퇴진으로 새로 썼습니다.
한 대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민생을 챙기겠다고 밝혔는데요. 사실상 반헌법적인 '대통령 대행'으로 정부·여당의 '전권'을 쥐고 질서 있는 퇴진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계획입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와 여당 대표가 같이 행사한다는 것은 헌정질서 파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성식 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한동훈·한덕수 권력이네요"라며 "선출됐나, 헌법에 있나, 법률에 있나, 국민으로부터 언제 위임을 받았나"라고 지적했습니다.
한 대표 입장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친윤(친윤석열)계에 가로막혔던 정치적 존재감을 드높일 기회이기도 합니다. 탄핵에 동조하던 친한계 내부에서도 조기 대선에 따른 이 대표의 당선을 경계하고 있는데요. 한 대표는 질서 있는 퇴진을 통해 시간을 끌며 야당 대선 후보들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하는 등 차기 대선을 준비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바로 탄핵이 되면 권력은 야당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며 "오래전부터 대권 여론조사에서 2등을 이어 온 한 대표가 여권에 불리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동인 기자·김유정 인턴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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