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1월 6일 18:2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보험업계가 자본적정성 추가 하락 위기에 놓였다. 이미 상반기 지급여력(K-ICS) 지표가 크게 저하된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 보험부채 할인율 제도 변경, 각종 위험액 증가 등 외부 환경이 K-ICS 산출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중소형사뿐만 아니라 대형사들도 K-ICS 비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IB토마토>는 K-ICS 지표의 구조별 전망과 대응 전략, 그리고 그에 따른 제한 사항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보험사가 자본적정성 관리에 애를 먹을 전망이다.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은 감소하는데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은 커진 탓이다. 요구자본을 구성하는 각종 위험액이 늘어나는 가운데 새로운 위험액까지 추가됐다. 자본적정성 보완 장치인 ‘경과조치’ 효과도 줄어들고 있어 요구자본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늘어나는 위험액, ‘기초가정위험액’도 추가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보험사 요구자본은 약 127조8000억원이다. 지난 1분기 125조6000억원 대비 2조2000억원 늘었다. 이는 보험사가 특정한 기간(통상 1년) 동안 잠재적 경제 손실이 발생할 위험을 측정한 금액이다.
요구자본 구성은 각종 위험액으로 이뤄지는데 ▲생명·장기손해보험리스크 ▲일반손해보험리스크 ▲시장리스크(금리리스크 포함) ▲신용리스크 ▲운영리스크 등이다. 개별 항목의 요구자본을 먼저 구한 후 관련 계산식 내 상관계수를 적용하면서 최종 산출하는 방식이다.
보험사 자본적정성 지표인 K-ICS 비율은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으로 나타낸다. 가용자본 감소가 산출 과정에서 분자를 줄였다면, 요구자본 증가는 분모를 늘렸다. 지난 2분기 K-ICS 비율이 크게 하락한 것도 가용자본과 요구자본 양측에서 모두 불리한 방향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K-ICS 체계서 요구자본은 증가 흐름이 기본이다. 보험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해 수입보험료를 얻지만 향후 지급보험금으로 다시 돌려줘야 한다. 신계약을 확보하면 할수록 인식하게 되는 위험액도 커지는 구조다.
생명·장기손해보험리스크의 경우 보험사 영업 포트폴리오에 맞춰 사망위험액, 장수위험액, 장해·질병위험액, 장기재물·기타위험액, 해지위험액, 사업비위험액, 대재해위험액 등을 하위 위험으로 구분해 측정한다. 관련 상품을 판매하면 해당 부문의 위험액도 증가하는 식이다. 이외 금리나 주식 등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시장리스크 위험액도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새 회계기준 IFRS17이 도입된 이후 각종 위험액이 정교해지고 있는데, 올해는 특히 ‘기초가정위험액’이 요구자본에 추가 적용되면서 부담이 더욱 커졌다. 이는 보험금·사업비 예실차(예상과 실제 금액 차이를 반영하는 계정) 위험액으로 산출하며 운영리스크 항목에 포함된다.
기초가정위험액은 모든 보험사가 지난 1분기부터 새로 반영하고 있다. 그 결과 상위 항목인 운영위험액이 크게 증가했는데, 많이 인식한 곳은 올 상반기 기준
삼성화재(000810) 5000억원, 메리츠화재 8400억원 등 수천억원 단위로 늘었다. 예실차는 생명보험보다 손해보험 내 장기보험에서 리스크로 작용하는 만큼 해당 부문의 요구자본 증가는 손해보험사에서 크게 나타났다.
‘경과조치’ 효과 점차 소멸…위험액 인식비율 상승
K-ICS 도입에 대비해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경과조치를 신청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해뒀는데, 이는 K-ICS 하방 압력을 줄여주는 요소다. 가용자본에서는 시가 평가에 따른 자본력 감소를, 요구자본에서는 위험액 증가를 점진적으로 나눠 인식하는 방식이다. 불리한 사항을 덜 반영하는 것이다.
경과조치는 12개 생명보험사와 6개 손해보험사(재보험사 제외)가 신청해 혜택을 받고 있다. 지급여력 관련 지표는 보험사 회계·감독 기준이 IFRS17·K-ICS로 바뀌면서 기존의 RBC보다 더 세밀한 잣대가 적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보험업계가 지난해 선방한 배경 중 하나가 이 경과조치 효과다.
올 상반기 요구자본의 경우 경과조치 후 기준이 약 119조8000억원이다. 경과조치 전 보다 8조원가량 줄었다. 해당 금액만큼 위험액을 덜 인식한 셈이다. 앞선 1분기에도 8조4000억원 정도의 효과를 봤다.
다만 경과조치 효과는 일시적이다. 적용 기간이 최대 10년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해당 효과가 차차 소멸한다. 가용자본은 지급여력 가산 적용비율이 지난해 100%였지만 매년 10%p씩 줄어든다. 요구자본에서는 그동안 인식하지 않았던 신규(장수·사업비·해지·대재해) 위험액을 매년 10%p씩 늘려가며 반영한다. 기존 위험액 인식비율도 점차 상승한다.
정원하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경과조치를 신청했던 보험사는 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자본적정성 관리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라면서 “요구자본 변동 규모는 개별 보험사 보험 포트폴리오나 운용자산 구성에 따라 다를 것이나, 보험업 전반적으로는 자본 관리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