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손해보험사들이 안전운전점수가 높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자동차보험료를 할인해주는 특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적자 구간에 돌입한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사고율을 줄여야 하는데요. 안전운전자에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손해율 관리와 우량고객 유치 등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목적입니다.
안전운전 보험료 할인 경쟁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AXA손해보험이 지난 17일부터 개시된 자동차보험에 한해 '커넥티드카 안전운전 할인 특약'의 할인율을 18.4%로 강화했습니다. '커넥티드카'는 자동차 출고 시 장착된 단말기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자동차의 사고 또는 운행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차량입니다. 피보험자의 운행기록에 따라 안전운전점수가 책정되는데, 70점 이상인 경우 해당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내비게이션 앱과 연동해 보험료를 내려주는 특약도 있습니다. AXA손보 자동차보험의 '티맵 안전운전 할인특약' 가입 시 티맵을 이용해 안전운전 점수 80점 이상을 기록하면 8.5%의 보험료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삼성화재(000810)도 '티맵 착한운전 할인특약' 상품을 판매합니다. 티맵 앱을 통해 책정된 안전운전점수가 76점 이상인 경우 최대 19.7%, 91점 이상인 경우 최대 24.7%의 할인율을 제공합니다.
DB손해보험(005830)은 '네이버지도 안전운전특약'을 통해 최저 5.7%에서 최대 22.4%까지 할인율을 제공합니다. 네이버지도 앱을 통해 책정된 안전운전점수가 71점 이상일 때 할인이 적용됩니다. '티맵·카카오내비 안전운전 특약' 상품도 운용하는데요. 안전운전점수 61점 이상 시 최저 0.8%에서 최대 18.3%까지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KB손해보험 22.1% △하나손해보험 20.6% △
현대해상(001450)·캐롯손해보험 18.0% △메리츠화재·흥국화재 14.0% 순으로 안전운전 특약 할인율이 책정돼 있습니다.
다만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주의할 사항도 있습니다. 이동통신단말장치를 활용한 안전운전 특약에 가입한 고객이라면 보험기간 중 번호이동을 해 이동통신사업자를 변경하는 경우 계약이 무효 또는 해지될 수 있습니다.
일정 거리 이상 주행한 기록이 있어야 안전운전점수가 산정되는 제약도 있습니다. AXA손보의 커넥티드카 안전운전 특약의 경우 점수 확인일 기준 최근 90일간의 피보험자동차 운행기록을 기반으로 점수가 산정됩니다. 해당 기간 최소 500km 이상 주행한 기록이 있어야 합니다.
DB손보도 안전운전점수 확인일 직전 90일 이내에 500km 이상 주행해 산정된 점수로 평가합니다. 삼성화재는 확인일 기준으로 직전 6개월 이내에 500km이상 주행해 산출된 점수에 한해 안전운전점수를 인정합니다. 아울러 자녀 운전자 한정운전 특약에 가입한 고객은 안전운전 특약을 가입할 수 없습니다.
AXA손해보험이 지난 17일부터 개시된 자동차보험에 한해 '커넥티드카 안전운전 할인 특약'의 할인율을 18.4%로 강화했다.(사진=뉴시스)
손해율 관리 '포석'
보험사들이 안전운전 습관을 지닌 고객 유치에 발 벗고 나선 이유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관리하기 위한 것입니다.
메리츠화재·한화손보·롯데손보·삼성화재·현대해상·KB손보·DB손보 등 7개 손보사의 지난 9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87%에 육박합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83% 대비 4%포인트 올랐습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계약자로부터 받은 보험료에서 사고가 발생해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의미하는데요. 손해율이 오를수록 보험사의 수익성은 떨어집니다. 통상 자동차보험 손익분기점은 손해율 80%대 초반을 기준으로 합니다. 손해율 80%를 넘기면 보험상품을 팔아도 적자가 나는 구조입니다.
손해율 관리에 나서야 하는 보험사들은 교통사고 발생율을 낮추기 위해 안전운전에 대한 유인책 마련에 나선 것입니다. 보험료 할인 혜택을 연계하면 운전자에 안전운전에 대한 동기 부여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천지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용량기반보험(UBI) 상품 도입 후 보험금 청구건수가 12% 감소하는 등 안전운전에 대한 보험료 할인이 사고율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보험사는 안전운전 점수를 산정하기 위한 데이터에 접근하기 위해서 외부업체와 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안전운전 특약 할인율을 강화하는 것이 운전자들이 안전운전 습관을 들일 수 있는 유인책이 될 것이라고 본다"며 "궁극적으로 자동차 사고율을 낮추는데 기여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9월 손보사 7곳은 자동차보험 손해율 평균 87%를 기록했다. 통상 80% 초반 대가 손익분기점이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손해율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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