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예산안)②베일 싸인 '지출 구조조정' 24조…자취 감춘 '재정준칙' 3%
정부, 하반기 국세수입 15조 전망…"지나치게 낙관적"
'역대 최대' 지출 구조조정 내역 미공개…'깜깜이 행정'
2024-08-27 17:25:54 2024-08-28 09:40:49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년 예산안 및 2024~2028 국가재정운용계획에 관해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동일 예산실장, 오른쪽은 김언성 재정관리관.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윤석열정부가 '건전재정' 기조를 내세우지만 집권 3년째 이를 준수하지 못하면서 비판이 거셉니다. 그동안 법인세 등 지속적인 감세 조치에 국세수입이 크게 줄었는데요. 정부는 올해도 15조여원이 더 걷힐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더불어 정부와 가계가 진 빚이 올해 2분기 말 처음으로 3000조를 넘어선 가운데, 짠물 예산 편성으로 재정의 역할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내수 부진이 더 깊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며 하나의 성과로 내세우고 있는데요. 하지만 어느 분야에서 얼마나 줄였는지 세부적인 항목을 공개하지 않아 사실상 검증을 회피하는 '깜깜이 행정'이란 비판도 제기됩니다. 세수 예측부터 실패가 거듭되면서 윤석열정부 집권 초기 약속했던 '재정준칙 3%'를 향한 길은 여전히 멀었다는 평가입니다. 
 
3년째 세수 예측 실패…'낙관적 시각' 탓
 
27일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확정·의결한 '2025년 예산안'을 보면, 내년 총수입은 국세를 15조1000억원(4.1%) 더 걷고, 기금 등 세외수입을 24조5000억원(10.0%) 늘려 올해보다 6.5% 증가한 651조8000억원으로 편성됐습니다. 
 
이중 내년 국세수입 예산은 올해 예산(367조3000억원)보다 15조1000억원 증가한 382조4000억원으로 짜였는데요. 여기에는 정부가 올해 기업 실적이 좋아졌다는 평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법인세(10조8000억원), 부가가치세(6조6000억원)·소득세(2조2000억원) 등 각각의 세목이 국세수입 증가를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반면 정부는 내년 총지출 증가율을 3.2%로 억제하면서 지출 예산은 677조4000억원으로 편성했습니다. 역대 최저인 올해 총지출 증가율 2.8%에서 0.4%포인트 늘린 것인데요. 올해보다 다소 올려잡으면서도 역대 최대인 24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국세수입이 증가할 것이란 예측을 내놓으면서도 지출을 억제하는 것은 윤석열정부가 출범할 당시 내걸었던 재정준칙 공약 때문인데요. 윤석열정부가 말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을 -3% 이내'로 맞추려면 내년 수입이 늘어나도 지출을 줄여야 합니다. 
 
하지만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도 올해 추산한 세수결손만 23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이를 기준으로 삼아도 내년도 수입 전망치가 지나치게 크다고 지적합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벌써 3년째 세수 예측이 실패하고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세입이 모자랄 것이 예측되면서 일각에선 330조 정도를 예상했다"며 "예측 실패는 처음부터 보수적으로 수치를 잡지 않고 낙관적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SOC 줄었지만…지출 구조조정 내역 '깜깜이' 
 
윤석열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건전재정'을 국정 기조를 내걸었습니다. '건전재정'을 지키기 위해 내년에도 24조원에 달하는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는 방침인데요. 국가부채를 최소화하면서도 불요불급의 사업을 줄여 필요한 사업의 재정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입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5년 예산안' 사전 브리핑에서 "전 부처가 합심해 관행적이고 비효율적인 사업을 과감하게 축소함으로써 총 24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며 "3년 연속 20조원 이상의 구조조정을 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기재부가 발표한 12대 주요 분야별 예산 증감을 보면, 사회간접자본(SOC)을 제외하면 모든 분야에서 올해보다 내년 예산이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대폭 삭감한 연구개발(R&D) 예산도 전년보다 증가했지만, 이전 수준은 회복하진 못했습니다. 
 
유일하게 올해(26조4000억원)보다 9000억원 줄어든 SOC 분야는 불필요한 사업 구조조정이라기보다 1조1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 완료된 영향 때문이라고 기재부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또 신공항·도로 등 신규 SOC 사업은 아직 재정 지출이 크게 드는 부분이 아니라는 설명만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지출 구조조정이 어느 부분에서 얼마나 단행됐는지 보이지 않는다며, 공개하지 않는 불투명한 행정에 대해서도 거세게 비판합니다. 아울러 2년간 구조조정 영향으로 순수한 재량지출의 여력이 많지 않은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김 교수는 "올해 재정준칙 3%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면서 "올해 상반기 국채가 3000조에 달해 내수 회복도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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