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초저가 공세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가 이제는 국내 패션 분야까지 진출을 시도하며 영역을 무섭게 확장해나가는 모습입니다. 알리익스프레스(알리) 등 C커머스 업체들은 주력 상품인 공산품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 대비 월등한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해 왔는데요. 최근 C커머스가 우리 소비자들의 삶과 밀접한 신선식품을 선보인데 이어 이번 패션 분야의 문까지 두드리자, 국내 이커머스 시장 자체가 C커머스에 빠르게 잠식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는 실정입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는 현재 글로벌 투자기업 퍼미라,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등과 2000억원대 투자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 중 알리의 모기업 알리바바가 약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투자 계약이 이뤄지면 알리바바는 5%대의 에이블리 지분을 확보하게 됩니다. 알리바바가 국내 이커머스에 지분을 투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같은 흐름이 전개되는 데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에이블리의 지난해 매출은 2595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증가하며 3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 또 영업손익도 지난 2022년 744억원 손실에서 작년 33억원 이익으로 흑자 전환했는데요.
풀필먼트 솔루션 '에이블리 파트너스'와 뷰티, 디지털, 라이프, 푸드 등 패션 외 영역의 카테고리가 높은 성장세를 보인 점이 주효했습니다. 아울러 에이블리는 유행에 민감하고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밀레니얼+Z)세대의 탄탄한 호응을 얻고 있는데요.
이미 알리를 통해 패션전문관을 운영하며 K-콘텐츠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선 알리바바 입장에서는 이번 대규모 투자를 통해 탄탄한 수요층과 성장성을 갖춘 에이블리와의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인 쉬인도 국내 패션업계로서는 직접적 위협 요인입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쉬인은 지난해 20억 달러(2조7000억원) 수준의 순이익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전년 7억 달러(약 9400억원) 대비 3배에 육박하는 수치입니다.
특히 시장조사기관 코어사이트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쉬인은 전 세계 패스트 패션 시장 점유율 18%를 기록했는데요. 쉬인은 아직까지는 알리나 테무처럼 국내에서 사업을 본격화하지는 않은 상태입니다만 시간의 문제일 뿐 곧 국내에서 공격적인 저가 마케팅에 나설 경우 수많은 우리 패션 기업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한 국내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그간 C커머스가 저가 공산품들을 중심으로 인지도를 높여왔지만 이는 품질 경쟁력을 갖췄던 국내 업체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신선식품이나 패션 품목으로의 영역 확대는 아예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특히 패션의 경우 국가 문화 및 콘텐츠와 밀접히 닿아있는 만큼 C커머스에 주도권을 내주면 추후 전체 산업이 종속될 우려가 있다"며 "현재 미국이나 유럽이 C커머스를 경계하는지를 유심히 살펴보면 답이 나오는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미지=에이블리)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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