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톡신, '국가핵심기술' 해제 찬반 가열
2024-01-10 14:48:52 2024-01-10 14:48:52
 
[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14년 전 공표된 '보툴리눔 독소 제제 생산기술'에 관한 개정 고시로 해외 진출에 곤욕을 겪자 업계 간 의견을 수렴해 해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간 해제 찬반 논란이 격화되면서 진통이 예상됩니다.
 
10일 제약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가 핵심기술 지정은 산업 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류에 근거해 2010년 1월 보툴리눔 톡신 제제 생산기술에 관한 고시 개정이 공표됐습니다. 이후 2016년 11월 추가 고시를 통해 국가 핵심기술로까지 지정되는 절차를 밟았습니다.
 
(사진=뉴시스)
 
국가 핵심기술은 정부가 특별히 지정한 산업 기술로 이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이나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을 때 지정됩니다.
 
국가 핵심기술 지정 해제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2016년 톡신 균주의 핵심기술 지정 자체가 비상식적이란 입장입니다. 산업기술보호법의 제2조 1호에 따르면 국가 핵심 기술은 '방법' 내지 '기술상의 정보'를 뜻합니다. 하지만 보툴리눔 균주를 포함한 세균은 살아 있는 미생물입니다. 법률상 적극적으로 해석해도 '물건'에 해당돼도 '방법' 또는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미생물은 자연에 존재하는 건데 국가의 핵심 기술로 지정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이 같은 사례가 다른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 걸로 안다"면서도 "이미 대테러 방지법, 대외무역법 등 규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중복 규제를 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내 시장은 좁기 때문에 산업 전체 발전을 위해서는 국가 핵심 기술 해제가 맞다고 본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보툴리눔 톡신 제제 생산기술은 국내 기업을 빼고 세계 10개국의 29개 기업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기업은 10조원 규모에 이르는 톡신 제제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은 생산 기술 단계에서부터 '국가 핵심기술'이란 명목으로 애를 먹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초창기에는 업계에서 균주 이슈가 분명히 있어 규제가 가해졌지만 지금은 그럴 단계를 벗어났다. 우리나라가 글로벌에서 선점하는 측면에서 해외 진출에 대한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면서 "시대적 상황을 고려할 때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글로벌 진출을 모색할 수 있게 열어주는 것이 좋은 방향"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규제가 사라지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낼지 몰라도 우리나라 경쟁력 약화로 연결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됩니다. 한 보툴리눔 업계 관계자는 "균주가 국가 핵심 기술에서 해제되면 균주 거래가 정부의 승인 없이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어  "그간 균주는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돼 우리나라가 성장시켜야 할 업종으로 선정됐는데, 규제가 사라지게 되면 균주 보유 기업이 많아져 우리나라의 경쟁력 약화로 연결된다"라고 말했습니다.
 
톡신 국가 핵심 기술 지정 해제와 관련해 찬반 논란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보툴리눔 톡신 기업체 입장을 취합해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달한 상황입니다.
 
현재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업계 의견은 유지 2~3곳, 중립(완화) 1~2곳, 나머지 대다수 기업은 해제 찬성으로 파악됐습니다. 산자부에서는 산업기술보호위원회에 상정(예정)한 후 지정 해제 여부를 공식적으로 논의할 예정입니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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