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괴물이 된 정권
…" 언론의 자유가 유령처럼 사라졌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가짜뉴스 프레임이 집어삼켰습니다.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엔 재갈을 물렸습니다. 이쯤 되면 권력의 폭주입니다. 자유주의를 외친 리버럴정권이 되레 '표현의 자유'를 난도질하고 있습니다. 5년 권력의 단맛에 취한 걸까요. '방약무도(남을 의식하지 않은 방자한 행동)'한 정치권력이 기본권마저 파괴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간데없고 '윤주주의'만 나부끼고 있습니다.
KTV, 서면통보 없이 영상제공 중단…왜?
사상 초유의 한국정책방송원(KTV국민방송·원장 하종대) 영상제공 중단 사태는 이렇습니다. 본지는 지난 2일 한국정책방송원으로부터 돌연 KTV 영상제공 불가 통보를 받았습니다. KTV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정책방송원이 운영하는 방송채널로, 업무협약(MOU)을 한 언론사에 정부 부처 영상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뉴스토마토>는 더는 KTV 영상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본지의 약관 위반(KTV 영상 다운로드 재가공)을 문제 삼은 한국정책방송원은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비판 기사를 콕 짚어 "대통령실에서 난리가 났다"고 전했습니다. 이 기사는 지난 3일자 1면 톱인 <방미 성과 '자화자찬'…태영호마저 '찬물'>이란 제하의 기사입니다. 한국정책방송원은 이 기사가 포털에 송출된 지난 2일 오후 영상제공 중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지난 2021년 2월 19일 한국정책방송원과 체결한 업무협약을 다시 꺼냈습니다. 한국정책방송원이 영상제공 중단의 명분으로 삼은 것은 제4조 제1항(편집방송이 불가피한 경우 사전협의를 거쳐 본래 의미를 변질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방송)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동 협약 제6조엔 '본 협약을 지속할 수 없을 때 일주일 전에 협약종료 의사를 서면으로 통보한다'고 돼 있습니다. 한국정책방송원은 서면통보 전, 왜 영상제공 중단부터 했을까요.
언론에 공개 못 할 '사정의 변경'이라도 있었습니까. 무속인 천공의 대통령실 관저 개입 의혹 보도와 정녕 무관합니까. 공교롭게도 이 기자는 대통령실이 고발한 언론인 중 한 명입니다. 정권에 비판적인 <오마이뉴스>와 <시사인>은 업무협약 위반 사실이 없음에도 KTV 영상 다운로드 제한 통보를 받았습니다. 비판언론에 대한 재갈 물리기가 아닌지요.
내부식민지 일상화…선택 강요받는 언론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언론사는 정치권력의 통제·지배를 받는 '내부 식민지' 상태로 전락했습니다. 무속인 천공 의혹 보도를 한 언론사의 기자가 대통령실 출입을 봉쇄당해도 기자단 차원의 공식 항의도 없습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패배 의식이 전방위로 퍼진 결과입니다.
작금의 언론은 민주주의 제4부인 권력 견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입니다. 정치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이 비판적 언론을 길들이면 우리에게 이익이라는 '내부식민지의 망상'을 끊지 못하는 한, 이들의 폭주는 계속될 것입니다.
그러나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단연코 가라앉지 않습니다. 역사가 증명했습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전, 언론은 1974년 12월 <동아일보> 백지 광고 사태를 통해 박정희 군부독재에 항거했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외신은 한국 언론을 향해 "유령의 적과 생명을 걸고 싸우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민주주의는 제4부인 언론의 제 역할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윤 대통령님, 가짜뉴스 프레임부터 전 정권 탓, 좌파 타령 등 극단적 이데올로기 사관을 멈추십시오. 그 자체가 그레고리 헨더슨이 말한 혼돈의 '소용돌이 정치'를 가속하는 망조의 길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윤 대통령 입맛에 맞는 '기쁨조 언론'이 아닙니다. 권력과 자본의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는 불나방 같은 언론도 아닙니다. 중세 시대 로마 교황청에서 추대 후보자의 흠집을 찾아내던 '악마의 변호사'를 곁에 두십시오. 5년 권력은 아침 안개와 같이 찰나의 순간에 사라집니다.
최신형 정치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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