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 14일 강선우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출석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의 인사청문회. (사진=뉴시스)
"일반 직장 내 갑질과 의원·보좌진 관계는 성격이 다르다."(문진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순간 귀를 의심했다. 하나도 안 변했다. 그대로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아시타비'의 일상화. 확증편향 오류에 빠진 선택적 정의. 특정 팬덤 뒤에 숨은 극단적 피아 구분. 민주주의 따윈 없다. 자유주의를 가장한 민주집중제. '다수를 따르라'는 단순한 명령. 당의 전체주의 문화는 여전했다. 애초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적극 엄호한 당정 얘기다.
실패한 강선우 일병 구하기
예고된 참사였다. 강 전 후보자가 화룡점정을 찍은 인사 논란. 처음이 아니다. 이재명정부 고위직 '1호 낙마'인 오광수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특수통 출신인 그는 '차명 부동산 의혹' 한 방에 날아갔다. 불과 임명 닷새 만에.
집권 초 인사 퍼즐의 핵심인 민정수석이 엇나가자, 함량 미달의 인사가 줄줄이 나왔다. 최근 5년간 세비가 5억1000만원인데, 지출은 13억원인 여의도판 오병이어 기적을 보여준 김민석 국무총리, 교육부 장관 잔혹사를 이어간 '표절왕' 이진숙 전 사회부총리. '계엄 옹호' 강준욱 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까지.
이뿐만이 아니다. 1차 슈퍼 위크 대상자였던 16명의 장관 후보자 중 7명이 직무 관련 주식 보유 등 '이해 충돌' 인사. 경자유전 원칙을 어긴 '땅 사랑맨'도 4명. 이쯤 되면 까도 까도 '양파 정권'에 내로남불 이상의 안면 몰수.
기름은 부은 것은 '갑질 의혹' 정점인 강선우 일병 구하기. 보좌진을 넘어 기관 갑질까지. 보좌진에겐 해고를, 기관엔 예산 삭감을. 전자엔 밥줄을, 후자엔 돈줄을 각각 끊은 비열한 작태. 사실상 목숨줄 끊어도 '나 몰라라' 하는 미필적 고의 아닌가.
강선우 사퇴, 끝 아니다

그 와중에 나온 '의원·보좌진'의 특수관계론. 우리는 다르다는 차별 논리. 갑질에 파고든 상대성 이론. 이쯤 되면 민주당판 블랙코미디. 하지만 특수관계는커녕 그 이면에 깔린 것은 선민의식.
특수관계론의 허구. 하나, 국회의 '의원·보좌진'과 일반 회사의 '대표·직원'을 관통하는 것은 상하 관계. 한마디로 '위계'다. 둘, 인사권은 오롯이 갑만 갖는다. 을에게 허용된 것은 '까라면 까야 하는' 군대문화. 지시가 떨어지면 일사천리로 움직이는 기계적 조직문화.
이대로는 안 된다.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전환 없으면, 정권 운명은 신기루에 불과. 핵심은 실용주의 노선 재정비. 실용주의 명분은 능력주의. 실상은 도덕성 결함을 가진 내 식구에 대한 물타기. 목적은 보은 인사. 능력주의에 아른거리는 '이명박(MB)·이준석(개혁신당 의원)' 그림자. 사막에 운하를 파더라고 성과만 내면 된다는 MB·능력주의를 공정으로 치환하는 이준석식 실력주의와 뭐가 다른가.
방향키를 잘못 잡은 국정 운영이 밀실주의와 맞물린 결과는 '데스노트'(살생부) 참사다. 책임자 문책도 대통령 사과도 없이 넘어가겠다는 일방통행. 한 방향으로 가더라도 '일관된 메시지'는 있어야 한다. 그게 조직 운영의 ABC 아닌가.
'진짜 대한민국'을 외치는 이재명정부가 해방 이후 가장 강력한 이데올로기인 '끼리끼리 기득권 담합'에서 한 발도 벗어나지 못한 것은 아이러니. '보은이 먼저'라는 지도자의 철학 부재, 비밀주의로 상징되는 최측근(성남·경기 라인), 하청 관계를 자처하는 166석의 여당. 이 모든 것의 합집합은 시대착오적 독선.
공은 무한 책임의 이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내란 종식의 시작은 빈자를 위한 통치에 있지, 1인자를 위한 호위무사의 '명비어천가'나 '의원 불패 신화'를 위한 그들만의 연대의식에 있지 않다. 허니문 기간 때 통상 높은 '알량한 지지율'만 믿고 또다시 강행한다면, 마주할 종착지는 조기 권력 누수뿐. '눈 떠보니 레임덕'은 모두의 비극. 우리가 원하는 건 이성이 거세된 통치가 아닌 합리적 국정 운영. 이 대통령의 출구전략 키워드는 첫째도 둘째도 상식.
최신형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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