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반도체 종목들이 배당 투자자들의 시야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첨단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주기적인 대규모 투자가 필수라는 업종의 특성과는 어울리지 않는데요. 그만큼 주가가 많이 하락했다는 반증일 겁니다. 또 오늘 소개할 종목은 배당금이 늘기도 했습니다.
피에스케이홀딩스는 반도체 장비를 만드는 기업입니다. 피에스케이의 대주주이기도 하죠. 원래 피에스케이라는 한 기업에서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했습니다. 존속회사는 피에스케이홀딩스로 이름을 바꿨고 떼어낸 신설회사가 피에스케이가 됐죠.
지난주 다룬 대덕과 대덕전자의 관계처럼, 이런 경우 신설회사가 사업을 전담하고 지주회사는 최대주주 역할만 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피에스케이홀딩스는 피에스케이의 지분 32.76%를 보유한 동시에 자체 사업도 영위하고 있습니다. 분할할 때 사업의 일부만 떼어냈거든요.
반도체 고단화시 불순물도 증가…제거장비 생산
반도체를 제조하는 공정은 크게 △웨이퍼를 만드는 전공정과 △만든 웨이퍼를 반도체칩이 탑재될 각각의 전자기기에 맞게 패키징하는 후공정 △공정별로 불량 여부를 검사하는 검사공정으로 구분합니다. 이 중에서 피에스케이는 전공정 장비를, 피에스케이홀딩스는 후공정 장비를 만듭니다.
피에스케이홀딩스의 주력 제품은 디스큠(Descum), 리플로우(Reflow), HDW 등 패키징 공정에 필요한 장비들입니다.
디스큠은 반도체 후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찌꺼기(scum)를 제거하는 장비입니다. 실리콘칩 위에 짧은 파장의 빛(전자빔)을 노출해 촬영하고 이걸 화학처리해서 칩에 원하는 패턴을 만드는 걸 리소그래피(Lithography)라고 하는데, 이 공정 후에 남아 있는 감광액을 제거하는 공정이 디스큠입니다.
반도체 기판에 홈을 뚫어 3D로 연결하는 TSV 공정이 확대되고 있어요. 반도체의 기대주 DDR5 만드는 데도 쓰입니다. DDR5는 4층으로 쌓던 다이를 8층으로 고단화한 메모리 모듈입니다. 성능은 향상되고 전력은 더 적게 쓰죠. D램, 낸드(NAND), 시스템반도체 가릴 것 없이 더 높이 쌓는 고단화 기술 개발에 한창입니다. 고단화 기술에서 TSV 공정이 늘어나면 불순물도 비례해서 늘어나기 때문에 디스큠 사용 또한 많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리플로우 장비는 부품을 자동 부착할 때 쓰이는 납 알갱이 ‘솔더볼(solder ball)’을 부착시키기 전에 표면을 안정화해 접착력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반도체 칩을 기판 위에 탑재할 때 필요해요.
리플로우 장비는 플럭스(Flux) 리플로우와 플럭스리스(Fluxless) 타입 두 가지로 나뉩니다. 플럭스는 솔더 표면의 산화물 제거와 기판의 접착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데 몸에 해로운 물질이라고 해요. ESG 환경에서는 플럭스리스 리플로우에 대한 관심이 커지겠죠. 또 플럭스리스 타입은 공정시간도 줄여줍니다. 피에스케이홀딩스가 미국 텍사스에 설립한 100% 자회사 세미기어(SEMIgear)가 플럭스, 플럭스리스 타입을 모두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HDW(Hot Di Water)는 실리콘 웨이퍼, 액정유리 기판, 하드디스크 기판 등을 세정할 때 사용하는 초순수(Di Water)를 할로겐 램프로 가열하는 장비입니다.
반도체 경쟁력에서 선두에 있는 국가답게 후공정 장비 생산에서 피에스케이홀딩스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업체들이 많습니다. 한미반도체, 에스에프에이, 네패스, 에스티아이 등과 치열하게 경쟁 중이에요. 특히 고단화 기술로 TSV 공정이 각광받고 있어 디스큠 시장도 경쟁이 상당한가 봅니다. 대신 플럭스리스 리플로우 장비는 피에스케이홀딩스가 글로벌 점유율에서 압도적인 1등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아직 플럭스 타입을 선호하는 편이라는데 점차 플럭스리스 타입으로 옮겨오겠죠?
피에스케이홀딩스의 매출은 디스큠과 리플로우 장비가 쌍두마차로 이끌고 있습니다. 둘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합니다.
수출과 내수 비중으로 구분해서 보면, 장비 판매는 수출이 더 많습니다. 내수의 2배 이상이에요. 코로나 시국에 수출 비중이 줄긴 했는데 그래도 2배 이상입니다. 부품 및 용역수수료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장비 판매 비중이 75%, 부품 및 용역이 25%니까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램리서치 등 국내외 50여 반도체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습니다.
실적→ 주가↓ 배당↑
기술력, 경쟁력, 시장점유율 등 특별히 뒤처지는 것은 없는데, 반도체 장비 제조·판매라는 사업 자체가 비가 와야 농사를 짓는 천수답이다 보니 한계도 명확합니다. 업황을 극복할 수 없어요.
2021년엔 괜찮았어요. 매출액 816억원에 영업이익 22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작년엔 3분기 누적으로 매출액 414억원, 영업이익 71억원을 기록 중입니다. 급감 수준이죠. 지주회사이다 보니 순이익(234억원)이 더 많긴 한데 전년에 비할 정도는 아닙니다. 연결실적 걷어내고 별도실적만 보면 매출액 333억원, 영업이익 42억원, 순이익 73억원으로 확 줄어요.
주력 계열사인 피에스케이도 처지는 비슷합니다. 최근 한화투자증권이 4분기 예상실적을 매출액 966억원, 영업이익 143억원으로 예상했어요. 각각 전분기 대비 32%, 68% 감소한 것으로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기록입니다. 4분기가 이러면 연간으로는 매출 4666억원, 영업이익 1061억원이 되겠군요.
보고서에서는 삼성전자의 P3 D램과 로직 투자 일정이 작년 4분기말에서 올해 2분기로 미뤄진 데 따라 장비 인도 일정이 일부 지연된 영향으로 추정했습니다. 또 4분기에 성과급이 반영되고, 3분기 반영됐던 데모 장비 양산 전환 효과도 사라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했다네요.
올해도 예상실적이 좋지는 않습니다. 매출 4802억원, 영업이익 1057억원으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예상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전반적으로 설비투자를 축소해 수주 감소가 우려되는 반면 삼성전자의 P3 투자와 북미 고객사 투자가 이를 상쇄할 것이라고 합니다.
피에스케이홀딩스는 덩치가 작아서인지 증권사의 보고서가 없어요. 하지만 크게 보면 결국 피에스케이나 다른 반도체 장비업체들과 비슷하게 가지 않을까요?
그런데도 이 종목을 선정한 이유는 부담이 적어서입니다. 주가가 많이 하락해서 비싸지 않아요. 반도체 주가는 실적보다 먼저 움직이는 성향이 있어, 하반기 또는 내년에 업황이 돌아선다는 전망이 나오면 그에 앞서 오를 겁니다. 지금은 바닥권이죠.
또 주가가 하락한 덕분에 배당수익률이 높아졌어요. 피에스케이홀딩스는 2021년 결산에서 주당 400원을 배당했습니다. 전년 배당금 200원의 2배입니다. 일회성이면 또 줄일 수 있는데 과거 배당을 보면 여러 번 400원을 지급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당순이익(EPS)이 2000원을 넘거나 그에 준할 때 400원을 주고 이익을 얼마 내지 못하면 줄이는 패턴입니다.
이대로라면 2022년 실적에 준해서 지급할 올봄 배당금은 기대할 것이 없겠지만, 올해 또는 내년 실적이 증가한다면 배당금도 다시 400원을 회복할 수 있겠죠. 현재 주가에 매수해 주당 400원을 배당받는 경우 배당수익률은 5%를 넘어섭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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