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외국인의 저가 매수에 힘입어 주가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외국인은 10월 이후 삼성전자, 삼성SDI, SK하이닉스 등 전기전자 업종에 집중하며 지수 반등에 앞장선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의 매도는 여전했지만 시장의 악재에 내성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30일 2155.49였던 코스피는 4일 2348.43으로 마감, 5주간 8.95% 상승했다.
이 기간 지수 상승을 이끈 주체는 외국인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10월 한 달과 지난주까지 코스피 주식을 4조5567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로 1조7897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삼성SDI(9136억원), SK하이닉스(7220억원), LG에너지솔루션(6229억원) 등 전기전자업종에 매수세가 집중됐다.
다음으로 많이 산 업종은 의약품(3139억원)이며 운수창고(2488억원), 운수장비(2192억원)이 뒤를 잇는다.
현물 주식을 매수하는 사이 선물을 팔아 매매 규모를 얼추 맞추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기간 중 외국인의 선물 매도 규모는 1조1134억원, 주식선물 매도는 2843억원을 기록, 매수 규모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격적인 매수라기보단 저가 매수에 나선 정도로 분석된다.
이와 달리 기관의 순매도 기조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기관투자자는 올해 들어 매달 주식을 쏟아내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외국인 역시 누적 금액으론 아직 순매도 우위에 있으나 하반기에는 순매수를 기록한 달이 더 많다.
거래 규모를 감안하면 외국인이 살 때 기관이 팔고, 외국인이 팔면 기관이 사는 경우도 흔하다. 큰손끼리 서로 보유주식을 주고받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순매수한 금액보다 기관이 매도한 금액이 크게 적다는 데 관심을 가질 만하다. 삼성전자만 해도 기관의 순매도 금액은 1119억원으로 외국인 순매수 금액의 일부에 불과하다. 이는 개인의 보유분이 외국인에게 넘어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외국인이 저가에서 쓸어 담는 동안 보유주식을 매도해 손실을 확정한 개인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순매수 2위에 오른 삼성SDI는 기관도 함께 샀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외국인이 7220억원 매수하는 사이 기관은 4254억원 순매도했으나 여전히 매수 규모가 더 크다.
이밖에도 코스피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사고 지수선물인버스 ETF를 매도한 것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이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지는 예단할 수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 기조를 재확인한 만큼 주식시장 환경도 악화될 가능성이 커 공격적으로 매수에 나서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외국인과 기관도 낙폭과대를 기록한 삼성전자 등 일부 우량종목만 저가 매수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는 이와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매크로 환경에 비해 투자자들의 내성은 강해진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을 글로벌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한국이 피난처로 꼽히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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