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 처지 다른데 동반하락…일부 종목 매수 기회
롯데리츠, 상환일·차입금 규모 부담…"자산처분·현금동원" 배당방어 한목소리
2022-10-29 02:00:00 2022-10-29 0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리츠(REITs) 주가가 사상 최저가로 추락했다. 금리 상승과 부동산 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공모가는 물론 코로나 팬데믹 초기보다 낮은 가격을 기록 중이다. 주가 하락으로 예상배당수익률은 크게 올랐는데 투자자들은 그보다 먼 미래를 걱정하는 눈치다. 다만 종목별로 처한 상황이 달라 주가 하락을 기회로 삼을 만한 종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리츠의 주가는 대부분 공모가 아래로 추락했다. 전체 리츠 중 공모가를 웃도는 종목을 찾는 것이 더 빠르다. 이리츠코크랩과 신한알파리츠 두 종목만 공모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 중이다. 이들도 이보다 훨씬 높은 주가에서 거래되다가 크게 하락한 것이다. 신한알파리츠의 경우 상장 후 최저가다. 
 
물류센터의 인기를 등에 업고 한때 신한알파리츠와 최고가 자리를 놓고 겨뤘던 ESR켄달스퀘어리츠는 지난 25일 종가 기준 3305원까지 곤두박질했다. 높은 인기를 누렸던 리츠들의 행색이 1년 만에 초라해졌다.   
 
리츠에 대한 투자자들의 변심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나뉜다. 금리 상승으로 이자 비용이 크게 증가해 배당이 삭감되고 보유자산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과, 리츠의 고배당을 대체할 다른 자산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은행권 예금과 채권 등 기대수익률이 높아진 자산이 늘어 리츠의 고배당 매력이 퇴색된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과도한 우려로 인한 주가 하락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금리 상승의 영향을 받게 될 대출 및 채권의 리파이낸싱 일정을 보면 리츠별로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인천의 공공지원 민간임대아파트와 미국의 임대주택, 기숙사 등에 투자 중인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보유한 차입금 중 1410억원이 내년에 만기가 돌아온다. 하지만 이 금액은 전체 차입금의 18.2% 비중에 그치며 차입금의 65.8%는 2027년 이후에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에 최근 급변하는 금융시장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이지스레지던스리츠 운용사 측은 지난 19~20일 삼성증권 주최로 열린 K-리츠 코퍼레이트데이 행사에서 보유현금 109억원과 추가 배당재원 48억원을 활용해 앞으로도 배당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리츠가 소유한 인천의 임대아파트 가치는 초기 편입가의 2배 이상 오른 상태다. 
 
그럼에도 주가는 4000원 아래로 추락했다. 이로 인해 주식종목의 순자산비율(PBR)처럼 시세 대비 순자산가치를 의미하는 P/NAV는 0.39배를 기록 중이다. 
 
이지스레지던스리츠가 지난 12월과 6월에 배당한 금액을 앞으로도 동일하게 지급할 경우 현재 주가는 7.1%의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ESR켄달스퀘어리츠는 18개, 총 2.3조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대형 리츠로 임대율이 99%에 달하지만 매년 차입금 만기가 돌아올 예정이라는 점 때문에 낙폭이 컸다. 2023년말 405억원, 2024년말 338억원, 2025년 435억원, 2026년 115억원 등 계속 돈을 갚거나 리파이낸싱해야 한다. 당장 내년에 상환할 405억원의 차입금리는 평균 2.55%, 현재 금리 수준이라면 이자비용이 2배 이상 증가할 수밖에 없다. 
 
단 2023년 임대차 재계약 시 임대료도 인상할 수 있어 이것으로 이자를 얼마나 커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자 증가분과 임대료 상승분은 2024년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차입금이 1.1조원에 달하는 롯데리츠 투자자들은 남들보다 걱정이 깊다. 보유자산을 전부 롯데백화점과 마트, 아울렛 등이 빌려 쓰고 있어 공실 걱정은 없지만 대출만기가 대부분 내년에 몰려 있어 이자비용 증가를 피하기 어렵다. 
 
담보대출 4580억원의 만기가 내년 3월이고, 2800억원 담보대출은 CD금리에 연동되는 변동금리라서 부담이 크다. 그 다음 금액이 큰 전단채 2000억원도 변동금리 대출로 내년 1월만기다. 담보부사채 900억원(고정금리 4.67%)을 제외한 차입금 전액을 내년에 리파이낸싱하거나 상환해야 한다. 이로 인해 이자비용 증가로 인한 배당금 감소를 피하기 쉽지 않아 보이는데, 운용사는 보유현금(100억원)과 취득세 감면 환급금(70억원)으로 최대한 배당을 방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리츠들은 유보현금을 활용하거나 자산 처분, 비용 절감으로 배당 감액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코람코에너지리츠, 이지스밸류리츠는 오히려 자산을 처분해 향후 1~2년간 일시적으로 배당금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리츠별로 각자의 상황이 달라 이번 동반 하락을 매수 기회로 삼을 수도 있어 보인다.  
 
이경자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리츠들의 현재 P/NAV는 0.6배 수준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금융시장 불안을 잡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보인 만큼 차입시장 불안으로 가장 큰 주가 하락을 겪은 리츠 섹터의 투심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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