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같은 번호판을 단 2대의 차량이 동시에 운행되고 있음에도 7개월째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수사 인력 부족 등이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법조계 전문가들은 번호판을 위조해 사용한 게 사실이라면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10일 KBS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화물차 운전자 A씨는 강원 춘천시에서 주정차 단속에 걸렸다는 과태료 고지서를 받았다. A씨는 그날 해당 지역에 간 적이 없었지만 고지서 속 차량은 색깔과 차종이 달랐을 뿐 번호판은 A씨의 차량과 같았다.
주정차 단속에 걸린 차량은 춘천의 한 병원 앞에서만 4차례에 걸쳐 단속에 걸렸고 이로 인해 A씨는 체납 고지서까지 받았다.
A씨는 지자체와 경찰에 신고했지만 7개월째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KBS와의 인터뷰에서 A씨는 "오죽했으면 제가 춘천에 올라가서 이 사건을 처리하겠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며 "경비는 당신(경찰)들한테 청구할 테니까 처리해 달라고 했다. 그만큼 절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CCTV에 운전자 얼굴이 찍혀도 신원을 특정하기 어렵다", "이 사건에만 집중할 수도 없다"며 미온적인 입장이다. 춘천시 관계자도 "저도 처음 보는 일이다. 어느 쪽이 잘못된 건지 지금 특정을 못 하지 않느냐"며 "일단은 특정되기 전까지 (고지서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사건을 수사할 경찰 인력의 부족 등 현실적인 문제를 꼽았다.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는 "차량 번호판과 같은 공기호를 위조했다고 하더라도 어떠한 사고(범죄 발생)가 일어나야만 (위조 사실이 드러나)그 차량을 단속할 수 있다"면서 "사고가 나기 전 이 차량만 특정해서 잡는다는 것은 인력 부족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관리법 78조 2호에 따르면 자동차등록번호판을 위조, 변조 또는 부정사용할 경우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차량 번호판을 위조하는 것만으로도 10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번호판을 위조한 것이 입증된다면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한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교통사고 관련 사건을 주로 담당해온 최충만 변호사도 "만약 춘천에서 발견된 차량 운전자가 차량 번호판을 임의로 제작해 사용한 것이라면 이는 자동차등록번호판을 위조 및 부정사용한 것으로 처벌조항에 따라 처벌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이어 "자동차번호판 정당 발급 사용자는 지자체의 과태료 부과처분에 대해 이의제기하면 처분이 보류된다"며 "법률상 불이익은 없으므로 이의제기 후 범인이 잡힐 때까지 기다리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과태료 고지서에 찍힌 차량(왼쪽)과 A씨의 차량 (사진=KBS 뉴스 캡처)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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