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배당주에 물이 오르기 시작하는 9월이다. 증시도 불확실성이 커 배당에 더욱 시선이 모일 만한 분위기다. 시기상 추석연휴를 전후해 본격적으로 배당주와 배당투자가 거론될 가능성이 높아 투자할 생각이 있다면 미리 매수하거나 적어도 투자후보를 선별해 둬야 한다.
배당수익률에 올인할 것인지 배당안정성에 무게를 실을지, 길게 내다보고 배당성장주를 선택할 것인지는 각자의 투자 스타일에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다수 증권사들은 우량주 중에서 배당수익률이 좋은 종목을 추천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배당수익률만 좇을 수 없는 것은 해마다 폭탄배당을 하는 종목이 발생하고 그 폭탄배당이 일회성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아서다. 최대주주의 이익에 따라 일정기간 배당을 늘리는 종목도 있다.
따라서 올해 연말 배당금만 노린다거나, 고배당 가능성이 주가를 밀어 올리길 바라며 단기 차익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면 이 모든 성향이 적절히 섞여 있는 종목을 택하는 것이 좋겠다.
눈높이를 조금 낮출 수 있다면 그래도 대형주 중에서 고르는 것이 부담이 적다. 지금은 대형 우량주 중에서도 제법 높은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들이 다수 있다. 배당금은 증액됐거나 그대로인데 주가가 많이 하락하면서 시가배당수익률이 상승한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종목이 POSCO홀딩스다. 지난 결산에서는 주주들과 약속한 배당성향을 지키지 않아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올해 분기마다 4000원씩 배당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연간 배당금은 1만6000원, 현 주가 대비 6.5%의 배당수익률이 예상된다. 대형주 중에서 이만한 배당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다만 분기배당주이므로 지금 매수해 하반기 배당금만 노릴 투자자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장기간 보유하면서 배당투자를 하고 싶은 투자자에게 적합한 종목이다.
현대차도 배당에 매우 우호적인 대형주다. 지난해 주당 5000원을 배당했는데 올해는 실적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배당금도 증액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상반기 1000원을 중간배당했다. 연말 결산 때 5000원을 배당한다면 연간 배당수익률은 3.0%, 6000원을 준다면 3.5%의 배당수익률이 될 것이다.
POSCO홀딩스에 비해 배당수익률이 낮긴 한데, 우선주를 매수한다면 수익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현대차가 지난 결산과 동일한 금액을 배당해도 5.5%의 배당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우선주를 활용할 경우 CJ와 CJ제일제당, SK케미칼도 투자후보에 올릴 수 있을 것이다. CJ는 지난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올렸으나 올해는 상반기부터 증가폭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8818억원, 올해 켄센서스는 2조3000억원이다. 배당금도 해마다 증액되고 있어 올해는 주당 2500원 정도를 기대해볼 만하다. 다만 주가가 높다 보니 2500원을 배당한다고 해도 보통주로는 3%대 초반 수익률에 그친다. CJ우라면 4.7%까지 높일 수 있다.
CJ제일제당도 실적 증가가 예상돼 올해 증액을 기대할 만한데, 분기배당 중이어서 하반기에 배당금만으로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다. 우선주를 매수할 경우 연간 배당수익률은 3%대가 될 것이다.
SK케미칼도 보통주로는 엄두를 낼 수 없고 우선주는 괜찮은 편이다. 하반기 실적이 받쳐준다면 작년처럼 3000원 배당도 가능할 것이다. 단, 중간배당금 400원은 이미 지급했다.
중형주로 옮겨가면 선택지가 좀 더 다양해진다. 한라홀딩스는 장기간 투자자들에게 배당에 대한 신뢰를 쌓아온 종목으로, 올해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2000원을 배당할 것이다. 5.2% 배당수익률이다.
대상을 후보군에 포함할 것인지 여부는 하반기 실적과 배당정책에 달렸다. 작년보다 순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지난 10년간 배당을 줄인 적이 없어 경영진의 의지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처럼 800원 배당을 지킨다면 대상 우선주로는 5.0%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같은 대형주라도 실적 변동성이 큰 종목은 배당투자용으로 장단점이 있다. 밀물을 만나면 배당금도 커지고 주가도 올라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의 국면에선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S-Oil은 올해 밀물을 만났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정제마진이 증가해 이미 상반기 실적만으로 작년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실적이 늘면 배당도 함께 늘려주는 기업이라 연말 배당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상반기 2500원을 중간배당했다. 연말 배당금이 5000원일지 7500원일지에 따라 배당수익률도 춤을 출 것이다. 연간 배당금이 1만원을 찍는다면 보통주로도 10% 수익률을 넘긴다. 주가가 6만2000원에 불과한 우선주라면 16.1%라는 놀라운 숫자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중간배당 없이 결산배당만 받아도 상당한 수익률이다.
한국가스공사, 예스코홀딩스 등도 천연가스 가격 상승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올해 순이익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9508억원 순익을 내서 주당 2728원을 배당했으니 올해는 조금이라도 더 늘려줄 것이다. 배당을 동결하더라도 6.4%라는 높은 수익률이 나온다.
예스코홀딩스의 경우 적자를 기록한 2020년에도 2000원을 배당한 곳이다. 지난해는 주당 3600원을 벌어 2250원을 배당했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배당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가 하락할 경우 힘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에 정유주의 주가는 쉽게 오르지 못하고 있다. 이와 달리 가스 관련주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유럽의 가스 소비가 증가하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어 당분간 업황이 꺾일 거란 우려는 적은 상황이다. 같은 에너지 관련주라도 배당투자 후보를 선별하는 기준은 달라야 한다.
배당수익률을 우선하는 투자자들은 이보다 작은 종목들에 관심이 많다. 다만 일시적 이익 발생으로 일회성 폭탄배당을 했거나. 대주주의 상속·증여세 재원 마련용으로 배당을 늘렸거나, 사모펀드 등 경영권을 가진 주요 투자자들의 엑시트 플랜의 하나로 고배당을 하는 경우는 걸러내야 한다. 작지만 5년, 10년 장기간 쌓은 배당 신뢰도가 높은 종목들이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정상제이엘에스가 대표적인 종목. 정상제이엘에스는 시가총액이 1200억원도 안 되는 작은 종목이지만 오랜 기간 지켜온 배당정책은 투자자들이 경영진을 믿을 수 있게 만드는 데 충분한 것이었다. 정상제이엘에스는 지난 10년간 실적이 안 좋았던 적은 있어도 배당을 거른 적은 없다. 이익이 빠듯해 충분한 배당을 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대주주가 덜 받는 차등배당을 실시해 소액주주들에게 높은 배당수익률을 돌려주었다.
10년 전 400원이었던 배당금은 530원까지 늘었다. 올 상반기 실적도 나쁘지 않아 적어도 530원 배당은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가 대비 6.9%의 높은 배당수익률이다.
한국쉘석유와 쌍용C&E는 대주주가 이익의 상당액을 배당으로 회수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점을 이용해 대주주의 편에 설 만한 종목이다.
한국쉘석유는 윤활유 등을 제조 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하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올리고 있다. 최대주주인 글로벌 석유기업 쉘은 이 회사가 남긴 순이익의 대부분을 배당으로 회수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랬고 올해도 그럴 것이므로 올해 이익을 얼마 남길 것인지만 추적하면 된다. 작년 수준의 순이익을 남긴다면 주당 1만9000원, 현재가 기준 7.6%의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쌍용C&E의 대주주인 한앤코시멘트홀딩스(사모펀드)는 한술 더 떠 순이익 이상을 배당하는 데도 주저함이 없다. 매분기 110원씩 배당 중인데 이는 연간 순이익을 넘어서는 규모다. 배당재원 마련을 위해 자본잉여금을 감자하는 초강수를 동원하기도 했다.
사모펀드가 쌍용C&E의 경영권을 매각하는 순간 이 같은 ‘배당 올인’도 막을 내리겠지만 그때까지는 한 배를 타도 괜찮을 것이다.
배당 투자 경험이 많은 장기 투자자들은 당장의 배당수익률을 넘어 배당성장으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자금은 배당수익률이 낮지만 실적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배당도 함께 증액되는 배당성장주들이다.
이런 종목은 주로 미국에 많지만 국내에서도 레코드가 쌓이면서 이런 유형의 배당성장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리노공업, 아프리카TV, 한양이엔지, NICE평가정보 등이 대표적이다. SK도 이 유형에 포함된다.
리노공업은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배당금을 증액했다. 지난해 결산에서는 2020년보다 1000원 많은 주당 2500원을 지급했다. 이 기간 배당수익률은 한결 같이 1~2%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실적에 맞춰 주가도 함께 올랐기 때문이다.
NICE평가정보의 경우 2013년 결산 때만 배당금을 전년 수준으로 동결했던 것을 제외하고 해마다 증액했다. 2011년 80원이었던 배당금은 2021년 33원으로 4배 이상 불어났다. 같은 기간 실적은 4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 NICE평가정보 역시 10년간 매해 배당수익률은 1~2%대에 머물렀기에 이런 종목을 알아본 혜안이 있는 투자자들에게만 큰 수익을 안겨 주었다.
이런 종목은 현재 시가배당률이 낮아도 장기 보유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실적이 30% 증가해 내년 배당금도 그에 맞춰 30% 증액된다면 지금의 2% 배당수익률은 내년에 2.6%로 상승할 것이고, 후년에 또 배당이 30% 증액되면 배당수익률은 3.38%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물론 실적이 이렇게 증가하면 주가도 오르기 때문에 배당과 주가 차익을 함께 얻을 것이다. 꿩 먹고 알 먹는 투자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몇 달 이상 주식을 들고 있지 못하는 성격의 투자자에겐 배당성장주가 궁합이 맞을 수 없다. 결국 다양한 유형의 배당주 중에서 어떤 유형에 속한 종목을 택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투자자 각자의 성향에 달려 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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