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금리 상승으로 채권 보유자들의 평가손실이 커진 것과는 달리 신규 투자자들은 채권의 기대수익률 상승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고금리 회사채는 물론 국채만 해도 3%대 수익률을 노릴 수 있어 선택폭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이탈한 투자자들 중 은행 예금보다 수익률이 높은 채권시장으로 돌아선 경우도 적지 않다.
글로벌 금리가 계속 상승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려 장기채에 투자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지만, 채권만기가 1~3년 정도 남은 채권을 매수해 보유하는 전략이라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0.1% 수익률에 민감한 채권이지만 금리 기반 자산이기에 이자소득세는 피할 수 없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연금저축, 퇴직연금 등에 편입해 이 세금을 피하거나 줄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직접 채권을 매매할 수 있는 세제혜택 계좌가 없다.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로 간접투자만 가능하다.
물론 제도적으로는 개인형 퇴직연금(IRP)에서는 채권을 담을 수 있다. 문제는 실제로는 채권 매매가 가능한 IRP를 내놓은 증권사가 거의 없다는 것. 오직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에서만 IRP 계좌로 채권 투자가 가능한데 그것마저도 제약이 많다.
제일 큰 차이점은 투자할 수 있는 채권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이다. 일반 투자자들이 HTS나 MTS로 장내 채권을 매매하는 것과는 달리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 IRP에서 매매할 수 있는 채권은 주로 장외 채권이다. 투자자가 채권 발행회사와 신용등급, 수익률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투자할 종목을 정하더라도 증권사가 해당 채권을 취급하지 않으면 IRP 계좌엔 편입할 수 없다. 사실은 편입 가능한 채권이 많지 않아 선택의 폭이 좁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게다가 어떤 채권을 담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다. 삼성증권에서는 HTS와 MTS 채권매매 화면에 올라온 채권들이 IRP 계좌에서 편입 가능한 채권물이라고 안내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매매를 원하는 시점에 해당 채권이 매매 가능한지를 문의해 봐야 알 수 있다. 장외 채권이기 때문에 증권사가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지에 따라 가능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나마 삼성증권은 기본적인 후보군과 해당 채권의 발행조건과 시세가 반영된 기대수익률이라도 볼 수 있는데 미래에셋증권은 그것도 불가능하다. 원하는 채권을 매매할 수 있는지를 그때마다 지점에 문의해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정보가 많지 않은 장외채권 중에서 콕 찍어 문의할 수 있는 일반 투자자는 흔치 않기에 실질적으로는 미래에셋증권 IRP를 활용해 채권에 투자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두 증권사가 취급하는 장외 채권은 국공채와 금융채, 카드채, 그리고 신용등급 A등급 이상의 회사채로 구성돼 있다. 수익률 높은 BBB 등급 이하 채권은 없다. 금리 상승으로 A 등급 채권 중에도 연 5% 이상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채권이 있지만, 그보다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사람들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없다는 것은 분명한 제약이다.
또한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연계채권도 투자 가능 리스트에는 없다.
두 번째 문턱은 눈높이를 낮춰 투자할 채권을 골랐다고 해도 실시간 매매를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단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 온라인으로는 매매가 불가능하고 직접 지점에 방문해 매매를 신청해야 한다. IRP 계좌는 비대면으로 개설할 수 있지만 매매는 아니다. 단 삼성증권에서는 국채에 한해 전화로 주문이 가능하다.
아무리 채권을 매입 후 만기까지 보유하는 전략을 취한다고 해도 중간에 매매할 일이 생길 텐데 그때마다 지점에 방문해야 하는 것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사 IRP 계좌를 운용 중인 투자자에겐 채권을 담을 수 있다는 그 자체로 메리트인 것은 분명하다. 15.4%의 이자소득세 대신 3.3~5.5% 연금소득세를 내면 되고 무엇보다 연말 세액공제 혜택이 크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매매 과정의 불편을 감수할 투자자도 적지 않을 것이다.
삼성증권 IRP에서 투자할 수 있는 채권만 봐도 신용등급이 우량하면서 은행 예금이율보다 높은 상품이 많다. 또한 삼성증권은 장중에 IRP 가입자가 채권 매입을 주문하면 장마감 후 해당일 최저 거래가격에 편입시켜 준다.
한편, 채권은 원리금 보장상품이 아니기에 개별종목 비중이 30%를 넘을 수 없다는 IRP 규정은 똑같이 적용된다. 대신 국채는 국가가 보장하는 자산으로 평가돼 한 종목으로 IRP 계좌 전부를 채울 수도 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