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전세대출로 전셋집을 구하는 것보다 월세가 유리한 지역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세입자들도 전월세 전환율과 대출금리를 비교해 어느 쪽이 나을 지 저울질할 필요가 있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중은행들의 전세자금 대출금리는 평균 연 3%대 후반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별로 차이는 있으나 잘 받으면 3% 중반이고 반대로 4%를 훌쩍 넘긴 곳도 많다.
주택담보대출은 변동금리 상품이라도 대출기간이 길고 초기 3~5년 정도는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혼합형이 많아 당장 부담은 크지 않다. 반면 전세대출은 대출기한이 전세 주기인 2년에 맞춰져 있어 실제로는 세입자가 전세를 연장하더라도 은행에서는 다시 대출을 받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현재의 금리가 새롭게 적용돼 그만큼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출이자 부담을 체감하는 속도가 빠르다.
그 결과 월세 전환율을 넘는 전세대출 금리가 산정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역전된 매물이 등장했다. 즉. 전세대출을 받아 이자 내면서 전세로 사는 것보다 월세가 비용이 덜 드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금리 상승으로 전세대출 금리가 월세전환율을 넘어서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월세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사진=뉴시스)
경기도 광명시 소재 A아파트가 이에 해당한다. 현재 이곳의 국민평형 109㎡(전용면적 84㎡)형의 매매 호가는 9억~9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호가는 아직 많이 떨어지지 않았으나 거래가 거의 없다. 전세는 임대차 3법이 적용되지 않은 정상 매물의 경우 5억원 후반에서 6억원대 초중반을 오가는 수준이다.
이 단지에서는 최근 보증금 6000만원에 월세 110만원인 실거래가 이뤄졌다. 이 시세대로 월세전환율(전세보증금과 월세보증금의 차액을 1년치 월세로 나눈 값)을 계산해 보면 연 2.3%가 산출된다. 보증금 8000만원, 월세 130만원에 체결된 거래도 있으나 이 매물의 시세는 조금 더 높아 월세전환율이 연 2.7% 수준이다. 다시 말해 이곳에서는 전세대출을 받아 전세를 구하는 것보다 월세를 얻는 것이 돈이 덜 든다는 의미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B아파트 69㎡(전용 49㎡)형도 전세가 3억원 안팎에 보증금 3000만원, 월 55만원인 월세 계약이 이뤄져 월세전환율 2.3%를 기록했다.
다만 지역에 따라 전세대출금리보다 전월세 전환율이 더 높은 곳도 있어 일률적으로 월세가 싸다고 할 수는 없다. 과도기이다 보니 같은 단지 안에서 이뤄진 계약도 차이가 큰 편이다.
또 같은 지역이라도 신축 아파트는 월세전환율이 더 높아 전세대출금리와 비슷하거나 더 높게 형성돼 있다. 즉 전세대출보다 유리한 월세는 구축 아파트에서 발견되는 현상이다.
전세대출이 일반화된 후로 세입자들은 목돈이 없어도 대출의 힘을 빌려 전세를 선택했다. 서민 지원이라는 취지에 맞게 일반 부동산담보대출에 비해 전세대출 금리가 낮게 책정된 덕분이다.
하지만 금리 상승과 맞물려 월세가 유리해지는 상황이 강화되고 있어 갈수록 월세보다 은행이자가 낫다는 인식은 흐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엔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더 높아져서 발생하는 ‘깡통전세’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라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적은 곳일수록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강화될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세입자들도 대출이자를 내도 전세가 낫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월세 매물과 조건을 비교해 봐야 한다. 월세전환율이 전세대출금리보다 크게 낮다면 일정기간 동안이라도 월세로 거주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월세는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 혜택도 주어진다. 기준시가가 3억원 이하 또는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이면 된다. 올해부터는 무주택 세입자의 월세 세액공제율이 기존 12%에서 15%로 높아질 예정이다. 연소득 5500만원 이하는 15%, 5500만원 초과 7000만원 이하는 12%가 공제된다. 공제한도는 750만원.
한편 요즘은 많이 희미해졌지만 도배, 장판 등을 교체하는 비용을 전세는 세입자가 부담하고, 월세는 집주인이 부담하는 관행이 남아있다는 점도 월세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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