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주식시장이 공포의 늪에 빠졌다. 코스피 2400선이 장중에 깨지고 ‘5만전자’가 현실화되는 동안에도 파랗게 물든 주식계좌를 어쩌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등 하락장을 먼저 경험한 주식투자 선배들은 이럴 때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조언을 묶었다.
첫 번째는 하루 앞은커녕 한두 시간 후의 주식시장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함부로 시장의 상승, 하락을 예측하려 하지 말고 대응하라는 조언이다. 한번은 맞힐 수 있어도 두세 번 반복되면 필연적으로 빗나갈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이들은 예측을 포기하고 그 대신 어떤 상황이 됐을 때 이 종목을 얼마치 매수한다 또는 보유종목을 몇 주 매도한다는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구체적으로, 매수할 종목과 매도할 종목을 선별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 다음은 매수, 매도의 기준점을 명확히 정하는 것이다. 해당 종목의 주가가 10% 이상 하락했을 때 매수한다거나 코스피가 100포인트 하락할 때마다 매수한다 등 기준을 미리 정하고 그 상황이 벌어지면 기계적으로 실행하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막상 그 상황이 닥치면 공포에 질러 실행하지 못할 수 있다. 그렇기에 더욱 더 계획에 대한 자기확신이 중요하다. 큰 실패를 겪어본 후 투자관을 세웠다는 A씨는 “확신을 가지려면 많은 공부와 연구가 뒷받침 돼야 하고 적어도 다른 고수들의 귀동냥이라도 모아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2451.41)보다 10.48포인트(0.43%) 내린 2440.93에 장을 닫은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두 번째, 주식을 사든 팔든, 한번에 ‘몰빵’은 금물이다. 아무리 확신이 커고 최소 3회 이상 분할매매가 필수다. 당연히 각각의 매매 가격 또는 매매 시점이 명확하게 구분돼야 한다. 이번 하락 조정이 올해 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증시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주식 예수금이 충분하거나 별도의 현금자산 등 추가 매수자금이 있다면 약세장에서 대응하는 것이 수월하겠지만 주식에 올인한 투자자는 대응이 어렵다. 세 번째는 이들을 위한 대응법이다. 투자자문사 대표 C씨는 현금이 없다면 보유종목 중 일부를 매도해 더 나은 종목으로 교체매매를 할 것을 권했다. 주식을 매도할 때 심리적으로 현재 평가이익이 조금이라도 발생한 종목, 손실이 덜한 종목을 먼저 매도하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
C대표에 따르면, 계좌 내 종목별 주가 하락폭과 평가손익은 무시한 상태에서, 현재의 주가 수준 및 밸류에이션과 해당 기업의 실적 전망에 기준해 가장 투자매력이 떨어지는 종목을 매도해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평가손실을 확정하는 행위이지만 당장의 손실을 줄이자고 전망 좋고 주가 싼 종목을 매도하면 상황이 악화될 뿐이다. 그는 이런 결정을 꽃을 뽑고 잡초에 물을 주는 것에 비유했다.
계좌 포트폴리오는 단촐한 것이 좋다. 슈퍼개미 D씨는 “오를 때 집중하고 하락할 때 날개를 펴라고 했다”며 “하락할 땐 종목 수 많은 게 전체 수익률엔 도움이 되지만 이제는 종목 수를 줄여가며 이익을 키울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 초보일 때 보유종목들 전부 마이너스가 났는데 그걸 팔지도 못하고 들고 있다 보니 지수가 오르는 데도 난 그것들 낙폭 줄이는 데, 본전 회복에만 눈이 팔려 정작 이익을 내지 못했다”면서 “주식시장이 돌아설 때, 전체시장과 상관없이 자기 혼자 많이 오를 가능성 높은 종목에 집중하라”고 말했다.
월급 등 매달 신규 가용자산이 생겨도 이 돈을 전부 주식에 몰아넣으면 안 된다. 반드시 저축을 병행하라는 것이다. 매달 쓸 수 있는 돈을 나눠 3~6개월에 한 번씩 만기가 돌아오도록 1년 만기 적금에 가입한 후 만기자금을 주식 예수금으로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결정장애가 있다면 E씨의 말에 귀 기울여보자. 그는 시장을 중립적으로 바라보고, 주관을 버릴 것을 권했다. E씨는 “세상에 주관적이지 않은 사람은 없지만 최대한 나의 생각은 버리고 근거자료를 모아 자기 생각을 객관화하라”며 “증권사 센터장의 전망도 좋고, 오랫동안 꾸준히 잘해온 성공한 투자자의 의견을 참고하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준비해도 매매버튼을 누르는 순간 변덕이 작용한다. 순간의 ‘촉’에 자기 재산을 맡기는 것은 너무나 무모한 일이다. 갑자기 지진이 일어났을 때 아이들이 책상 밑으로 숨는 것은 미리 배우고 계획을 세워 연습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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