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임박…주가는 ‘별 거 없네’
과거 6차례 도발시 단기하락 후 상승 반복
2022-06-11 01:00:00 2022-06-11 01: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금융시장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다만 핵실험이 증시에 미친 충격은 의외로 크지 않아 이 때문에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미국은 최근 북한이 조만간 핵실험에 나설 것이라며 경고 수위를 높이고 나섰다. 지난 9일 미국 백악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의 핵실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실행할 경우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고가 본격화된 것으로 미루어 머지않아 핵실험이 실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국내 금융시장도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환율이 12.00원이나 급등하면서 1268.90원을 기록했다.
 
원달러환율은 지난달 12일 1288.60원까지 오르며 1300원을 넘보다가 지난달말 1237.20원으로 안정되는 분위기였으나 이달 들어 빠르게 반등했다. 
 
주식시장에도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5월 중 2700선에 다가섰던 코스피는 다시 2600선 아래로 밀려났다. 한반도 리스크에 민감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손매도로 돌아서 일주일 내내 주식을 내다 팔아 지수 하락을 부채질했다. 투자자들도 곧 있을 북한의 핵실험을 예의주시하며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여섯 차례 실행된 북한의 핵실험 당시 국내 주식시장에 미친 충격은 회를 거듭하면서 약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은 지난 2006년 10월9일부터 2017년 9월3일까지 총 6회에 걸쳐 핵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1차 핵실험 당일 코스피는 2.41% 급락한 1319포인트를 기록했다. 전날에도 예후를 감지한 주식시장은 1.62% 하락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첫 번째 경험하는 핵실험 충격이었음에도 주가 하락은 이틀에 그쳤다. 다음날부터 다시 상승채비를 갖춰 상승흐름이 이어졌다. 이때는 전국이 펀드 열풍에 빠져 있던 시기라서 그 열기가 핵 리스크를 삼켰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2차 핵실험은 2009년 5월25일. 이날 증시가 특별했던 것은 장중 낙폭이 -6.31%에 달했음에도 결국엔 -0.2% 낙폭으로 마감했다는 점이다. 긴 꼬리를 그린 십자가 일봉을 남겼다. 물론 연이어 이틀간 하락조정이 이어졌지만 한달간의 횡보를 거친 후 다시 상승랠리를 펼쳤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뒷자락, 유럽 재정위기가 발발하기 전 시기였음을 감안하면 핵 충격을 양호하게 방어했다고 볼 수 있다. 
 
3차 핵실험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을 보름여 앞둔 2013년 2월12일이었다. 이날의 -0.26% 기록을 충격이라고 읽기엔 무리가 있다. 오히려 1월 한 달 이어진 하락 조정을 마무리하고 반등하는 변곡점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1월의 하락은 2012년 배당시즌을 앞두고 진행됐던 강한 상승에 뒤따르는 조정이었다. 즉 핵이라는 변수가 끼친 파급력은 미미했다는 의미다. 
 
2016년 1월6일 4차 핵실험은 성격이 달랐다. 북한이 핵폭탄의 5~6배 위력을 지닌 수소탄을 시험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당시 수소탄 전자기파(EMP) 한 방이면 석기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자극적인 뉴스가 쏟아졌다. 핵실험 당일 코스피 낙폭은 -0.26%에 그쳐 1925포인트로 마감했으나 지수는 1월21일 1840까지 밀려났다.
 
다만 이때의 하락을 핵실험 탓으로 돌릴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하락세가 2012년 11월부터 이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핵실험 한 달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3월에 2000선을 돌파한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성에 차지 않았는지 북한은 그해 연거푸 핵실험을 단행했다. 2016년 9월9일 5차 핵실험이다. 이제 막 최순실 게이트가 발발해 정국이 달아올랐던 시기다. 
 
이때 코스피는 -1.25%, -2.28% 연거푸 하락하며 2000선을 깼다. 하지만 이것도 이틀, 사흘째부터 반등해 낙폭을 다 돌려놓았다. 그해 10월과 11월 증시는 좋지 않았지만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렸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12월9일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는 등 정국이 혼란했다. 
 
마지막 6차 핵실험은 2017년 9월3일 일요일이었다. 월요일 코스피는 -1.19% 하락, 2320대에 다가섰다. 화요일엔 반등, 수요일은 다시 하락했다. 딱 사흘이었다. 9월7일부터 11월1일까지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2556포인트까지 올랐다. 핵실험 뒤 남북의 화해무드가 조성된 덕분이다. 이듬해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렇게 북한의 핵실험 당시 코스피는 예외 없이 단기 하락 후 상승 또는 반등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북한의 핵실험과 주가의 상관관계를 참고할 경우 투자자들이 관련 뉴스에 휘둘려 동요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보다는 장기화되고 있는 전쟁과 물가 불안, 공급-수요 미스매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 집중해 투자 판단을 내리는 것이 좋겠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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