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신용카드사들이 소비자 할인 혜택이 큰 이른바 '혜자카드'를 잇따라 단종하거나 헤택을 줄이고 있다. 거리두기 해제 이후 카드 매출이 급증했지만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오는 20일부터 'KB로블(ROVL) 카드'를 단종한다. 개인카드 발급은 이미 지난 2018년 종료했다. 앞으로는 개인사업자를 비롯한 모든 법인카드의 신규를 비롯한 추가, 갱신을 중단한다.
이 카드는 연회비가 30만원이나 항공권 결제 시 동반자 1인에 게 왕복항공권을 주는 혜택이 장점으로 꼽힌다. 인도네시아 발리로 항공권을 예매하는 것이 혜택 폭이 가장 커 소위 '발리 카드'로 불렸다. 온라인 재테크 커뮤니티에는 혜택 막차를 타려는 소비자들의 정보 공유가 활발하다.
현대카드는 지난달 '디지털 러버 카드'를 단종했다. 이 카드는 유튜브, 넷플릭스, 멜론 등 디지털 스트리밍 서비스 중 하나를 선택하면 1만원을 할인해주고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온라인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시 5%를 청구할인 해주는 혜택을 줬다. '카멜레온 카드' 발급도 중단했는데, 이 카드는 자체 결제 능력은 없어도 고객이 다양한 카드를 한 카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 왔다.
신한카드는 이달부터 이미 단종한 '더모아 카드'의 포인트 적립 가맹점 줄여 소비자 혜택을 축소키로 했다. 대상 가맹점은 팔라고, 도넛북, 일상카페, 케이티알파 등 선불전자지급수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들이다. 신한카드 측은 카드 상품 안내장에 해당 서비스는 포인트 적립이 불가하다고 안내했다는 설명이다. 더모아카드는 5000원 이상 결제 시 백원 단위 아래를 포인트로 적립해 인기를 끌었으나, 혜택이 너무 크단 판단에 작년말 단종됐다.
카드사들은 소비자 혜택이 높은 신용카드를 축소하는 것이 올해 추가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따라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소비심리가 회복하면서 카드 이용금액이 급증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비춰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카드사들의 정책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여신금융협회가 지난 2일 발표한 '2022년 4월 카드승인실적'에 따르면 4월 신용·체크카드 승인건수와 승인금액은 각각 21억4000건, 90조30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0.6%, 11.0% 늘었다. 여기다 거리두기가 완화 분위기던 지난 1분기도 개인카드, 법인카드 승인금액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8%, 13.4% 올랐다.
카드사들 바뀐 수수료율표를 받아든 건 올 1월31일부터다. 2분기부터 수수료 이익 감소가 오롯이 적용된다는 의민데, 늘어난 카드 승인액 덕에 이들의 수익성은 1분기 되레 개선된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전반적인 카드 사용량이 늘면서 수수료 감소에 따라 줄어든 수익을 일정부분 상쇄한다는 의미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발표한 '신용카드산업의 명(明)과 암(暗)'를 통해 "1분기 신용판매수수료는 약 2.6조원으로 전년 동기(2.5조원) 대비 6.3% 증가했다"며 "카드수수료율 인하로 채산성은 저하됐으나 결제실적이(9.8%) 증가하면서 전체적인 수익 규모는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카드사들이 추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수익 악화만을 내세우며 소비자 혜택을 시나브로 축소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카드 결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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