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수혜 CJ CGV 채권 3종 시세 제각각
CB 현재가, 주식전환시 손실구간…콜옵션 발행조건 주의해야
2022-04-25 02:00:00 2022-04-25 0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팬데믹 기간 동안 관객 감소로 타격을 받았던 CJ CGV가 고비를 넘기 위해 발행한 채권들의 시세가 제각각으로 거래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엔데믹’ 기대감이 커지면서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입었던 기업들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CJ CGV도 그중 한 곳이다. CJ CGV가 팬데믹 기간 동안 발행한 채권들을 보면 이 회사가 난국을 어떻게 버텨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CJ CGV가 팬데믹 첫해인 2020년 12월에 씨제이 씨지브이31 채권을 발행할 때까지만 해도 특별할 것은 없었다. 2000억원을 조달했으나 당시 신용등급 A-에 비하면 채권금리가 아주 높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듬해 발행한 씨제이 씨지브이32CB(신종) 채권부터는 조급함이 엿보인다. 일단 신용등급이 BBB+로 내려갔다. 이런 상황에서 3000억원을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이 동원됐다. 경영진은 자본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채권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선택했다. 또한 경영이 정상화돼 주가가 오를 경우 주식 전환으로 유상증자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전환사채(CB)였다. CB는 일반 채권보다 금리를 낮게 설정해도 투자수요가 넉넉해 이자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걸로도 안 돼 지난해 12월 씨제이 씨지브이신종자본증권33을 추가 발행했다. 이번엔 주식 전환 메리트가 없는 30년물이었기에 금리는 5.5%로 뛰어 올랐다. 
 
 
현재 채권시장에서 거래 중인 이 3종의 시세를 보면 투자자들이 각각의 채권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씨제이 씨지브이31 채권은 액면가 1만원을 밑돌고 있다. 발행할 때는 A-등급이었지만 지금 이 채권을 그렇게 평가하는 이는 없다. 엄연히 같은 회사가 발행한 이보다 높은 금리 채권이 있고 주식 전환이 가능한 채권도 있는데 연 3.8% 이자로 만족할 리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연 5.5%로 금리가 높은 씨제이 씨지브이신종자본증권33은 이자 매력이 있어 채권시세도 더 높다. 
 
눈여겨 볼 것은 씨제이 씨지브이32CB다. 표면금리가 1.0% 밖에 안 되는데 채권가격은 10% 넘는 이자를 주기라도 하듯 1만1000원을 오가는 중이다. 채권금리로는 설명이 안 되고 결국 주식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주식 전환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시세는 과도한 것으로 보인다. 씨제이 씨지브이32CB 보유자가 주식 전환을 신청한다면, 보유채권을 액면가로 평가해 이를 주당 2만6600원의 전환가액으로 나눈 만큼 주식을 받게 된다. 채권 발행 당시의 주가보다 전환가액이 낮은데 이는 채권 발행을 결정한 이사회 직전의 주가가 반영돼서다.
 
주식전환 청구기간은 채권 발행 한 달 후 바로 시작돼 지금이라도 이 채권을 매수하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지난 22일 CJ CGV 종가가 전환가액보다 높은 2만8000원이므로 이익 발생 구간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씨제이 씨지브이32CB 채권을 액면가 1만원에 취득한 투자자에게 해당하는 얘기다. 채권을 현재 시세인 1만950원 주고 사서 주식 전환을 청구하면 손해를 볼 수 있다. 주가가 2만8000원이고, 이 주식 1000주를 받기 위해 액면가 2660만원어치의 CB를 매수한다고 가정해 보자. 현재 채권가격이라면 2912만원을 주고 사서 2800만원어치 주식을 받는 꼴이어서 그냥 주식을 직접 매수하는 편이 낫다. 
 
또한 이 채권에는 콜옵션이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씨제이 씨지브이32CB(신종)는 30년만기 초장기물이지만 채권발행 5년 후부터는 회사가 중도상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런 경우 채권가격이 액면가를 웃돌면 위험하지만 아직은 시간이 충분하다.
 
단, 다른 콜옵션 조건이 문제다. 채권 발행일 1개월 후부터 연속 15거래일간 보통주 종가가 전환가의 130% 초과할 경우에도 중도상환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다. 즉 주가가 오르면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전환가액 2만6600원의 130%는 3만4580원. 50원 단위 호가이므로 3만4600원 이상으로 15거래일 유지되면 콜옵션이 행사된다고 봐야 한다. 결국 CJ CGV 주식도 3만원을 넘으면 콜옵션 행사 가능 라인까지 오르는 것을 우려한 CB 보유자들의 전환청구가 몰려 주가의 추가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종합하면 CJ CGV의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투자한다면 씨제이 씨지브이32CB보다는 주식을 매수하는 편이 낫고, 주식도 3만4000원 부근에서는 저항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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