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오른다…'영끌족' 이자부담 증가 비상등
혼합형 대출자도 고정금리 갈아타기 손익 따져봐야
2022-01-17 02:00:00 2022-01-17 0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기준금리가 인상됐다. 당장 대출금리부터 추가로 오를 전망이어서 가계의 대출상환 계획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무리한 대출로 집을 장만한 경우가 많아 늘어나는 대출이자로 가계 운영에 문제가 생길 위험성이 커져 대출 활용과 상환에 관한 전략을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첫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기존 1.00%에서 1.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물가 상승 압력과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을 외면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로써 국내 기준금리는 지난해 코로나19 충격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금통위는 코로나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3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전격 인하한 바 있다. 
 
기준금리는 제자리를 찾아가는 중이지만 이로 인한 충격은 상당할 전망이다. 기업은 물론이거니와 당장 가계대출이 문제다. 지난 5년여간 이어진 부동산 대세 상승기에 영혼까지 끌어 모아 무리한 대출을 동원해 집을 장만한 사례가 많아 대출이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은행 대출금리의 기초가 되는 코픽스(COFIX)는 8개 시중은행들이 예적금, 양도성예금증서(CD), 금융채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데 드는 비용을 지수화한 것으로 은행들은 여기에 가산금리를 얹어 대출금리를 산정한다. 14일 현재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변동금리(신규코픽스 기준) 기준 연 3.57~5.07%, 혼합형(고정금리) 기준 3.75~5.51%지만 이날 기준금리가 인상된 만큼 머지않아 최고 6%대까지 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이번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액이 3조2000억원 증가해, 1인당 평균 289만6000원이던 연 이자가 305만8000원으로 16만원가량 늘어 큰 부담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평균의 함정에 빠지면 안 된다. 수도권에서 집을 장만하면서 1억원만 대출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만약 3억원을 연 3.5% 금리로 빌렸다면 연이자는 1050만원에 달하고, 대출금리가 0.5%포인트 더 오른다면 이자 부담은 1200만원으로 150만원 늘어나게 된다. 더구나 지금은 대출이자에 원금을 더해 상환하기 때문에 대출금리가 오르면 가계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고정금리 대출을 이용했다면 금리 상승에 민감할 이유가 없으나, 지난해 하반기 은행들의 신규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살짝 넘었다가 다시 10%대 후반으로 내려왔다. 
 
 
지난 수년간 은행들은 대출 신청자들에게 혼합형(고정형) 상품을 권유하는 편이었다. 금리를 5년 정도 고정으로 묶었다가 변동금리로 바뀌는 상품이다. 그럼에도 대출금리가 조금 더 낮은 변동금리형을 선택한 대출자들이 많았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대출이자를 더 부담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이 불타오를 때 고정형 대출을 실행한 가계도 당장은 이자 더 낼 걱정은 없겠으나 단기간 내에 금리 기조가 돌아서지는 않기에 미리 준비할 필요는 있다. 
 
담보물인 주택을 팔 계획이 없다면 일단 지금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오래 거주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대출을 상환할 생각이라면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것도 유불리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금 내는 이자가 많지 않아서 갈아타기가 급해 보이지 않겠지만, 금리가 계속 오르면 나중엔 더 높은 금리로 갈아타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데까지 가득 채워서 대출을 받은 ‘영끌족’은 뾰족한 방법이 없다. 집을 팔지 않는 한 버는 족족 대출원금을 일부라도 갚아야 한다. 저축이나 투자보다 대출상환이 우선순위다. 대출 실행 후 3년 내엔 대출원금의 10%까지 중도상환해도 별도의 수수료가 붙지 않는다. 
 
무리하게 큰 집을 장만했거나 실거주하지 않는 투자용 주택을 매입했다면, 가계 체력에 맞는 사이즈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해서 다른 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경우라면 대출이자 비용 증가를 반영해 손익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 대출금리가 3% 초반일 때는 연 5% 이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배당주나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스마트한 레버리지 투자로 유효했다. 하지만 대출금리가 4%대로 올라서면 이런 전략도 기대이익에 비해 위험도가 높아진다. 특히 배당주나 월세 목적의 부동산은 자산가격이 고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자칫하다간 역레버리지 상황이 벌어져 손실이 불어날 수도 있다.
 
한편 대출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금리인하 요구권은 상식이다. 회사에서 승진하는 등 연봉이 올랐거나 투자로 자산을 불렸다면 대출금리를 내려달라고 요구할 필요가 있다. 되면 좋고 안 돼도 나빠질 것은 없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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