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국내 증시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늦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테이퍼링이 임박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 데다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까지 겹친 탓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환율 급등을 오버슈팅으로 진단했으나 이를 계기로 달러자산 투자의 필요성이 재확인됐다.
지난주 서울외환중개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79.60원으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1180원을 넘어서는 등 추가 상승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황이다.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확산되며 주식시장도 급랭했다. 반등을 타진하던 코스피는 결국 3060포인트로 떨어져 3000선을 위협받게 됐다.
원달러 환율이 크게 요동친 배경엔 테이퍼링이 있다. 미국 정부는 현재 매월 1200억달러씩 시장에 공급하는 양적완화를 진행 중이다. 테이퍼링은 이 규모를 점차 줄여가는 것을 말한다.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7월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연내 테이퍼링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많아졌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은 물가 상승 등 경제지표 호전에 힘입은 것이지만 우리 사정은 다르다 보니 금융시장의 충격이 컸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연일 매물을 쏟아내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6일부터 9영업일 연속으로 8조원이 넘는 코스피 주식을 내다 팔았다.
매도세가 확대되자 원달러 환율 상승폭도 커졌다. 특히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가 조 단위를 기록한 날에 환율도 크게 뛰었다.
금융기관에 따라 연내와 내년 초로 개시 시기만 다를 뿐 대다수가 테이퍼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점, 또 언젠가는 기준금리도 인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유동성에 기대어 가파르게 오른 전 세계 증시는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 백신 접종 속도가 느린 신흥국 경제를 감안해 미국이 테이퍼링 및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지만 방향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들도 이를 대비해 포트폴리오를 정비할 필요성이 커졌다. 무엇보다 달러자산을 활용할 필요성이 커졌다.
미국의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은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일단 금융투자업계의 환율 전망은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5조원가량 추가 외국인 매도가 나올 수 있지만 추가 상승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9월말 열리는 FOMC 이후 원달러 환율도 하락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키움증권은 지금 환율은 오버슈팅 구간이라며 1180원을 상단으로 제시했다.
이같은 전망을 반영해 최대 1200원까지 열어놓더라도 더 오를 자리는 많이 남아있지 않다. 따라서 지금 당장 원달러 환율 상승 시 이익이 발생하는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다만 국내 증시가 오랜 기간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은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국내 주식 일변도의 투자보다는 달러자산을 함께 편입해서 시기에 맞춰 그 비중을 조절하며 대응하는 것이 좋다.
가장 직관적인 전략은 주식과 달러자산 또는 원달러 환율 상승 시 수익이 나는 자산을 일정비중으로 나눠 매분기 또는 반기마다 다시 동일비중이 되도록 조절(리밸런싱)하는 것이다. 서로 보완관계에 있어 전체 포트폴리오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이때 활용하기에 좋은 대표적인 달러자산이 달러선물 상장지수펀드(ETF)이다. 매매횟수가 적은 경우 은행권의 달러예금을 활용할 수도 있다.
조금 더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원달러 환율 구간과 주식시장을 주관적으로 판단해서 비중을 조절하는 방법도 있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IMF 외환위기 이후 원달러 환율은 대개 1100~1200원 사이에서 움직였다며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떨어지면 달러자산 비중을 늘리고, 1200원을 넘어서면 달러를 팔아 국내주식을 매수하는 투자를 제안했다. 1100~1200원 구간에서는 주식의 저평가 여부를 판단해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환율 상승의 수혜를 받는 개별종목을 선택할 수도 있으나 생산기지를 외국에 둔 경우도 많고 코로나19 등 다른 변수가 더 강하게 작용하는 기업도 있어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별종목을 선택한다면 차라리 달러화에 직접 연결된 종목이 나을 수도 있다. 미국 부동산펀드와 선박펀드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월세와 용선료를 달러로 수령해서 배당(분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분배금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자산을 평가하거나 매각할 때도 환차익이 발생한다.
반대로 외국에서 원재료를 수입하는 기업들은 환율이 상승하면 비용이 증가하므로 피해야 한다. 밀, 옥수수 등을 수입하는 음식료업체, 원유를 들여오는 정유업체 등이 이에 해당한다.
테이퍼링 후 기준금리 인상도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는 사실에 근거해 원달러 환율 상승과 금리 상승에 동시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주가 하락에 베팅해 큰 수익을 거둔 마이클 버리가 이끄는 사이언에셋이 지난 2분기에 최근 테슬라(TSLA)의 풋옵션을 추가 매수하고 캐시 우드의 아크이노베이션 ETF ‘ARKK’의 풋옵션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풋옵션은 주가가 하락할 때 이익이 발생하는 파생상품이므로 두 종목의 주가 하락에 베팅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사이언에셋의 포트폴리오의 두 번째 자리엔 TLT 풋옵션이 있다. TLT는 미국의 20년 이상 국채를 추종하는 ETF로 국내에서도 많이 투자하는 종목이다. 채권 더구나 장기물이라서 금리가 하락할 때 차익이 크게 발생한다. TLT 풋옵션 투자로 금리 상승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국내 투자자가 이를 따라한다면 사이언에셋처럼 ETF 풋옵션에 투자할 수는 없고, 대신 TLT의 역방향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채권 ETF ‘TBT’를 매수하는 방법이 있다. 실제로 사이언에셋도 지난 1분기까지는 TBT를 4% 이상 신규편입했다가 2분기에 상당부분 덜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로 환전해 투자하기 때문에 매수 후에 원달러 환율과 금리가 오를 경우 주가 차익과 환차익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엔 손실도 커진다.
한정된 자금으로 투자 레버리지를 키우고 싶은 투자자라면 미국의 채권 인버스 ETF를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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