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카드사들이 결제 앱 범용성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자사 카드 이외에 증권사, 저축은행 등 타금융사 계좌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 업체를 견제함과 동시에 카드사 간 '페이 동맹'에 앞서 고객을 선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카드는 간편결제 앱 'KB페이'의 결제 수단을 시중은행, 증권사, 상호금융 등 42개 금융사 계좌로 확장했다. 지난달 말 개시한 오픈뱅킹 서비스와 연계해 선보인 기능이다. 과거 국민은행 계좌만 등록할 수 있었던 시스템에서 오픈뱅킹망을 활용해 탑재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오픈뱅킹 서비스를 제공 중인 모든 업체의 계좌로 결제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우리카드도 지난달 계좌결제 서비스 적용 범위를 넓혔다. 이전에는 우리은행 계좌만 등록해 사용 가능했지만 시중은행 10곳 계좌도 결제 앱에 탑재할 수 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계좌 결제 서비스로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체크카드와 동일하게 사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신한카드도 간편결제 앱 '신한페이'를 출시하며 계좌 결제 서비스를 내놨다. 신한은행 계좌를 보유한 고객이 모바일 체크카드를 발급받으면 결제가 가능하다. 앞으로는 신한금융투자, 제주은행, 신한저축은행 계좌도 등록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아울러 은행 계좌가 없는 고객을 위한 결제수단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결제 앱 범용성 확대에 나서는 것은 간편결제 업체에 맞서기 위해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모바일 결제 사용이 늘면서 간편결제 앱 사용이 급증했다. 간편결제는 여러 카드를 등록해 결제할 수 있는 범용성을 무기로 삼아왔다. 이에 카드사는 기존 자사 카드만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타업체 결제 수단을 끌어안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넓은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드사 간 고객 선점을 위한 정지 작업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카드사들은 이르면 올 연말 상호 결제 수단을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지난달 카드사들은 모바일협의체 회의에서 앱카드 상호 연동 API 규격을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이 시스템이 적용되면 타사 신용카드를 자사 앱에서도 등록해 결제가 가능해진다. 카드사 간 연계 기능이 강화되면 고객 이동이 쉬워지는 만큼 지금보다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 간 결제 수단 등록을 연동하면 상위 업체로 고객이 쏠릴 수 있다"며 "자사 플랫폼으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지금보다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자사 결제앱에 결제 가능한 등록 수단을 타업권으로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국민카드가 선보인 계좌결제 서비스 등록 화면. 사진/KB페이 캡처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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