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HMM이 발행한 전환사채(CB) 거래가 사실상 오늘 마무리된다. CB 보유자들은 반드시 오늘 늦어도 월요일 아침에는 주식전환을 신청해야 차익을 온전히 챙길 수 있다. 2배 이상 수익 낼 수 있는 걸 깜빡했다간 원금 수준만 돌려받게 되므로 명심해야 한다.
지난달 24일 HMM은 자사가 지난해 12월10일에 발행한 제199회 무보증 전환사채(이하 HMM CB) 중 아직 주식전환이 행사되지 않은 잔량 전액을 중도상환하겠다며 콜옵션을 행사했다.
풋옵션이 채권자가 조기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라면, 콜옵션은 발행회사가 중간에 빚을 전액 갚을 수 있는 권리다. 이번 CB에는 풋옵션과 콜옵션이 모두 부여돼 있었다. HMM은 채권 발행 후 업황 개선으로 숨통이 트이자 첫 번째 돌아오는 지정 기일에 곧바로 채권 중도상환을 결정한 것이다.
HMM은 지난해 12월 회사 운영자금 목적으로 24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 당시 주가보다 낮은 전환가격으로 나오자 많은 투자자들이 몰려 40대 1에 가까운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다행히 채권 공모 후 컨테이너선 운임이 오르며 HMM의 업황이 빠르게 개선됐고 이에 맞춰 주가와 채권가격 모두 크게 상승했다. HMM199 CB는 현재 채권시장에서 2만15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채권 액면가 1만원의 2배가 넘는 평가차익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HMM 측이 CB를 원리금만 주고 되사는 콜옵션을 행사했기 때문에 이제는 지정된 날짜 안에 반드시 채권을 처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계좌에 찍힌 평가차익은 무용지물이 되고 오직 처음에 약속한 연 3.00%의 이자를 채권 발행일로부터 지금까지 경과기일에 해당하는 만큼만 받게 된다. 하늘과 땅 차이다.
실제로 콜옵션 기일을 놓쳐 큰 수익을 날린 CB 투자자들의 사례가 있다. 지난해 6월에 현대로템이 발행한 2400억원 규모의 CB도 주가와 채권가격이 급등한 상태에서 콜옵션이 행사됐는데, 약 45억원어치 채권 보유자들이 미처 주식전환을 신청하지 않아 원금에 68만원의 이자만 더해 1만68원 상환으로 마무리된 전례가 있었다. 이번에도 이런 피해가 발생하면 안 된다.
HMM이 지난해 12월 발행한 전환사채(CB)의 중도상환을 결정했다. 현재 2배 이상 오른 채권도 소정의 이자만 지급하고 청산될 예정이다. 그 전에 처리해야 차익을 챙길 수 있다. 사진은 지난해 부산항에 입항했던 HMM사의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 <사진/ 뉴시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HMM의 콜옵션 행사일은 4월8일이다. 전환권 행사 마감일은 이보다 사흘 빠른 4월5일, 다음주 월요일이다.
따라서 HMM199 CB 보유자들은 5일까지 주식 전환을 신청해야 HMM 주식으로 받을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주식전환 신청 업무를 오전에 마감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늦어도 월요일 아침엔 증권사에 전화해 주식전환을 신청해야 한다는 뜻이다.
주식 전환을 하지 않고 채권인 채로 팔겠다면 오늘(9일) 중에 매도해야 한다. 현재 2만1500원을 호가하는 채권가격은 이날까지만 높게 형성될 것이다. 오늘 CB를 매수해야 월요일에 주식전환을 신청할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주식전환 권리가 사라지는 월요일엔 지금의 채권가격은 콜옵션 원리금 수준인 1만원 근처로 급락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신규 투자자가 지금 바로 HMM CB를 매수해 차익을 노리는 것도 가능할까?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HMM199 CB의 주식 전환가액은 1만2850원이며 채권 시장가격은 2만1500원 부근이다. 만약 2150만원을 주고 액면가 1000만원어치의 채권을 매수해 주식으로 전환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투자자가 월요일 개장 직후에 증권사에 주식전환을 신청하면 액면가 1000만원을 전환가액 1만2850원으로 나눈 값인 778주의 HMM 보통주를 받을 권리가 생긴다.
현재 HMM 주가가 2만8200원이므로 이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다면 2만8200원×778주와 투자원금 2150만원의 차액인 약 44만원이 수익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주식전환을 신청한 뒤 실제 주식으로 받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주식 전환 업무는 매달 1~15일 중에 접수된 건은 월말에 주식이 계좌에 입고되고, 16~31일 접수 건은 다음달 15일경에 주식이 들어온다. 하지만 이번엔 회사 측에서 업무를 서둘러 진행할 예정이어서 5일 신청자까지는 16일에 주식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그날까지는 현재 수준의 주가가 유지돼야 44만원 정도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주가 변동 리스크를 부담해야 가능한 투자다.
정리하면, HMM199 CB를 채권시장에서 매도하거나 매수하겠다면 9일 중에, 주식전환 신청 접수는 5일 오전에 해야 한다는 점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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