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한국 공모펀드 시장 철수를 발표했다. 전 세계 1위 운용사도 국내 투자자들의 냉대를 버티지 못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블랙록의 펀드 중에는 운용성과가 좋은 상품들이 섞여 있다. DGB자산운용으로 펀드 운용이 이전된 뒤에도 운용 방식은 크게 변하지 않을 전망이어서 관심을 가져볼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1일 DGB자산운용은 이사회를 열고 블랙록자산운용의 국내 펀드 사업부문 인수를 의결했다. 이에 따라 블랙록자산운용이 운용하던 공모펀드는 전부 DGB자산운용에게로 넘어간다. 블랙록은 국내 공모펀드에서 손을 떼고 역외펀드와 대체투자, 기관 영업 등에만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랙록자산운용은 세계 최대 운용사로 2008년 우리나라에 법인을 세우고 그동안 많은 펀드상품을 출시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공모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흐름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이 외면한 것과는 별개로 블랙록은 세계 최대 운용사답게 국내에서도 좋은 상품들을 선보였다. 그 대표 펀드가 블랙록월드광업주 펀드다. 설정액 1210억원 규모로 현재 블랙록이 국내에서 운용하는 펀드 중에서는 가장 크다.
3월말 기준 1년 수익률은 88.48%, 이는 모펀드 기준이며 연금펀드 등 다른 클래스 중에는 96%에 달하는 성과를 올린 것도 있다.
블랙록월드광업주 펀드는 ‘BGF(BlackRock Global Funds) World Mining Fund A2’라는 현지에서 운용 중인 펀드를 통째로 담고 있는 재간접 펀드다. 국내에서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펀드 사이즈가 66억달러에 달하는 대형 펀드다.
BGF World Mining Fund는 구리, 니켈, 알루미늄 등을 캐는 전 세계 주요 광업주에 투자한다. 현금 비중 조금 제외한 펀드자산의 약 96%가 주식으로 채워져 있다.
현재 펀드로 특정 섹터에 간접투자하는 상품의 경우 투자자들은 액티브펀드에서 상장지수펀드(ETF)로 많이 넘어간 상태다. 거래의 편의성이나 운용보수 등에서 ETF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엔 특정 산업 및 업종 대표주를 편입한 섹터 ETF 중에서도 산업금속 관련 ETF는 아직 없다. KODEX 철강 ETF 또는 기계장비 ETF가 투자범위에서 살짝 겹치는 정도다.
광물자원 펀드이므로 원자재에 투자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요즘처럼 산업금속 관련 섹터 즉 금속, 철강, 기계업종이 뜰 때 함께 수익률이 오르는 특징도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좋은 성과를 기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편입 상위에는 세계최대 광산업체인 BHP그룹(9.06%)을 비롯해 호주 리오틴토(Rio Tinto, 7.80%), 미국의 프리포트 맥모란(7.42%), 영국의 앵글로아메리칸(6.84%), 브라질 발레(6.43%) 등이 있다.
블랙록월드골드 펀드도 2008년 출시돼 인기를 얻었으나 지난 10년간 다양한 금 투자 수단이 등장하면서 뒤로 밀려났다.
블랙록월드광업주 펀드와 블랙록월드골드 펀드의 성과는 글로벌 천연자원 가격과 수요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비하면 블랙록글로벌자산배분 펀드는 블랙록의 운용 실력이 드러나는 상품일 것이다.
블랙록글로벌자산배분 펀드는 ‘BGF Global Allocation A2’ 펀드를 담고 있다. 3월말 현재 이 펀드의 1년 수익률은 27.68%다. 비슷한 유형의 펀드들 중 중간쯤에 있는 성적이므로 뛰어난 성과라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발군의 수익률이 목표가 아니라 자산배분에 초점을 맞춘 펀드가 5년, 10년 장기간 꾸준히 성과를 쌓았다는 점에서는 칭찬할 만하다.
펀드 자산의 65%는 주식에, 채권 18.04%, 현금 11.75%, 기타자산 4.62% 등으로 운용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애플(2.38%), 마이크로소프트(2.09%) 주식과 자사 ETF인 iShare 달러하이일드채권 ETF(1.79%)가 편입비중 상위에 올라 있다.
이외에 ‘BGF US Dollar High Yield Bond A2’를 담고 있는 채권 펀드 블랙록미국달러하이일드 펀드도 성과가 좋은 편이다. 1년 수익률 22.64%, 5년 32.12%의 성과는 채권 펀드 중에서는 높은 편이다.
블랙록이 운용하던 이 펀드상품들은 DGB자산운용으로 넘어가 이름도 바뀌겠지만, 재간접 펀드가 담고 있는 알맹이는 그대로 유지될 예정이므로 운용방식과 성과 등은 이전과 차이가 없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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