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지난주 미래에셋대우가 상장을 주관한 씨앤투스성진 공모에 참여했던 A씨는 새로운 공모주 배정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해 본인 계좌와 부인 명의 계좌로 각각 1만주와 최소 청약 수량인 10주를 나눠서 신청했다.
미래에셋대우에서의 청약경쟁률은 674대 1. 예전 같으면 A씨는 1만주를 경쟁률 674로 나눈 14.8주, 반올림해서 15주를 받았을 텐데 실제로는 10주밖에 배정받지 못했다. 그런데 부인 명의 계좌엔 4주가 들어와 깜짝 놀랐다. A씨가 10주를 받기 위해 입금한 청약증거금은 1억6000만원에 달하는데 불과 16만원만 넣은 계좌로 4주를 받은 것이다.
씨앤투스성진 공모에서만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다. 직장동료 B씨와 C씨는 똑같이 솔루엠 공모에 참여했는데 B씨는 미래에셋증권 계좌에서 1만9500주를 청약했고 투자자금이 적은 C씨는 삼성증권을 이용해 300주만 신청했다. B씨와 C씨가 배정받은 솔루엠 주식은 각각 12주와 1주였다. 청약을 신청한 수량은 65배나 차이 나는데 배정수량은 12배에 그친 결과다. 들인 투자금 대비 거둔 효과로는 C씨가 나은 셈이다.
새해 확 달라진 공모주 배정방식으로 인해 전헤 보지 못했던 뜻밖의 청약 결과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공모주 청약을 받을 당시의 증권사 지점 모습. <사진/뉴시스>
새해 기업공개(IPO)를 위한 공모청약에서 일반 투자자들에게 배정하는 방식이 변경된 후부터 전에 없던 결과가 속출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공모주 중 일반 투자자에게 배정하는 물량을 20%에서 최대 25%까지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다만 기존 20%에서 증가되는 부분은 우리사주에 배정된 공모주 중 미달된 물량을 일반 청약자들 몫으로 돌리는 형태여서 초과수량은 그때그때 달라질 수밖에 없다.
또 이렇게 배정된 수량도 반반으로 나눠서 절반은 청약경쟁률에 따라 배정하고 나머지 절반은 청약에 참여한 인원수대로 배정하도록 했다. 그 결과 새로운 청약방식을 적용한 씨앤투스성진과 솔루엠 등에서 예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결과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씨앤투스성진의 경우 모비릭스가 같은 날 공모를 진행한 데다 청약경쟁률도 모비릭스(1485대 1)로 더 몰리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자 수가 적어 인원수대로 나누는 주식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었던 셈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규정 하에서는 공모주 투자자들도 이에 맞는 투자전략을 세워야 할 전망이다. 위의 청약 결과를 참조한다면, 주력 청약 창구와 다수의 보조 청약을 병행하는 전략이 적합해 보인다.
예전 청약경쟁률에 따라 배분하는 주식 수가 절반으로 줄었으나 나머지 절반은 경쟁률대로, 즉 돈의 힘이 크게 작용한다. 여러 개의 주식계좌로 나누더라도 모든 계좌에 청약증거금 한도를 채울 수 있다면 주력계좌, 보조계좌 나눌 것 없이 예전처럼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괜찮을 정도라면 공모주 투자 종잣돈이 30억원 이상은 돼야 할 것이다.
반대로 수백만원 단위 소액 투자자는 주력계좌 따로 없이 여러 증권사에 가족명의의 여러 계좌를 만드는 것이 제일 효과적이다. 대표주관사, 공동주관사, 인수사 가릴 것 없이 청약마감일 실시간 경쟁률을 살피면서 오후 3시 넘어 경쟁률이 낮은 곳에 조금 더 많은 수량을 청약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제일 난감한 투자자들이 그 중간이다. 힘으로 밀어붙이기에는 자금이 부족하고, 소액으로 나누자니 들이는 품에 비해 성과가 초라해 보일 수 있다. 그래도 주력 청약 창구를 하나 정하고, 나머지 주관사와 인수사 등에 소액으로 분할한 자금을 채워 청약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시간 경쟁률을 체크했을 때 유난히 낮은 증권사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공모주가 가장 많이 배정된 곳에 집중하고, 나머지 증권사에는 최소한도 정도만 맞춰서 청약하는 것이 좋겠다. 청약자가 너무 많으면 1주도 배정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경쟁률을 감안해 수량을 조정해야 한다.
이런 전략을 동원하더라도 이젠 공모주로 큰 차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진 것으로 봐야 한다. 발품(손품) 팔아 용돈 벌이하는 수준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 1주 더 받자고 주관사 찾아다니며 청약하는 것이 번거로울 텐데, 그런 수고 없이는 차익을 내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그나마 직접 발품 팔지 않고 클릭 몇 번으로 할 수 있는 투자라는 점이 다행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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